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 '죽음' 앞두면 많이 달라져?!
연인 관계, '죽음' 앞두면 많이 달라져?!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08.21 15:56
  • 조회수 3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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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죽음이 그들에게 남긴 것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과 연인관계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 연인에게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애틋함이 느껴지곤 한다. 호화 여객선의 침몰이라는 믿기 힘든 재난에 처한 두 남녀가 서로 간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투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타이타닉>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나, 하루하루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내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그만큼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그 사랑을 더 이상 나누지 못할 순간이 찾아오고 말 것임이, 우리 마음속에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우리가 유한한 사랑을 나누는 이들로부터 감동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나누는 당사자들 역시 '죽음에 다한 인식'으로 말미암아, 현재 함께하는 연인에 대한 애틋함을 누리고 있을 것이다. 설사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 있더라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스러저갈 수 없음을, 가슴 깊이 다짐하며 더욱더 사랑하려 애쓰려는 지도 모른다. 혹은 마지막을 예감하며 연인과 함께 해 왔던 아름다운 지난날들을 그려보며 부디 서로 간의 모든 허물, 상처들은 덮어두고 끝끝내 아름다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길 기원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결국 생각해보건대 죽음이 연인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어도, 적어도 죽음이 드리워진 순간들은 연인들로 하여금 '범상치 않은' 마음가짐을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는 것은 꽤 직관적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fear of death), 혹은 유한성(awareness of finitude)의 인식은 상대 연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하자면 우선 심리학에서의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공포 관리 이론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태도나 행동, 인지과정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준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죽음에 대한 인식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공포감은 '사회적 승인'에 대한 욕구를 불러오거나,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줄 '상징물'을 추구하도록 인간을 동기화한다. 사회적 승인이란 혼자 있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친밀감을 나누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나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즉 언젠가는 마지막을 맞게 되고 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며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다스리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친밀감을 만들어내도록 장려하고, 이미 관계를 맺고 있던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에 대해 느끼던 친밀감은 더욱 배가시킨다. 

 

한편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영원함'과 관련이 있는 상징물을 구축하거나 찾아 나서도록 인간을 동기화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낀 인간은 종교에 귀의하여 죽음으로부터 초월한 절대자를 마주하고, '사후 세계'에 대한 관념을 습득하여 이로써 '죽음의 위상'을 격하시킬 수 있다. 혹은 나와 정신적 근원을 공유하는 가족, 혹은 예술 창작물 등에 대한 헌신을 통해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정신적 유산만은 오래도록 세상에 남겨질 수 있기를 소망하기도 한다. 

 

종합하자면 죽음에 대한 인식과 공포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애틋함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함께 나누며 위로받기를 소망하는 마음, 연인과 하루하루 추억을 남기고 그 추억이 죽음 이후에도 나의 일부로 세상 속에 깃들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곧 연인에의 헌신과 애정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을 바탕으로 심리학자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과 연인에 대한 태도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실험적으로 검증하였다. 대개의 실험 과정을 살펴보면 일단 현재 연인이 있는 사람들을 실험 참여자로 모집한 가운데, 실험 진행자는 참여자들을 크게 두 집단으로 구분하였다(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 실험 집단에 속한 참여자들은 실험 진행자로부터 '자신의 죽음'에 대해 떠올리고, 그에 관한 느낌을 상세히 되짚어보고 글로 적어볼 것을 지시받았고 통제 집단은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실험적 조작(experimental manipulation)을 통해 실험 집단은 일시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및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마음속에 떠오르게 된다. 

 

그러한 상태에서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 모두 공통적으로 연인 관계에 대한 만족과 헌신, 연인이 자신을 얼마나 존중한다고 생각하는지, 연인과 현재 얼마나 친밀하다고 느끼는지 등을 묻는 문항들에 답변하였다. 한편 관련된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집단과 통제 집단의 사람들에게 '연인이 자신을 비난하는 상황'을 가상으로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연인에 대해 얼마나 맞서 화를 낼 것인지, 혹은 반대로 연인의 비난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를 묻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들 연구들의 결과는 공포 관리 이론의 예측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즉, 실험적 조작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인식, 죽음에 대한 공포가 높아진 집단이 통제 집단에 비해 연인 관계에 대한 높은 만족과 헌신을 나타냈고, 연인의 일방적인 비난에 대해서도 관대하고 수용적이었다.

 

'죽음'은 연인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다(좌측 그래프)(Cox & Arndt, 2012)

연구 결과에서 흥미로운 것은, 죽음에 대한 인식은 앞으로 연인 관계에서의 태도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연인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인지적 해석마저 바꿔놓았다는 사실이다. 즉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연인에게 보다 더 친밀하게 다가가고, 헌신하겠다는 다짐만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간 연인과의 관계가 만족스러웠으며, 보다 더 애틋했다고 그간의 연인 관계를 재해석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죽음은 앞으로의 연인 관계가 보다 친밀하게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연인과 나 사이 모든 것들을 애틋한 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하니 연인의 잘못이 잘 용서되지 않는다면, 혹 현재 연인과의 관계가 위태롭거나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한 번쯤은 비장한 영화 속 주인공 노릇을 해봄직 하지 않을까. 죽음이나 이민, 재난 상황 등 유한함이 닥친다면 과연 나는 내 연인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 것인가. 

 

내 연인이 만약, 혹은 나 자신이 떠나가야만 한다면 남아있는 나날들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 것인지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서로를 사랑하자. 가끔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이.

 

- 참고 문헌

1. Cox, C. R., & Arndt, J. (2012). How sweet it is to be loved by you: the role perceived regard in the terror management of close relationship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2(3), 616-632.

2. Florian, V., Mikulincer, M., & Hirschberger, G. (2002). The anxiety-buffering function of close relationships: evidence that relationship commitment acts as a terror management mechanism.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2(4), 527-542.

3. Hirschberger, G., Florian, V., & Mikulincer, M. (2003). Strivings for romantic intimacy following partner complaint or partner criticism: A terror management perspective. Jou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20(5), 675-687.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용회 심리학 강사(yonghheo@gmail.com)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

원문출처 : https://brunch.co.kr/@yonghheo/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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