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의 연애를 분석해봤다
나르시시스트의 연애를 분석해봤다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09.11 20:44
  • 조회수 1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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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너 아니어도 상관없어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연인 관계에 대해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매사 자기 자신을 최우선시하려는 성격 특성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자기 자신을 너무 아끼고 중시하는 나머지, 나르시시스트 주위를 둘러싼 모든 삶의 환경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학업이나 업무를 통해 그 자신의 내적 성장을 진정으로 추구한다기 보다는 뛰어난 결과를 통해 스스로의 우월감을 확인하는 것이 나르시시스트가 열심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이유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속에서 더 나은 모습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일의 진정한 의미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있어 타인이란 어떤 의미인가? 나르시시스트들에게 있어 인간관계 역시 자기 자신을 돋보이도록 만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를 빛내기 위해, ‘이용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해당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망설이지 않으며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를 ‘착취’하려 듦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다. 반대로 더 이상 나를 위해 ‘이용’될 수 없다면 가차 없이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인간관계는 이러한 성향들 때문에 그다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 기존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들은 타인의 사회적 거부(social rejection)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타인에게 덜 헌신(commitment)하고, 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이러한 대인 관계적 특성은 이성 관계나 연인 관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돋보이도록 만드는 데 관심이 있기 때문에 초면의 이성 관계에서 비교적 우호적인 첫인상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갈수록 이성으로부터 받는 호감도 평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연애 유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심리학자 Campbell과 그의 동료들은 나르시시스트들이 6가지 연애 유형(Eros, Ludus, Storge, Pragma, Mania, Agape) 가운데 ‘Ludus’(Game-playing love. 보다 많은 이성과의 가벼운 만남을 갖는 것을 선호하며, 이성을 기만하는 데 있어 능함. 타인의 의존에 대한 혐오를 드러냄) 성향과 밀접한 상관을 갖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나르시시스트들은 연인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거나, 서로에게 헌신하는 것을 꺼리며 단지 자신의 연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즉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이성을 선호한다. 자신의 뛰어난 성취, 능력에 따른 ‘보상’으로 나르시시스트들이 매력적이고 능력 있는 이성을 선호한다는 사실("Trophy wife"), 그리고 만약 자신의 파트너가 "Trophy wife"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면 언제든 파트너를 내칠 수도 있다는 그들의 생각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들이 자신의 파트너를 마주한 순간에 바라보고 있던 것은 파트너의 모습이 아닌, 파트너의 눈에 비친 그 자신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편 나르시시스트들이 연인에게 덜 헌신(commitment)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몇몇 심리학자들은 Rusbult의 투자모델(investment model)에 주목한 바 있다. 투자모델은 ‘연인 관계의 지속이나 상실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안된 이론으로, 심리학자 Rusbult는 연인 관계의 지속, 헌신을 예측하는 세 가지 변인(관계에 대한 만족도, 대안적 관계의 질, 투자)을 언급했다. 관계에 대한 만족이란 현재의 연인 관계로부터 얼마나 만족감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만족감이 높을수록 관계에 대한 헌신 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다. 

 

대안적 관계의 질이란 현재의 연인 관계를 포기하고, 다른 이성을 찾거나 혼자가 되었을 때 기대되는 물질적, 정서적 이득의 가치를 의미한다. 즉 자신의 주위의 매력적인 이성이 존재하고 해당 이성과 새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길 때(대안적 관계의 질이 높은 경우), 현재의 연인 관계에 대한 헌신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란 지금까지 현재의 연인 관계 발전, 지속을 위해 물질적, 혹은 정서적으로 얼마나 많은 양을 투자했는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관계에 대해 투자한 시간, 비용, 노력 등의 정도가 높았다면 관계를 중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즉 매몰 비용에 대한 두려움, 투자에 따른 현재 관계의 무게감은, 관계의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도록 우리의 인지적 사고 과정을 조절하고, 더 나은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도록 우리를 동기화한다. 즉 투자 수준이 높을수록 관계에 대한 헌신은 깊어진다. 그렇다면 투자모델의 세 가지 변인 가운데, 나르시시스트들의 낮은 헌신을 예측하는 변인은 무엇일까? 관계에 대한 만족감이 낮기 때문에 헌신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지각된 대안적 관계의 질이 높기 때문인 것인가? 혹은 ‘투자’ 하지 않았다고 지각하기 때문에 헌신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인가?

