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남아선 안 될 외계행성 발견
살아 남아선 안 될 외계행성 발견
  • 함예솔
  • 승인 2019.11.13 08:35
  • 조회수 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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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 물리학상(Nobel Prize in Physics)은 외계행성을 발견한 공로로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천체물리학 명예교수인 미셸 마요르(Michel Mayor)와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에게 돌아갔는데요. 1995년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그들은 '51 Pegasi b(페가수스자리 41b)'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우리 태양과 같은 항성 주변에서 발견된 최초의 외계행성이었습니다. 이후 외계행성 분야는 성장했고, 지난 24년간 지상과 우주 관측소를 통해 천문학자들이 찾은 외계행성은 4,000개에 달합니다. 


그런데, NASA 과학자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우주망원경(TESS)이 발견

테스 사진.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우주망원경 TESS. 출처: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케플러우주망원경을 잇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는 지난해 4월 발사됐습니다. TESS는 2년간 슈퍼 지구를 포함해 1,500개의 외계행성 후보 천체를 분류하는 임무를 맡았는데요. TESS는 지금까지 외계혜성(exocomet), 3개의 태양을 가진 암석형 외계행성, 별을 집어삼키고 있는 블랙홀 등을 발견했습니다. 최초로 지구 크기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외계행성은 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발견된 외계행성은 오래 전 이미 항성에 의해 불타 사라졌어야 할 위치에 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행성은 목성 질량의 8.2배나 되는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으로 적색 거성(red giant star)인 HD 203949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별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는 포르투갈에 있는 IA(Instituto de Astrofísica e Ciências do Espaço)의 천문학자들이 천문지진학적(asteroseismological) 관측으로 밝혀냈습니다. 해당 연구는 <The Astrophysical>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HD 203949 별 죽어가고 있다

항성 근처에 있는 행성은 항성에서 나오는 중력, 바람, 복사선이 모든 가스를 날려보내거나 태우기 때문에 존재하기 힘들다. 출처: ESO/L. Calçada
항성 근처에 있는 행성은 항성에서 나오는 중력, 바람, 복사선이 모든 가스를 날려보내거나 태우기 때문에 존재하기 힘들다. 출처: ESO/L. Calçada

별이 수명이 다해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별의 진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별은 초기 질량에 따라 각기 다른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모든 별은 성운에서 태어나 성운으로 돌아갑니다. 별의 진화 과정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태양의 질량입니다. 지구의 질량 (M⊕)은 보통 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너무나도 작기 때문에 흔히 모든 천체들은 태양을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HD 203949 별은 초기질량은 (M0) ~ 0.45 - 3 M⊙입니다. 이는 이 별은 '원시별→주계열성→적색 거성→행성상 성운→백색 왜성' 순으로 진화 단계를 거치는데요. 이는 태양과 비슷한 진화 단계를 나타냅니다.

사진- 별의 일생 출처:KASI
사진- 별의 일생 출처:KASI

주계열성에 진입한 후 수소를 모두 소진한 별은 적색 거성 단계에 진입하면서부터 헬륨을 핵융합 시키기 시작합니다. 탄소를 만들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탄소를 핵융합 할 만큼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질 수는 없는 환경이기에 더 이상의 진화는 불가능합니다. 태양 같은 별들은 질량이 작은 이유로 탄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열과 압력을 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헬륨 핵융합으로 발생한 막대한 중력에 길항하는 복사압으로 인하여 적색 거성의 외피층은 수만 년에 걸쳐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중심핵이 수축하면서 별의 표피부가 점점 더 팽창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하는데요. 이번에 발견된 행성의 궤도는 184.2일의 주기를 갖습니다. 그런데 이 궤도는 HD 203949 별의 대기가 팽창해 부풀어 오른 직경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행성은 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요? 

 

READ MORE: '초기질량'에 따른 별의 진화를 볼까요?

 

별 질량 체크해 진화단계 알아냈다  

 

천문지진학(asteroseismological)은 항성 표면의 진동을 분석해 항성의 내부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지구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밝혀내는 것처럼, 항성 표면에서 감지할 수 있는 진동모드(oscillation modes)는 항성 내부에서 음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줍니다. 이 데이터는 별의 크기, 질량, 나이와 같은 항성에 관한 주요 정보를 밝히는 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TESS에는 천문지진학(asteroseismological)을 위한 장비가 탑재돼 있는데요. 관측소에서 이 장비를 외계행성을 지닌 항성에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관측장비는 두 항성을 대상으로 사용됐는데요. HD 203949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 HD 203949 b, 그리고 HD 212771라고 불리는 황색의 준거성(subgiant star)과 이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목성 질량의 약 2.3배에 달하는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입니다. 참고로 준거성은 주계열성보다는 조금 밝고 거성보다는 어두운 별을 말합니다. IA 천문학자 Tiago Campante은 "TESS 관측은 항성 표면에서 부드러운 진동도 측정할 수 있을만큼 정밀하다"며 "상당히 진화된 단계에 있는 이 두 별은 행성도 가지고 있어 행성계의 진화에 관한 연구에 이상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 종종 항성 가까이에서 발견된다. 출처: Karen Teramura, UH IfA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 종종 항성 가까이에서 발견된다. 출처: NASA/Karen Teramura, UH IfA

그래서 연구진은 별의 크기, 질량, 나이를 계산하기 위해 천문지진학(asteroseismological) 데이터를 사용했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HD 203949 별은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질량이 작았습니다. 이는 항성이 많은 부분을 이미 잃었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이는 결국 HD 203949b만큼 가까운 궤도로 도는 행성이 존재하기엔 항성의 진화가 너무 많이 일어났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HD 203949 시스템 너머를 보면, 엄청난 단서가 존재합니다. 많은 시스템에서는 항성 가까이에 존재하는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들은 형성되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행성으로 함께 커지기 전에 항성에서 나오는 중력, 바람, 복사선이 모든 가스를 날려보내거나 태웠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어떻게 항성 가까운 곳에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죠.  

 

멀리서 형성된 후 이동했다

목성도...? 출처: AdobeStock
목성도...? 출처: AdobeStock

연구진들은 데이터를 이용해 모델링을 실시했습니다. 모델링 결과, 이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은 더 먼 곳에서 형성된 이후 느린 소용돌이를 타고 안쪽으로 이동한다면, 항성에 바짝 다가가는 게 가능했습니다. 이 증거는 우리 태양계에도 존재합니다. 바로 목성이 이렇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HD 203949b 역시 훨씬 더 먼 곳에서 형성됐고 이미 최대 크기로 확장된 이후 항성 가까이로 이동해 다시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IA 천문학자 Vardan Adibekyan은 "이 과학적 딜레마에 관한 해결책은 항성과 행성이 함께 형성될 뿐만 아니라 함께 진화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입각한다"며 "이렇게 특별한 경우, 행성은 항성에 집어삼켜지는 걸 간신히 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행성과 항성의 진화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천문지진학(asteroseismological)을 위한 장비가 탑재된 TESS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연구였습니다. 항성의 정확한 반지름을 알아내는 건 이 항성을 지나는 행성의 정확한 직경을 측정하는데 필수적입니다. 또한 HD 203949의 나이를 아는 것은 이 특이한 행성의 궤도 역사를 추론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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