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전사를 미치게 만든 건?
광전사를 미치게 만든 건?
  • 강지희
  • 승인 2019.09.25 23:05
  • 조회수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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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위에 신화 있다. 출처: pixabay
판타지 안에 신화 있다. 출처: pixabay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는 수 많은 신화에서 유래됐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수많은 직업들도 신화와 먼 역사에서 언급된 직업이죠. '광전사'도 신화와 고대 역사에서 유래된 판타지 직업입니다. 광전사들은 이름 그대로 미친 듯이 전투에 임했는데요. '광전사(Berserker)'는 고대 북유럽 신화과 바이킹 민족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신화에 따르면 광전사는 북유럽 신화의 유명한 군신 오딘의 가호를 받은 전사라고 일컫습니다. 곰의 가죽(bear shirts)을 뒤집어 쓰는 전사라는 의미로 '베르세르크(Berserk)'라고도 부르죠. 

 

바이킹 전사들은 보통 사람보다 체구가 큰 편인데요. 광전사들은 바이킹 전사들 중에서도 몸집이 더 거대했습니다. 광전사들은 광전사들은 고국에 있을 때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자상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전투에 임하면 늑대처럼 소리를 지르고 자신의 방패를 마구 물어뜯으면서 화난 곰처럼 싸웁니다.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특성 때문에 광전사들은 전투 중일 때 아군들과 가능한 한 멀리 배치됐습니다. 

광전사 이미지. 출처: AdobeStock
광전사 이미지. 출처: AdobeStock

광전사들은 전쟁터에서 두려움을 몰랐습니다. 심지어 팔다리가 떨어져나가도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오딘을 따르는 광전사들은 전투 시 자신을 야수라고 굳게 믿음으로써 '베르세르크의 격정'이라 불리는 흥분상태가 돼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몰살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버서커(Berserker)라는 말은 본래의 의미를 벗어나 미친 전사(광전사, 狂戰士)의 대명사가 됐다고 합니다. 

 

게임을 포함한 대중매체에서는 특유의 강력한 전투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지 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공격에만 특화된 무서운 전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캐릭터로 묘사되는 일도 빈번합니다.

 

광전사들을 미치게 만든 것은?

 

학자들은 광전사를 미치게 만든 원인을 조사했습니다. 원인으로는 광대버섯을 포함해 여러 가지 약물과 식물들이 언급됐죠. 광전사들은 싸울 때는 야수처럼 흉포하게 싸우지만 싸움이 끝난 후에는 급격히 기운이 빠져 멍한 상태에 빠지곤 했습니다. 학자들은 마약이나 독 성분이 들어간 약물 또는 식물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데요. 학자들은 '광대버섯'이 광전사를 미치게 만든 유력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동화 속에 많이 나오는 광대버섯. 출처: pixabay
동화 속에 많이 나오는 광대버섯. 출처: pixabay

광대버섯을 먹으면 침이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혈압이나 시력 저하 현상이 나타납니다. 환각을 일으키기도 해 광대버섯은 고대부터 종교적으로 중시돼왔습니다. 유럽의 라플란드인이나 시베리아의 샤먼 등도 전통적으로 종교의식에 광대버섯을 이용했다는군요.

 

광대버섯이 일으키는 환각작용은 '이보텐산'과 이보텐산의 분해산물인 '무시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보텐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글루타민산과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갖습니다. 글루타민산은 신경전달물질로서 흥분성을 제공하는데요. 이보텐산이 몸속에 들어오면 글루타민산 수용체에서 글루타민산과 유사하게 작용해 흥분 상태를 일으킵니다. 

 

광대버섯이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맹독은 없습니다. 광대버섯과 같은 과에 속하는 알광대버섯이나 독우산광대버섯은 소량이라도 간장이나 신장에 심한 장애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광대버섯에는 위독한 증상을 일으키는 펩티드 계열의 맹독이 없습니다. 따라서 광대버섯 한두 송이 먹었다고 죽는 일은 없습니다.

 

광전사들을 미치게 한 원인이 광대버섯이라는 점에 이견을 제시한 과학자가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대학교 민속 식물학자 Karsten Fatur는 광대버섯이 아닌 '사리풀'이 광전사들을 미치게 만든 유력한 원인이라 주장했습니다.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Fatur는 역사, 독성학, 약리학, 식물학 문헌을 모두 메타 분석했습니다. 수 많은 문헌을 바탕으로 Fatur는 광전사의 분노 상태를 유도하는 데 사리풀이 효능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녀가 좋아할 것 같은 사리풀. 출처: pixabay
사리풀. 출처: pixabay

사리풀은 야채 파슬리와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몸에 좋은 파슬리와 다르게 사리풀 속 독성물질은 동물을 미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리풀의 뿌리를 먹으면 눈이 침침해지고 현기증이 나며 졸음이 오다가 정신착란과 경련을 일으킵니다. 심지어 머릿속에는 끔찍하고 산만한 영상들이 마구 펼쳐지는 탓에 식욕까지 잃을 수 있다는군요. 이런 특성 때문인지 사리풀은 맨드레이크, 독말풀속의 식물들과 함께 '마녀의 풀(witches' weeds)'이라고 불렸습니다.

 

사리풀에는 '트로판 알칼로이드'가 들어있습니다. 트로판 알칼로이드는 가장 강력한 항콜린제로 신경전달체인 아세틸콜린의 신경신호를 차단합니다. 트로판 알칼로이드로는 아트로핀, 스코폴라민 등이 있는데요. 아트로핀은 아세틸콜린과 화학구조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시냅스의 상대쪽 세포의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아세틸콜린을 제치고 결합합니다. 이로 인해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아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억제되고 평활근이 이완되기도 하죠. 하지만 아세틸콜린의 과잉 작용을 억제할 수 있기에 사린의 해독제로 응용되기도 합니다. 

 

사리풀도 광대버섯과 함께 종교 의식과 매체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리스 델피 신전에서는 신들을 자극하기 위해 사리풀과 독말풀을 태워 연기를 만들고 연기를 이용해 의식을 치렀다고 전해집니다.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곡 <햄릿>에서도 주인공 햄릿의 아버지가 사리풀 독으로 살해당했다고 언급됩니다. 

 

Fatur는 "이 연구를 증명하거나 반증할 수 있는 고고학 또는 역사적인 증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사리풀은 버서커의 급작스런 광증 상태를 이해하는 가장 실용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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