물리학, '몸으로' 느꼈다! VOID 전시회
물리학, '몸으로' 느꼈다! VOID 전시회
  • 이승아
  • 승인 2017.06.02 21:37
  • 조회수 658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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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 순식간에 변할 거라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공간이 고정되어 있는게 아니라 부풀어 오르면서 만들어지고, 휘어지며, 늘어나기도 하면서 말이죠. 질량이 무거운 물질은 공간을 휘어지게 한다는 데 눈에 보이진 않고... 가끔 답답하곤 했습니다.

보이드 전시는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보이드 전시는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그런데 이런 시공간을 몸으로 맛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저희가 직접 출동했습니다! 

유럽 작가 그룹 Numen/For use의 전시, <VOID :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총 세 개의 작품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 제목 VOID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VOID는 비어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개방된 공간을 뜻하는 건축 분야 용어입니다. 공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공기, 빛, 질량으로 공간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몸으로 느끼게 합니다. 공간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새로운 경험. 함께 느껴보시죠.

 

공기 : <스트링모델 2*2 스트링 모델 2*2> (2015)

축 쳐져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축 쳐져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비닐과 여러 개의 파란색 실이 늘어져있습니다. 공간이라고 보기엔 어렵죠.

 전시장 한 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들어갑니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실들이 격자무늬를 이루며 큐브가 완성됩니다. 

어떠세요. 구겨져있던 그 비닐 모습이 아니죠?

 

빛 : <N-Light_Big Membrane> (2017) 

거울 오른편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공간이 변형됩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거울 오른편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공간이 변형됩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 거대한 육면체는 두 가지 다른 거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앞면의 두 유리와 바닥은 스파이 거울입니다. 유리처럼 보이지만 육면체 안에서는 거울인거죠. 이 세 면을 제외한 안쪽의 두 면 거울과 윗면은 알루미늄 호일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 매우 얇은 거울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여섯면이 모두 거울입니다. 각 모서리마다 광원이 달려있어 빛이 나옵니다. 맞은편 거울에 닿아 반사되고, 다시 반사되길 반복하며 일정한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거울이 굴절되며 빛의 진행도 달라집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거울이 굴절되며 빛의 진행도 달라집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그러다 버튼을 누르면 호일처럼 얇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세면의 뒷판에 공기가 들어가며 거울이 휘어집니다. 순식간에 눈으로 보고 있던 공간이 수축하고, 구겨지고, 늘어납니다. 빛의 반사가 달라지며 공간에 변형이 일어납니다. 

 

놀라 뒤로 가서 살펴보지만 보이는 건 튼튼한 금속판입니다. 어디까지가 공간일까요? 제 눈에 보이는 건 뭘까요.

 

질량 : 보이드 (2017)

'천'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천'이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언뜻 보기에 평평한 2차원 평면의 천을 천장에 매달아 놓은 듯 합니다. 

평범한 두꺼운 캔버스 천에 입구가? 출처 : 이웃집과학자
평범한 두꺼운 캔버스 천에 입구가? 출처 : 이웃집과학자

하지만 이곳에 무게가 실리는 순간 천이 늘어나며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2차원이 3차원이 되는 순간입니다. 천에 비해 매우 무거운 질량이 작용해 생긴 변화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태양처럼 막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 옆에서 시공간이 휘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거대한 질량이 공간을 휘어지게 만드는 거죠. 태양 근처를 지나는 별 휘어진 것처럼, 얇은 천이 만든 평평한 공간에 막대한 질량(에디터의 몸...)이 들어가며 공간이 휘어집니다. 

천 위를 계속 기어갑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천 위를 계속 기어갑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윽고 다시 평면으로 사라집니다.  보이시나요? 가운게 검은 점이 사람 머리입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윽고 다시 평면으로 사라집니다. 보이시나요? 가운게 검은 점이 사람 머리입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이 천은 그림 그릴 때 이용하는 캔버스 천입니다. 끈도 꽤 튼튼한 걸 쓴 것 같습니다. 매듭은 요트에 사용되는 단단한 매듭으로 작가분들이 직접 일일이 묶으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무게 100킬로그램까지는 끊어질 걱정없이 자유롭게 공간이 탄생하고 사라지며, 질량에 의해 늘어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면이 이어지다 무게가 있는 곳은 다시 3차원 공간이됩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평면이 이어지다 무게가 있는 곳은 다시 3차원 공간이됩니다. 출처 : 이웃집과학자
무게로 움푹 패인 곳이 보이시나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무게로 움푹 패인 곳이 보이시나요? 출처 : 이웃집과학자

 

아주 무거운 사람이 천 위에 올랐다고 생각해보죠. 천이 움푹 패이듯이 깊게 휘어진 공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거기에 구슬을 뿌렸다고 생각해봅시다. 어떤 구슬도 빠져나가지 못 할 겁니다. 구슬에 이 공간은 일종의 블랙홀입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탈출해야만 블랙홀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죠.

보이드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 출처 : 이웃집과학자
보이드의 원리를 설명한 그림. 출처 : 이웃집과학자

 

어떠세요. 우주를 몸으로 경험한 기분이 드시나요? 사실 지금도 당신의 무게는 공간을 휘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죠.

이분들이 바로 작업의 주인공 작가들입니다. 출처 : numen/foruse
이분들이 바로 작업의 주인공 작가들입니다. 출처 : numen/foruse

이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 그룹 뉴멘 포유즈(Numen/For Use)입니다. 이들은 개념미술, 무대미술, 산업/공간 디자인 작가 Sven Jonke, Christoph Katzler, Nikola Radeljkovic이 모여 만든 협업 그룹입니다. 끈, 테이프 등의 일상적인 소재로 비일상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웃집과학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공간이 왜곡되거나 굴절하는 과학의 원리에 익숙하지만 이걸 직접적으로 작업에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유체의 물리학을 이해하는 것"이 그들이 시도하는 가장 고무적인 영감 중 하나라고 하네요.

 

빛과 공기, 질량으로 달라지는 공간을 느끼고 나면 눈 앞에 놓여진 공간이 새로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전시회 정보

VOID : 공간의 유희, 경험의 확장

~ 2017. 07.16. (일)

@ 현대카드 스토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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