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사, 모르면 모른다고 써라"
"과학 기사, 모르면 모른다고 써라"
  • 함예솔
  • 승인 2019.09.26 19:50
  • 조회수 486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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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제압한 바로 그 장소에서 '2019 과학기자대회'가 열렸습니다. 26일 포시즌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과학 언론의 목소리를 듣고 연구자와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행사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본격적인 세션에 앞서 '과학 언론은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주제로 진행된 사전 토론에서는 과학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방향 설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과학기자대회 현장 모습.
발언 중인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장 겸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

새로운 미디어 환경

 

지난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세계과학기자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83개국 1,137명이 참석했다고 하는데요. 국내에서도 기자 7명이 참석했습니다. 참고로 세계과학기자대회는 세계과학기자연맹(WFSJ)이 2년 마다 개최하는데요. 전 세계 과학·의학 언론인의 모임입니다. 언론계 국제 행사로는 최대 규모로 분류됩니다. 올해 세계과학기자대회에서는 전 세계적 언론이 맞이하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고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가 몇 가지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구독 모델을 만든 과학 매거진이 늘어났습니다. 영국의 과학전문매체인 <New Scientist>에서는 오프라인 잡지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하고 있는데요. 이밖에도 미국의 대중과학전문지 <Scientific American>에서도 뉴스레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과학전문지 'Scientific American'. 출처: Scientific American

독자층을 특정해 과학전문 잡지를 만드는 곳도 있는데요. 프랑스의 <SCIENCES AVENIR>에서는 12세~16세를 타깃으로 <헤시태그 사이언스>라는 잡지를 발행합니다. 이밖에도 1인 미디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기자들이 플랫폼에 기사를 올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70%를 가져갈 수 있는 참여형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향후 '수익성'과 '저널리즘'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습니다. 이은정 KBS 과학전문기자는 "요즘은 스낵 사이언스 시대"라는 말을 전했는데요. "과학도 샌드위치나 작은 카나페처럼 입에 넣기 좋은 가벼운 형태로 만든 콘텐츠가 인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써야 신뢰 얻어"

 

김찬석 청주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현재 언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과학 언론 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의 플랫폼이 변했다"며 "플랫폼의 변화 뿐 아니라 독자들 역시 엄청난 지식으로 무장한 '니어슈머(엔지니어+컨슈머)'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덧붙여 "과학 언론이 신뢰도를 높이고 발전적 감시자 역할을 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과학 언론의 위기 상황에 대해 오세욱 한국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젊은층 사이에서 텍스트 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지점을 언급했는데요. "과학 언론 뿐 아니라 모든 언론의 위기이다. 심지어 네이버도 위기"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어 "젊은층이 네이버를 안 본다. 데이터가 말해준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모르면 모른다고 써라"라고 말하는데요. "투명성이 중요하다. 어러운 내용을 쉽게 풀면서 (권력) 감시도 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기사를 이해하고 쓴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오늘날 기자보다 더 전문적인 독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왜 이 사안에 관심을 가졌고 왜 취재를 했는지 투명하게 알려주는 게 오히려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이런 방법을 통해 과학 언론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밖에 "과학 언론, 고기가 나오는 낚시질 필요하다"라는 도발적인 진단도 이어졌습니다. 김소영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은 과학 언론 위기 극복 방안에 "뉴미디어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독자들의 주의집중 시간(attention span)이 짧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학 언론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처음 시작하는 도입부의 단어를 잘 잡아서 이후 복잡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독자들이 잘 읽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극적 소재로 클릭을 유도하는 구태를 답습하라는 주문이 아니라 수요자의 니즈(needs)에 맞는 이른바 '눈높이 저널리즘'으로 무장하라는 설명입니다. 즉, 독자들이 서두에 해당 콘텐츠를 친근하게 느낄 만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해석입니다.

 

"학자들, 동료 평가도 보도자료에 넣어라"

 

과학 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적 접근 의견도 제시됐는데요. 류준영 머니투데이 기자는 "과학 콘텐츠 소비가 어떻게 이뤄지나 분석이 필요하다. 어떤 가치를 제공하기 원하는지 콘텐츠 방향 정한다면 과학 언론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영완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는 조금 더 구조적인 주문을 학계에 던졌는데요. "연구 기관에서 보도자료를 만들 때 연구자의 설명과 함께 다른 동료 연구자의 평가까지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 기관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는 대부분 연구 논문을 쓴 저자가 결론을 낸 자료입니다. 기자들은 이를 이해하고 쓰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언론에서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 유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독자들은 이를 의심없이 수용해 올바른 정보라고 생각하기 십상인데요. 현재의 보도자료 시스템을 개선해 학계와 언론계가 함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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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지질학 전공생 2019-09-26 21:38:45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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