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평점에 집착하는 이유?!
이들이 평점에 집착하는 이유?!
  • 이승아
  • 승인 2017.12.29 14:23
  • 조회수 3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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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는 현대인이라면 불안해 할 법한 부분을 건드린 옴니버스 시리즈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모두 독립된 완결편인데요. 현대적 기술공포증(techno-paranoia)을 저마다 날카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기술공포증?

 

알파고를 기억하시나요? 출처: flickr

알파고(AlphaGo)가 세계 바둑챔피언인 이세돌, 커제 등과의 대국에서 이겼을 때를 떠올려봅시다. 다섯 번의 대국 중 이세돌은 가까스로 1승을 따냈죠. 인공지능이 정말로 인간을 이기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 사이에 일었던 두려움은 예상외로 컸습니다. 그게 일종의 기술공포증입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가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기술공포증(technophobia)이란 정보통신기술과 인공 지능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공포감이자 적대감입니다. 기기의 기능이 점점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겁니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과학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고 인간을 지배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등의 비관적 견해에 치우치기도 합니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 사회에 새로운 위협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죠. 

 

드라마 <블랙미러>에는 편리한 기술, 첨단 과학이 오히려 비극과 공포로 다가온 미래의 어느 시점을 보여줍니다. 머리 속에 스마트폰을 이식해 연애코치를 받다가 죽는 이야기, 죽은 남편의 정보, 음성, 영상 등의 데이터를 입력해 그리움을 달래다가 남편과 똑같이 생긴 인형까지 만들어 혼란스러워진 아내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중 두 편을 소개합니다. 사람에게 평점을 주고, 그 평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세상과 내가 눈으로 본 모든 일상을 영상으로 저장해 언제든 재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존재하는 세상입니다. 

 

당신의 평점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평범한 일상은 지금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서로 평점을 매깁니다. 주인공 레이시의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 꽤 좋은 편입니다. 조금 더 좋은 평점을 얻기 위해 매일 아침 활짝 웃는 연습을 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다섯개의 별(평점 5점)을 날립니다. 이는 비단 이 주인공만 하는 노력은 아닙니다. 카페 직원 잭도 그녀에게 서비스 쿠키를 주죠. 휴대폰을 들어 서로 다섯 개의 별을 날립니다.

 

이 평판을 유지하고, 더 올리기 위해 하루종일 다른 사람들의 sns를 확인하며 별점을 쏘고, 맛없는 쿠키와 음료를 마시면서 "천상의 맛"이라는 글을 덧붙여 올리죠. 

 

4.6 평점! 이 사람의 정보가 옆에 뜨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세상에선 모두 렌즈를 끼고 있는데요. 이 렌즈는 마주치는 사람들의 평점을 알려줍니다. 최근에 올린 sns도 옆에 바로 띄워줍니다. 서로 좋은 평점을 얻기 위해 관심있는 척 질문하고,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합니다. 더 좋은 평점을 얻기 위해서 입니다.

 

왜 이렇게 평점에 집착하냐고요? 평점이 4.5이상이면 아파트 렌트도 더 싸게 할 수 있고, 비행기의 대기 좌석도 4.2이상인 사람에게 먼저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평점이 인기도이자 신용, 거칠게 말하면 그 사람의 전부가 되는 거죠. 이걸 높이기 위해선 평점이 높은 사람에게서 좋은 평점을 받아야 합니다. 어찌보면 인기인에게 인정받아야 인기인이 되는 것과 같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4.2 그뤠잇! 출처: 넷플릭스

레이시는 평점을 높이기 위해 옛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합니다. 어렸을 때 자신을 괴롭혔지만 평점은 높은 친구죠. 사실 이 친구가 레이시를 자신의 결혼식 들러리로 부른 이유도 레이시의 평점이 4.2로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에 가려고 아침부터 분주한 레이시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스토리를 고안하고 시나리오를 쓴 찰리 브루커는 "이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으로 평점과 sns를 띄워주는 렌즈만 없을 뿐이죠.

 

모든 걸 기억할 수 있다면

 

기억을 재생할 때 눈의 색이 이렇게 바뀝니다. 출처:넷플릭스

모든 걸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The entire history of you' 에피소드는 그레인이라는 특수 장치를 목에 심어 모든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된 사회를 그립니다. 혼자서 기억을 되돌려 볼 수도 있고, 빠른 재생도 가능합니다. 화면에 띄워 함께 볼 수도 있죠. 지우지 않는 한 과거의 기억도 재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재미있었던 일을 화면에 띄워 같이 보는 게 일상이 되었죠. 공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검사 받을 때도 서류나 증명서를 보여주는 대신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키면 그만입니다. 

 

다른 남자에게 호의적인 아내가 왠지 신경쓰입니다. 출처: 넷플릭스

어느날 주인공 리암은 아내와 함께 한 파티에 참석합니다. 아내와 다른 남자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는 걸 눈치챕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캐묻다가 혼자 밤새 파티 영상을 되감아봅니다. 남자가 했던 말을 분석하고 아내의 표정을 다시 보죠. 과거 아내와 했던 대화도 다시 돌려보는 리암. 결국 둘이 과거에 만났던 관계라는 걸 밝혀냅니다.

 

그 남자의 기억에 아내가 있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진 리암은 술에 취한 채 남자의 집에 찾아가 기억을 지우라며 협박합니다. 술에 잔뜩 취해 무슨 일을 했는지 술에서 깨고 난 후에 기억나지 않아도 저장된 영상을 재생시키면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습니다.

 

영상을 선택해 재생하거나 지울 수 있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리암은 아내에게 기억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아내는 기억을 보여줄까요? 기억을 보여주면 보여주는 대로.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 지워버렸다고 해도 지웠다는 사실이 또다른 의심을 불러올테니 다른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모든 걸 기억하게 되는 세상.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나 좋았던 추억을 생생하게 돌려볼 수도 있고, 당신이 봤던 모든 일을 다른 이와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기억을 강요당하게 될 지도 모르죠.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기술이 우리의 삶, 가정, 책상, 그리고 손바닥 안까지 바꿔놓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TV, 스마트폰, 모니터 등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화면의 각도를 조금만 바꿔 보아도 ‘블랙 미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 검은색 화면은 21세기 인류의 일상을 마치 거울처럼 비춥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12월 29일, 시즌 4가 시작했는데요. 어떤 블랙미러로 우리를 비추어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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