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州 보스턴에 대변은행이 문을 열었습니다. 대변을 기부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곳인데요. 대변은행에서는 대변이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대변은행의 대변이 혈액은행과 피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대변 기부자에게는 약소한 사례비도 지불됩니다.
기부 과정 까다로워
우선 기증할 대변은 세상 빛을 본 지 한 시간이 지나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싱싱한 대변을 대변은행까지 가져오는 일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닌데요. 그래서 대변은행을 찾아 직접 채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출한 대변이 '기증품'으로 인정받는 비율은 3%가 채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대변은행에서는 대변 기증자가 되는 일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대변을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건강 상태와 관련된 약 200가지의 설문에 응해야 합니다. 에이즈나 바이러스성 설사, 간염, 천식, 알레르기 등 신체 질환은 물론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는 사람임이 확인되면 대변기부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 과정들을 모두 통과한다고 해도, 직접적인 혈액 검사와 대변 검사 과정이 남아있죠.
대변을 기부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기부된 대변이 '시디프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는 까닭입니다. 시디프 질환은 어떠한 항생제도 소용이 없는 심각한 설사병입니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이 기부한 대변을 이식받으면, 환자의 90%가 완치가 된다고 해요. 대변 속 건강한 미생물이 시디프를 고치는 원리입니다.
대변 이식 과정은 비교적 단순한데요. 염증이 일어난 장을 세척한 뒤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뽑아낸 미생물 균총을 환자의 직장을 통해 밀어 넣는 것이죠. 건강한 사람의 균총이 장 속으로 퍼지면 심각한 설사를 앓았던 시디프 환자의 장내 미생물이 완전히 바뀌어 완치됩니다.
##참고자료##
미생물 인간, <과학다큐 비욘드>, EB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