 

나르시시즘은 지각된 대안적 관계의 질(Perceived Alternatives)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낮은 헌신으로 연결된다(Campbell & Foster, 2002)

나르시시즘 성향과 투자모델 간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증한 국내-외 기존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고했다. 우선 나르시시즘 성향은 관계에 대한 만족감, 그리고 투자와는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르시시즘 성향 - 대안적 관계의 질 - 헌신’으로 이어지는 매개 모형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즉 나르시시즘 성향은 투자모델의 세 가지 변인 가운데 오직 대안적 관계의 질과 유의미한 관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르시시스트들이 현재의 연인 관계에 대해 낮은 헌신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주위의 매력적인 ‘대안적 이성’들이 많으며,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현재의 관계를 포기하고 다른 이성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나르시시스트들의 연애 방식, 그리고 한국 사회 내 청년들의 나르시시즘 성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연관 지어 현재의 사회 현상들을 들여다보면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대학생들의 나르시시즘 척도 점수 변화 추이(이선경, 팔로마 베나비데스, 허용회, 박선웅, 2014)

10년 간 젊은이들의 나르시시즘 성향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젊은이들의 연애 방식이 나르시시즘적인 특성(깊은 헌신보다는 얇고 넓은 연애 관계의 추구, 언제든 현재의 관계를 중단하고 다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믿음 등)을 갖는 방식으로 10여 년 간 점진적으로 변화해왔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2000년대 들어 최근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연애’, ‘인스턴트식 연애’, ‘쿨한 연애’ 등의 담론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현재 많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 부모 세대와 같이 관계를 중단하고 싶어도 ‘자식 때문에’, ‘정 때문에’, ‘집안 때문에’ 억지로 참고 사는 결혼 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연애에 있어서도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거리낌 없이 자신의 호감 의사를 내비칠 줄 알고, 지나치게 미련을 두는 이별에 대해서도 ‘쿨하지 못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 사람과 오래도록 사랑하는 모습도 아름답다고 여기지만, 보다 다양한 이성들을 만나 여러 가지 모습의 연애를 경험해보기를 또한 소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가벼움, 자유로움, 쿨함 등을 표방하는 현재 젊은이들의 연애 지향이 ‘나르시시즘적 사랑’과 어딘가 묘하게 닮아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 참고 문헌

 

1. 우성범, 남숙경, 이승민, 양은주 (2012). 이차원적 자기애적 성향과 연애관계 양상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26(1), 87-101.
2. 이선경, 팔로마 베나비데스, 허용회, 박선웅 (2014). 한국 대학생들의 나르시시즘 증가: 시교차적 메타분석(1999-2014).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3(3), 609-628.
3. Back, M. D., Schmukle, S. C., & Egloff, B. (2010). Why are narcissists so charming at first sight? Decoding the narcissism–popularity link at zero acquaint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1), 132-145.
4. Baumeister, R. F., Catanese, K. R., & Wallace, H. M. (2002). Conquest by force: A narcissistic reactance theory of rape and sexual coercion.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6(1), 92-135.
5. Campbell, W. K., & Foster, C. A. (2002). Narcissism and commitment in romantic relationships: An investment model analysi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8(4), 484-495.
6. Campbell, W. K., Foster, C. A., & Finkel, E. J. (2002). Does self-love lead to love for others?: A story of narcissistic game play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2), 340-354.
7. Rusbult, C. E. (1980). Commitment and satisfaction in romantic associations: A test of the investment model.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6(2), 172-186.
 

<외부 기고 콘텐츠는 이웃집과학자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허용회 심리학 강사(yonghheo@gmail.com)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 졸업

원문 출처 : https://brunch.co.kr/@yonghheo/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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