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같거나 아주 다르지 않으면 불쾌하다?!
완전 같거나 아주 다르지 않으면 불쾌하다?!
  • 이승아
  • 승인 2017.09.11 20:44
  • 조회수 3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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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기명아...? 너 맞지? 출처:박충재 인스타그램

네이버 웹툰에 <복학왕>을 연재하고 있는 웹툰 작가 기안 84가 작품 속 주인공인 우기명을 실제로 재현했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머리 스타일부터 교복, 포즈까지 만화 속 모습과 흡사한데요.

 

왠지 저 모형, 자꾸 보고 있자니 불쾌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 에디터에게 보여주니 본인도 모르게 눈을 오래 마주치기가 힘들다고 하는군요. 분명히 사람처럼 생겼는데 계속 보고 있자니 왠지 불편하고, 살짝 무섭기까지합니다. 기안84는 도대체 무엇을 만든건가요. 친근한 웹툰 주인공이 이렇게 불편해지다니?

 

많이 닮으면 혐오, 완전 같으면 친근

 

이렇게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거의 똑같게 재현된 것, 이를테면 인간을 닮은 로봇에서 느껴 지는 묘한 섬뜩함을 일컬어 '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합니다. 왜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었냐고요? 처음엔 그 대상이 인간과 닮을수록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 초반부와 같은데요. 친근감이 x축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상승하죠?

 

그러다가 어느 수준 이상을 닮게 되면 친근감이 마치 골짜기로 추락하듯 혐오감으로 바뀝니다. 이 때문에 인간을 지나치게 닮아 혐오스럽다는 불쾌한 골짜기가 그려지죠. 

 

특이한 건 골짜기가 형성된 이후에 로봇이 인간과 아주 완벽하게 닮게 되는 순간 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혐오감은 다시 친근감으로 급속히 전환됩니다.

 

뚝 떨어지는 골짜기가 보이시나요? 출처:Asif A. Ghazanfar&Shawn A. Steckenfinger/PNAS

이 '불쾌한(Uncanny)'라는 감정의 개념은 1906년 독일의 심리학자 에른스트 옌치가 논문<On the Psychology of the Uncanny>에서 처음 소개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책 <이미지 인문학2>에 따르면 옌치는 이런 '언캐니'한 감정의 원인으로 '지적 불확실성'을 지적했다고 합니다.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의 불확실성을 특히 말하고 있는데요. 이 표현을 1919년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청운대학교 정태섭 교수는 그의 책 <디지털 액터>에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이라는 정확한 용어는 1970년 일본의 로봇학자 모리 마사히로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라는 저널에 제시한 가설인데요. 일본어로 不気味の谷現象(부키미노타니겐쇼)라는 일본어로 표현했습니다. 인간이 로봇 또는 인간이 아닌 대상에 대해 느끼는 감정으로, 인간과 비슷한 로봇 등의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호감도를 느끼는 데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사카 대학에서 개발한 아기를 닮은 아기로봇 CB2. 출처: Yoshikazu Tsuno/AFP/Getty Images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 교수는 그의 책 <SF영화와 로봇 사회학: 커뮤니케이션이해총서>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닮을수록 사람들이 로봇에 갖는 호감도가 올라가지만 갑자기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어느 수준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곳이 바로 불쾌한 골짜기겠죠? 

 

그러다 로봇의 외모나 행동이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게 되면 다시 호감도가 증가해 마치 로봇을 인간처럼 대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불쾌한 골짜기라는 용어가 익숙해지셨나요? 로봇학자가 세운 가설인 만큼 인간을 닮은 로봇에서 많이 언급되지만 3D 애니메이션 등 말 그대로 인간을 재현하는 경계에 있는 모든 콘텐츠에서 두루두루 쓸 수 있는 개념인듯 합니다.

 

인간과 닮아서 어쩐지 꺼림칙! 출처 : Fat Pencil Studio

이런 예상치 못한(?) 불쾌 효과는 영화에서도 종종 나타납니다. 영화 <폴라익스프레스>의 주인공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를 기다리는 한 아이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이 3D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지는데요.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귀여운데..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출처:buzzfeed

이 영화는 <버즈피드>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에서 불쾌한 골짜기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시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분명 엄청난 기술과 자본으로 인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아이들을 보다가 뭔가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영화 <몬스터대학교>처럼 아예 인간과 다르게 생긴 동물이나 몬스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볼 때의 감정과 비교해보세요. 졸라맨은 어떤가요? 불쾌한 골짜기의 존재를 실감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간 말고 동물 관점에서도 그러하다

 

이 골짜기의 존재는 인간과 닮은 대상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2009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은 원숭이에서도 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Monkey visual behavior falls into the uncanny valley'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실렸습니다. 

 

저는 왠지 다 무서운데요... 출처:Asif A. Ghazanfar&Shawn A. Steckenfinger/PNAS

연구진은 세 종류의 이미지를 준비했습니다. 위 사진처럼 하나는 원숭이 같지 않고, 하나는 닮았지만 또 완전히 같지는 않죠. 마지막은 원숭이의 실제 사진입니다. 

 

원숭이가 이를 얼마나 오래 쳐다보는지 측정해 호감도와 혐오 정도를 알아봤습니다. 실험 결과 원숭이는 실제 원숭이나 완전히 다른 이미지는 오랫동안 쳐다봤는데, 가운데 어설프지만 상당히 닮은 원숭이 이미지에는 바로 시선을 돌리며 혐오감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바로 불쾌한 골짜기로 추정됩니다.

 

불안감 유발해 꺼려

 

연구진은 논문에서 불쾌한 골짜기의 가설을 전하고 있습니다. 완전 똑같진 않으면서도 묘하게 거의 인간과 닮은 합성 캐릭터가 분명 '인간'의 개념을 이끌어 내고는 있지만, 실제로 인간을 따라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이 기괴한 느낌을 받는다는 가설입니다. 일종의 불일치에서 오는 불안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인데 여기에 일상의 사회적 경험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나는 특성이 있어 불안감을 유발한다는 겁니다. 인간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과 다른 모습이 혼란을 일으키는 거죠.

 

논문에 따르면 이런 감정은 진화론적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가설에 대한 실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네요.

 

불쾌한 골짜기 탈출법!?

 

그렇다면 이 골짜기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까요? 언뜻 생각하기엔 아예 인간과 닮지 않은 걸 만들거나 완벽하게 같게 만드는 방법밖엔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로봇 기술자 데이비드 핸슨(David Hanson)박사는 이 계곡이 나타나는 게 꼭 리얼리즘의 수준과 관계없이 미적 디자인의 질에 달렸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섬뜩한 구간의 로봇도 미학이 있으면 호감을 줄 수 있다는 건데요. 

 

뒤..뒤통수가! 출처:annamadeleine

진중권의 책 <이미지 인문학>에 따르면 그는 이 골짜기를 정면돌파, 아니 더 깊게 파버리는 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2005년 어느 전시회에 뒤통수를 뜯은 로봇 필립 K 안드로이드를 내놓았죠. 관객들은 대부분 섬뜩하지 않았다, 로봇과 상호작용을 즐겼다고 응답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에는 외관의 유사성과 동작만이 호감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만약 다른 방법을 써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면 이 골짜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거죠. 잘 디자인한다면 어느 수준의 리얼리즘에서든 골짜기를 빠져나올 수 있는 '매력의 통로(POE, path of engagement)'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불쾌한 골짜기의 존재와 그 원인은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과학적으로 원리를 밝히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동시에 이를 돌파하려는 로봇 공학자, 디자이너들의 시도들 또한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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