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시작된 미국의 캘리포니아 산불은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습니다. 사망자 수십명에 실종자 수까지 합치면 인명피해 단위가 1300명대를 웃돕니다. 이번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고 하는데요. 유독 캘리포니아 주에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National Interagency Fire Center>에서 제시하는 연도별 산불 통계를 보면, 이 지역에서 산불은 거의 매년 발생합니다.

 

캘리포니아 기후 때문?

 

컬럼비아 대학교의 생물기후학자 Park Williams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어떤 면에서 매우 간단하다"며 "충분히 건조한 재료에 불똥만 있으면 불이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기후는 강우량이 적고, 기온이 높아 여름에는 이 지역의 초목들이 서서히 메마릅니다. 불에 잘 타는 재료가 되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더 큰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발생하며 지구의 기온이 오르게 됐고, 이로 인해 가뜩이나 건조하고 뜨거운 캘리포니아 지역의 초목들은 더 건조해졌습니다. 그리고 불이 붙기 더 쉬워졌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화재 기록은 1932년부터 기록됐다고 합니다. 그 중 10건의 큰 화재 중 9건이 2000년 이후 발생했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5건이 발생했고, 그 중 2건은 이번 산불을 포함한 2건의 화재였습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산불은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Williams박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이 화재가 발생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졌다"며 "기후 변화는 향후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그는 기후 변화 외에도 한 가지 원인을 더 제시했습니다. 

 

인구 밀도 높은 캘리포니아

 

Williams 박사가 제시한 산불의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인구 밀도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인구조사국 조사를 보면 캘리포니아 주의 인구수는 약 3,900만 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로 꼽혔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의 건조한 기후가 초목을 마르게 해 불이 붙기 좋은 재료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를 발화시킬 불똥이 없다면 화재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산불은 번개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이 불똥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는데요. 실제로 화재는 인간과 관련한 이유로 더 자주 발생한다고 합니다. 

 

사막연구소(Desert Research Institute) 대기과학과 연구조교수인 Nina S. Oakley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하는 많은 화재들은 인간에 의해 발생한다"고 전했는데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쪽 끝에 있는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에서 발생한 산불은 송전선이 땅에 떨어지며 발생했습니다.

 

Williams 박사는 "캘리포니아 주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건기가 길다"며 "사람들은 언제나 불꽃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점차 도시과 숲 경계 지역까지 들어가 살게되면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티아나 바람(The Santa Ana winds)

 

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캠퍼스 지질학과 조교수 Fengpeng Sun은 "산티아나 바람으로 알려진 강한 돌풍이 서쪽의 그레이트 베이슨(Great Basin) 지역에서 건조한 공기를 남부 캘리포니아로 유입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그레이트베이슨은 네바다·유타·캘리포니아·아이다호·와이오밍·오리건 등 6개 주에 걸쳐있는 광대한 분지입니다. 

 

Sun 박사는 2015년 발표한 연구에서 캘리포니아에서는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두 번의 기간이 있다고 제안한 바 있는데요. Sun 박사가 말한 첫 번째 기간은 6월에서 9월까지의 기간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의 조합에 의해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때 산불은 비교적 내륙의 고도가 높은 숲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발생하는 화재는 '산티아나 바람'에 의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산불은 3배나 더 빠르게 번지고, 도시와 가까운 지역까지 불이 번져 더욱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1990년부터 20년 간 발생한 경제적 손실의 80%는 바로 산티아나 바람으로 발생한 화재 때문이라고 하니, 그 위력이 상상 초월입니다. 산티아나 바람은 단순히 식생을 메마르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불씨를 옮겨, 불을 퍼뜨리기 때문에 더 큰 화재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을비가 안 와서

 

올해 유독 기록적인 산불이 발생한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이맘 때 내려야 할 가을비가 와야할 때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캘리포니아의 가을비는 10월 말 시작되지만, 올해는 가을비가 제때 내리지 않아 이미 건조한 지역을 산티아나 바람이 더 건조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해양대기관리처의 Derek Arndt은 "10월 평균 동안 북캘리포니아 지역에는 2인치 이상의 더 많은 비가 올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역사적으로 이렇게 건조한 10월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Jin, Yufang, et al. "Identification of two distinct fire regimes in Southern California: implications for economic impact and future change."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10.9 (2015): 09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