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와 '눈싸움' 하면 감튀 지킨다
갈매기와 '눈싸움' 하면 감튀 지킨다
  • 강지희
  • 승인 2019.08.08 23:30
  • 조회수 4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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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 게섯거라! 출처: pixabay
뭘 가져가니? 출처: pixabay

해운대 같은 바닷가에서 감자튀김이나 과자를 들고 있으면 눈치 빠른 갈매기들이 접근합니다. 갈매기가 사람들 틈을 파고들어 감자튀김을 훔쳐 먹으면 적잖게 당황스러운데요 영국 엑시터대학교의 생태학자 Neeltje J. Boogert 연구진이 갈매기가 사람의 음식을 훔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갈매기와 눈싸움을 하면 갈매기가 음식을 훔쳐먹을 가능성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갈매기의 도둑질처럼 다른 동물이 확보한 먹이나 자원을 훔치거나 뺏는 행위를 '절취기생(kleptoparasitism)'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절도 범죄도 넓게 보면 절취기생의 일환입니다.

치타에게 하이에나는 도둑이다. 출처: pixabay
치타에게 하이에나는 도둑이다. 출처: pixabay

절취기생의 대명사로는 하이에나가 있는데요. 치타는 가젤을 죽이기 위해 모든 체력과 에너지를 동원해 달리거나 살금살금 다가가서 쫓고 낚아채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하이에나는 치타가 잡은 가젤의 사체를 낼름 훔쳐가죠. 학자들은 하이에나의 행동을 '절도'나 '날치기'로 묘사하곤 합니다.

일부 개미종은 '군집'을 훔칠 수 있다. 출처: pixabay
일부 개미종은 '군집'을 훔칠 수 있다. 출처: pixabay

개미들 사이에서도 절취기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군집을 훔친다고 하는군요. 랩토토락스 개미는 수백 마리의 개체들로 군집을 이룹니다. 이 군집들이 기능을 하려면 먹이 수송 체계가 필요합니다. 일개미는 먹이를 삼킨 채 집으로 돌아온 다음 애벌레들에게 먹입니다. 개미들 중 여왕개미는 유일하게 생식을 할 수 있고 DNA를 후대에 전할 수 있는 개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일개미와 병정개미들은 여왕개미의 생존을 위해 일을 합니다. 

 

랩토토락스 개미들의 군집 틈에는 에피미르마라는 개미 종이 숨어있습니다. 그것도 여왕개미가 말이죠. 이 에피미르마 여왕개미는 랩토토락스 병정개미 한 마리의 공격을 받으면 영화 <킹스맨> 요원이나 '제임스 본드'처럼 능수능란하게 병정개미를 제압합니다. 하지만 이 병정개미는 나중에 쓸모가 있습니다. 에피미르마 여왕개미가 병정개미를 죽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에피미르마 여왕개미는 랩토토락스 개미의 분비물을 몸에 발라 낯선 냄새를 감춥니다. 때문에 랩토토락스 개미들은 이 여왕개미가 침입자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위장에 성공한 에피미르마 여왕개미는 랩토토락스 여왕개미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랩토토락스 여왕개미의 목을 큰 턱으로 죽을 때까지 조입니다.

 

랩토토락스 여왕개미가 죽으면 에피미르마 여왕개미는 여왕 자리를 차지해 랩토토락스의 군집의 새 지도자가 됩니다. 알을 낳으면 랩토토락스 일개미들이 알과 애벌레를 돌보게 만들죠. 말 그대로 군집 그 자체를 훔친 것입니다. 

 

내 눈을 바라봐

 

엑시터대학교의 연구진은 재갈매기(Larus smithsonianus)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250g의 감자튀김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갈매기들이 감자튀김을 먹지 못하도록 550g의 투명한 냉동고 안에 넣어 밀봉시켰죠. 연구팀은 바닷가에 있는 74마리의 재갈매기를 실험에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대다수는 그냥 가거나 감자튀김에 다가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나마 27마리의 갈매기들이 실험에 참여했고 데이터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험을 완료한 갈매기는 19마리 정도였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감자튀김을 땅에 두고 감자튀김과 1.5m 떨어진 곳에 연구진 중 한 명이 갈매기에게 시선을 주는 역할로 웅크리게 했습니다. 연구진은 두 가지 상황을 만들어 실험을 했습니다. 감자튀김 근처에 있는 연구원이 고개를 돌려 갈매기와 눈을 맞추지 않는 상황과 갈매기와 감자튀김을 뚫어지게 쳐다봐 갈매기와 눈을 맞추는 상황이었죠.

실험 결과 갈매기들은 연구원과 시선을 마주할 때, 마주하지 않을 때보다 감자튀김에 덜 접근했습니다. 갈매기들이 연구원과 눈을 맞출 때 감자튀김에 접근하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21초 늦게 걸렸습니다. 다만 연구원과 눈싸움을 벌였음에도 뻔뻔하게 감자튀김에 접근한 갈매기도 몇 마리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갈매기들이 인간의 시선에서 혐오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 연구는 갈매기와 인간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으며 넓게 보면 갈매기의 보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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