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독 태풍 많은 이유
올해 유독 태풍 많은 이유
  • 함예솔
  • 승인 2019.10.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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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와 동시에 올해는 1959년 이후 60년 만에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한 해로 기록됐는데요. 유난히 올해 가을 태풍이 잦은 이유는 뭘까요?

태풍..피해.. 걱정입니다. 출처:AdobeStock
올해 태풍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거임? 출처: AdobeStock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질연구센터 임재수 박사 연구팀이 한반도 태풍과 집중호우 발생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연안지질 퇴적층과 엘니뇨 연구를 통해 발표한 결과인데요. 과거 한반도 9천 년 동안의 집중호우 패턴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제4기 지질연구분야의 세계적 과학 전문지인 <Quaternary Science Reviews>에 게재됐습니다. 

 

과거 태풍 호우 기록, 퇴적물서 찾다

 

올해 유독 자주 발생하는 태풍의 원인은 지구온난화 때문일까요?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태풍이 자주 몰려오게 되는 걸까요?

 

현재 기상데이터에 따르면 과거 태풍 정보는 10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하는데요. 자연적으로 발생한 태풍과 관련된 집중 호우의 미래 변동을 예측하려면 과거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 기록들은 퇴적물 속에 있으며 이를 통해 과거의 자연 변동성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래야 이를 기반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 모델링이 가능합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남해 고흥 연안에서 현장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약 10m 퇴적물 속의 과거 9천년 동안의 집중호우 기록을 복원했습니다. 9천년 전은 홀로세에 해당하는데요. 홀로세는 과거 약 11,7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말합니다. 제4기는 홀로세를 포함한 과거 약 260만년의 기간에 해당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연안환경 변화는 약 1만년 전부터 해석했고, 집중호우 분석은 주로 과거 9천년 기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시추 코어.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흥지역 퇴적물 시추코어 사진. 숫자는 식물편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나타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 결과, 남해안 집중호우 변동 양상이 한반도와 일본에 태풍이 많이 찾아올 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과거 엘니뇨 발생 빈도가 높은 시기에 남해 지역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습니다. 이에 한반도의 집중호우 현상이 전 지구적 대기-해양 변화와 관련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집중호우 빈도는 약 1550년, 780년, 140년 주기를 보였습니다. 현재는 1550년과 780년 주기의 정점에 해당합니다. 이에 남해 지역과 일본에 태풍 영향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미래 1천 년 예측 모델링 결과에서는 남해지역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향후 300~400년 동안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이러한 자연적인 감소 경향이 교란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황-탄소 동위원소, 연안환경 변화 지표로 활용

(A) 동아시아 지역 및 주요 태풍경로, 엘니뇨 빈도가 높은 시기에 태풍이 북상하여 한국-일본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 (B)~(D) 남해 고흥만 내 시추공 위치.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A) 동아시아 지역 및 주요 태풍경로, 엘니뇨 빈도가 높은 시기에 태풍이 북상해 한국-일본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음. (B)~(D) 남해 고흥만 내 시추공 위치.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번 연구는 다중환경지시자(Multi-environmental indicator)를 활용해 과거 연안 환경과 수문 변화를 추적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이 있다고 하는데요. 과거 약 1만년 동안 연안 환경의 복원을 위해 국내 최초로 퇴적물에 포함된 황(sulfur)을 대상으로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과거 9천 년 전에 해수가 현재 고흥만에 유입되기 시작한 후 '조간대-조하대-조간대'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참고로 조간대(Intertidal zone)는 조석 변화에 따라 해수면이 가장 낮은 간조시에는 수면 위로 노출되고 해수면이 가장 높은 만조 시에는 수면 아래에 잠기는 연안 지역을 말합니다. 반면 조하대(Subtidal zone)는 간조 때에도 노출되지 않는 연안 지역으로, 연안의 저조선(low water line) 아래 쪽으로서 항상 물에 덮인 지역을 말합니다. 

 

유기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과거 고흥만으로 유입된 담수의 움직임을 추적했습니다. 특히 XRF 코어 스캐너를 활용해 집중호우 시 유입되는 육성기원 원소비(Ti/Al)값의 시계열 변화를 복원했습니다. 10cm 간격으로 분석된 황-탄소 동위원소 값의 변동은 과거 해수면 변동과 관련된 장기적 연안 환경 변화 지표로 활용됐습니다. 5mm 간격의 고해상도(20년)으로 분석된 원소비(Ti/Al) 값 변화는 과거 고흥만에서 발생한 수십 년-수백 년 단위의 단주기 집중호우 빈도 변화를 추적할 단서가 됐습니다. 

 

엘니뇨 빈도와의 연관성

 

연구팀은 과거 9천 년 동안 나타난 엘니뇨 발생 빈도 변화와 고흥만의 육성기원 원소비값 변화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했습니다. 고흥만에서 발생하는 집중호우가 엘니뇨 빈도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겁니다. 고흥만에서 집중호우 빈도가 증가한 시기는 과거 일본 서부 연안에 태풍으로 인한 범람 퇴적층이 쌓인 때와 비슷합니다.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북상해 남해와 일본 서부 연안에 영향을 주는 횟수가 잦을수록 남해에 집중호우가 증가했던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기 분석 결과.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Redfit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한 주기 분석 결과.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은 고흥만 육성기원 원소비값의 시계열 변화를 대상으로 Redfit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해 주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약 1550, 780, 140, 120, 105년의 주기성이 관찰됐습니다. 이러한 주기성의 교차 검증을 위해 적합회귀모델을 이용한 통계분석을 실시한 결과 1550, 780, 140년의 동일한 주기가 확인됐습니다. 

고흥만 지역 미래 집중호후 빈도 예측 모델링 결과.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흥만 지역 미래 집중호후 빈도 예측 모델링 결과.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종합하자면 현재 고흥지역의 집중호우 빈도는 1550년과 780년 주기의 정점에 있어 당분간 집중호우가 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예측이 맞다면 올해 유독 태풍이 잦았던 이유는 남해지역 수문 변동의 주기성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연구진은 당분간 남해 지역과 일본에 태풍 영향으로 인한 집중호우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주기분석과 회귀분석상 이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태풍이 자주 몰려오게 되는 걸까요? 주기를 따져보면 향후 300~400년 동안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니 한동안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아시아 지역의 퇴적물 연구를 통해 얻은 수문변동 자료에 주기 분석과 비선형 적합회귀모델링을 최초로 적용한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남해 지역 수문 변동이 어떤 주기성으로 과거에 발생했는지 밝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고흥 지역에서 복원된 고해상도 집중호우 기록이 남해와 일본 서부연안을 대표할 수 있는 광역 태풍-수문변동 지시자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임재수 박사.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임재수 박사.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안 지역의 퇴적물은 당시에 비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내렸는지에 따라서 강으로 유입되는 육성 기원 입자 크기, 구성 물질들의 특성이 달라집니다. 이는 집중호우와 관련된 수문-기후변화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하천-연안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퇴적층 연구를 통해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후변화 예측 모델링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임재수 박사-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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