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가짜 기억 이식' 성공적
동물에 '가짜 기억 이식' 성공적
  • 강지희
  • 승인 2019.10.14 09:00
  • 조회수 39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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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탈 리콜' 포스터. 출처: flickr
영화 '토탈 리콜' 포스터. 출처: flickr

가짜 기억을 이식하는 순간이 다가올까요? SF 영화에서는 가짜 기억을 머리에 심는 설정이 간혹 등장합니다. 영화 <토탈 리콜>이 그 예입니다. 주인공은 완벽한 기억을 심어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리콜시'에서 기억을 심다가 의문의 사고를 당해 추격전에 휘말리게 됩니다. 인디 게임 <투 더 문>도 기억 조작을 설정으로 다룹니다. 임종을 앞둔 노인 조니는 '달에 가고 싶다'는 소원을 품습니다. 게임 속 플레이어는 로잘린과 와츠 박사가 돼 조니의 기억 속에 '달에 가고 싶다'는 욕망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아키 스가루의 소설 <너의 이야기>에서도 가짜 기억을 소재로 다룹니다. 20살 때까지 외롭게 산 주인공은 나노 로봇으로 가짜 기억을 이식받습니다. 어릴 때 소꿉친구가 있다는 가짜 기억인데요. <너의 이야기>는 가짜 기억 속의 소꿉친구가 실제 눈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또 실험이라니 내가 아주 동네북이야. 출처: pixabay
저 괴롭히지 마세요. 출처: pixabay

과학자들은 현재 동물에 가짜 기억을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미국 MIT가 공동 설립한 신경회로유전학센터 연구진이 광유전학을 이용해 쥐의 해마에 가짜 기억을 심는 데 성공하기도 했죠. 연구진은 상자 A와 B를 이용해 실험을 했는데요. 쥐는 상자 A 속에 들어갔다 나온 후 상자 B에 들어가 전기 충격을 받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쥐는 상자 B에 전기 충격이 있음을 기억하겠죠. 

 

연구진은 이때 쥐의 뇌에 삽입한 광섬유로 레이저를 쏘아 상자 A의 기억이 저장된 세포를 활성화시킵니다. 쥐가 상자 B에서 받은 고통을 상자 A에서 있었던 일로 기억하게 한 것이죠. 쥐는 상자 A에 들어간 결과 가짜 기억으로 공포에 질려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합니다.

 

또 다른 연구진이 다른 동물로 가짜 기억을 심는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UT 사우스웨스턴 오도넬뇌연구소의 신경과학자 Todd F. Roberts의 연구진은 금화조(Zebra Finch)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요. <Scienc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가짜 기억을 심어 금화조가 노래를 스스로 학습하게 했다고 합니다. 

 

금화조의 노래

아들~ 게임하지말고 아빠랑 노래 연습 해야지~! 출처: AdobeStock
아들~! 게임하지말고 아빠랑 노래 연습 해야지~! 출처: AdobeStock

새들은 보통 수컷만 노래를 부릅니다. 금화조도 그렇습니다. 수컷 금화조는 짝짓기를 하기 위해 노래로 암컷을 유혹합니다. 피아노나 성악 레슨을 받으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금화조를 보면 위안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금화조도 노래를 부르기 위해 스파르타 레슨을 받아야 되기 때문이죠. 어린 수컷 금화조는 소리를 내기 전에 아빠 금화조로부터 노래를 듣습니다. 어린 금화조는 아빠로부터 노래의 선율을 하나하나 익혀나가야 합니다. 어린 금화조는 먼저 아기처럼 옹알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이후 몇 달을 걸쳐 어린 금화조는 수만 번의 노래 연습을 합니다. 마침내 아빠 새의 노래를 배웁니다.

아...안 돼...내 신혼의 꿈이...출처: pixabay
아...안 돼...내 신혼의 꿈이...출처: pixabay

어린 수컷 금화조가 아빠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자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빠의 레슨을 받지 못한 금화조는 노래 자체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노래해 괴상한 소리만 내죠. 결국 이 금화조는 성장한 후에도 짝을 유인하지 못합니다. 어른이 된 금화조는 기본적으로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금화조는 빙판 위에 지정된 연기를 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처럼 지정된 노래를 하는데요. 그래서 금화조의 노래는 '결정화'됐다고 합니다. 금화조는 노래를 기억에 저장하고 언제든 회상할 수 있습니다. 

 

가짜 기억을 심었더니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금화조가 노래를 하는 데 뇌에 있는 영역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HVC와 NIf라는 영역인데요. HVC는 청각 경험으로부터의 학습과 밀접하게 연결된 부위입니다. NIf는 특정한 음절을 기억하게 하는 뇌 영역이죠. 연구진은 이 두 영역이 금화조의 노래와 관련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뇌의 두 영역 사이의 상호 작용을 제어해 아버지로부터 배운 경험이 없는 금화조에 기억을 입력했습니다. 새들은 이 기억들을 그들이 노래의 음절을 배우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각 음의 지속 시간은 빛이 뉴런을 활성화시키는 시간에 해당됩니다. 빛 노출이 짧을수록 음은 짧아지죠.

저, 이제 혼자 부를 수 있어요! 출처: pixabay
저, 이제 혼자 부를 수 있어요! 출처: pixabay

이 거짓 기억으로 금화조는 배우지 않은 음절을 익히는 데 성공합니다. Roberts 박사는 "행동 및 목적 기억을 암호화하는 뇌 영역이 확인된 일은 이번 실험이 처음"이라며 "이 발견으로 우리는 이 기억들을 새들에 심어 스스로 노래를 학습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금화조가 가짜 기억을 심어 모든 노래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짜 기억은 노래 전체가 아닌 음절과 같은 특정 영역만을 다루기 때문이죠. Roberts 박사는 "이번 연구로 금화조가 모든 노래를 익히려면 아직 멀었다. 만약 다른 경로를 알아낸다면 아버지 금화조와 상호 작용을 할 수 없어도 새에게 노래를 부르는 법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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