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중심으로···'트로이 목마' 면역세포
종양 중심으로···'트로이 목마' 면역세포
  • 강지희
  • 승인 2019.08.29 20:10
  • 조회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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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목마. 출처: pixabay
트로이 목마. 출처: pixabay

트로이 목마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트로이 목마는 그리스의 장군이자 책략가 오디세우스가 세운 전략인데요. 오디세우스는 그리스가 패배했다고 가짜로 선언한 뒤 트로이 목마를 그 전리품으로 바치겠다며 트로이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트로이 사람들은 아무 의심없이 기뻐하며 목마를 받아들였죠. 그날 밤 트로이는 전쟁에 승리한 기념으로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트로이 목마 안에 숨어든 그리스 병사들은 이틈에 빠져나와 트로이의 성문을 안에서 열어버리고 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트로이 목마'는 컴퓨터 악성코드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의 트로이 목마처럼 이 악성코드는 유용한 프로그램인 것처럼 위장해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 다양한 방법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사용자의 컴퓨터 보안에 큰 위협을 가합니다.

 

트로이 목마가 의학계에도 등장했습니다. 다만 '긍정적' 방향으로 나타났는데요.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트로이 목마처럼 암세포에 깊숙이 침투해 약물을 방출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고 합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장 연구팀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국민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체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면역 세포를 트로이 목마처럼 활용하는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면역 세포, '트로이 목마' 되다

 

암세포는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지만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은 암조직의 일부분에만 형성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혈관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항암 치료를 진행할 경우 혈관 주위 암세포에는 약물이 전달되어도 종양 중심부 깊숙한 곳까지는 거의 전달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는 암 치료 실패나 재발을 야기하죠.

 

연구진은 종양의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면역 세포에 주목했습니다. 면역 세포는 외부 물질로부터 인체를 방어합니다. 조직에 고정된 다른 세포와 달리 면역 세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 이물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자극에 따라 체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죠. 특히 최근에는 면역 세포가 암조직의 발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혈관의 밀도가 낮은 종양 중심부로 활발하게 이동한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면역 세포를 타게팅하는 항체를 접합한 나노입자를 직접 주입하면 나노 입자의 크기가 너무 커져 암조직으로의 전달 효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면역세포를 이용한 약물 전달 모식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면역세포를 이용한 약물 전달 모식도.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이러한 점을 착안해 연구진은 면역 세포를 약물전달 매개체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우선 연구진은 체내로 항체와 약물을 포함한 나노입자를 순차적으로 주입했습니다. 여기서 항체는 나노입자를 면역 세포에 부착시키는 접착제 역할을 하죠. 이후 연구진은 클릭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면역세포에만 나노입자가 결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노현 국민대 교수는 "면역 세포가 다양한 신호에 반응해 종양 중심부로 이동할 때 결합된 나노입자까지 함께 이동하게 된다"며 "스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나노입자가 일종의 '히치하이킹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면역세포로 나노입자가 이동하는 모습.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면역세포로 나노입자가 이동하는 모습.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참고로 클린화학반응이란 간단한 반응 조건에서 간편하게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화학 반응을 말합니다. 클린화학반응은 수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작용기와의 반응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면역세포에 의해 종양 내부로 전달되는 나노입자.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면역세포에 의해 종양 내부로 전달되는 나노입자.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약물의 전달 과정을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했습니다. 관찰한 결과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면역세포 표면에 부착된 나노입자를 종양 내부까지 운반하는 장면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더 자세한 확인을 위해 유방암이 발발한 동물 모델을 이용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결과 연구진은 실험 동물의 몸에서 기존 대비 2배 가량 많은 양의 약물이 종양 중심부에 축적됨을 확인했습니다. 혈관에서 거리가 먼 암세포까지 약물 전달이 가능해진만큼 치료 효과가 향상된 셈이죠. 

현택환 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현택환 단장. 출처: 기초과학연구원

현택환 단장은 "기존 나노입자 기반 약물 전달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부위까지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 다양한 질환에 참여하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현재 기술로는 약물 전달이 어려웠던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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