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면역 방해한다
홍역, 면역 방해한다
  • 강지희
  • 승인 2019.11.14 08:45
  • 조회수 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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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바이러스 이미지. 출처: AdobeStock
홍역 바이러스 이미지. 출처: AdobeStock

학자들은 홍역 바이러스가 '면역 기억 상실증'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지 못했는데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의학미생물학 연구원 Colin A. Russell의 연구진이 홍역이 면역 기억 상실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Science Immun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홍역 바이러스는 면역세포 안에 숨어 다른 질병에 대한 기억세포 형성을 방해합니다. 또한 이는 독감, 폐렴과 같은 다른 질병에 대한 면역 체계의 성능을 떨어뜨립니다.

 

B 림프구와 기억세포

1차 면역 반응과 2차 면역 반응의 차이. 확실히 2차 면역 반응에서 반응이 신속하고 B세포가 많다. 출처: Wikimedia Commons
1차 면역 반응과 2차 면역 반응의 차이. 확실히 2차 면역 반응에서 반응이 신속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바이러스 등의 항원이 들어올 때 B 림프구와 T 림프구는 항원의 종류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특이적으로 반응합니다. T 림프구는 항원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합니다. B 림프구는 처음 침입한 항원의 경우 항원의 종류를 인식하고 형질세포와 기억세포로 분화합니다.

 

형질세포는 항체를 생산합니다. 생성된 항체들은 혈액으로 나와 항원과 결합하고 항원 항체 반응을 일으킵니다. 항원을 무력화시키거나 덩어리를 형성해 식균 작용이 쉽게 일어나도록 하죠. B 림프구가 처음 인식한 항원일 경우 B림프구는 항체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소량의 항체가 느리게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1차 면역 반응'이라 부릅니다.

 

1차 면역 반응에서 증식한 B 림프구 중 일부는 기억세포로 남습니다. 나중에 같은 종류의 항원이 침입하면 기억세포는 바록 증식하고 더 많은 형질세포로 분화됩니다. 덕분에 신속하게 다량의 항체를 만들어 항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2차 면역 반응'입니다. 이처럼 기억세포는 한 번 감염된 질병의 바이러스에 또다시 감염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홍역, B세포의 면역기억 방해해

괜한 신념 지키려다 다른 병 다 걸릴 기세. 출처: AdobeStock
괜한 신념 지키려다 다른 병 다 걸릴 기세. 출처: AdobeStock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V)로 인해 감염되며 전염성이 높은 질병입니다. MMR 백신이 개발된 이후 예방접종이 이루어지면서 홍역 감염 사례는 2000~2017년 사이 약 80% 감소했죠.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이 제한적으로 이뤄집니다. 백신 접종 금지 캠페인이나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종교적 커뮤니티 등이 출현하면서 일부 어린이들이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홍역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전세계에서 약 11만 명의 사람들이 홍역으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홍역이 아동 사망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13년 연구진은 네덜란드 한 지역의 아이들 26명으로부터 혈액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예방접종을 받지 못해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됐습니다. 2013년 5월~2014년 3월까지 네덜란드의 일부 지역에서 홍역이 발발했는데요. 

 

이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홍역에 대한 백신 보급률이 매우 낮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자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결국 이 지역들에 사는 약 2,700명이 홍역에 감염됐다고 보고됐습니다. 연구진이 샘플을 채취한 지역에서도 5명의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이 홍역에 걸렸다고 합니다. 

아냐...기억하고 싶지 않아! 출처: pixabay
B세포 : 아...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어... 출처: pixabay

연구진은 아이들의 감염 전후의 혈액샘플을 비교해 홍역 바이러스가 아이들의 면역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했습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B 림프구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했는데요. 연구진은 아이들의 혈액에서 미성숙한 B 림프구의 유전자 구성이 홍역 바이러스로 인해 불완전해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B 림프구가 기억세포를 잘 형성할 수 없음도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흰족제비를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홍역 바이러스가 면역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건데요. 족제비들은 모두 독감 백신접종을 맞았습니다. 연구진은 족제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연구진은 실험군 그룹의 족제비들에 홍역과 유사한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습니다. 대조군 그룹의 족제비들에는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습니다. 그 결과 실험군 족제비들은 대조군 족제비들보다 독감 증상이 더 심했다고 합니다.

 

연구진 중 한 명이자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원 Paul Kellam은 "우리는 홍역과 같은 바이러스가 족제비에서 기존의 독감 면역 기억력을 삭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며 "족제비들은 독감 예방 접종을 받았음에도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독감 항체의 수치가 낮아져 독감에 취약해졌다. 이는 홍역이 다른 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의 효과를 방해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로 연구를 했다. 출처: pixabay
연구 사례가 꽤 있군요. 출처: pixabay

<Science>에 게재된 또다른 논문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바이러스학 교수 Stephen J. Elledge의 연구진은 혈액에 있는 모든 항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혈액의 1㎛에는 수 조 개의 항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항체의 대다수는 '장기생존 형질세포'라는 골수세포에서 형성이 되는데요. 홍역 바이러스는 이러한 항체들을 형성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VirScan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홍역에 걸리기 전후의 아이들 77명의 혈액에 어떤 항체가 나타나는지 분석했습니다. VirScan은 연구진에게 아이들이 어떤 병원체에 감염됐으며 어떤 항체가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도구인데요. 하지만 홍역 바이러스는 과거 아이들에게 있던 항체 대다수를 지워버렸습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전체 항체의 11~72%를 잃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B 림프구가 만든 기억세포는 질병에 감염됐을 때 항체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데요. 홍역 바이러스가 B 림프구의 면역 기억을 지워버린 탓에 홍역에 감염된 아이들은 상당수의 항체를 잃었습니다. 이는 신생아들의 항체 수보다 살짝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오십보백보지만 말이죠. 반면 백신접종을 맞아 홍역에 걸리지 않은 아이들은 항체를 90% 이상 보유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마카크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홍역 바이러스가 항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습니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에 홍역 바이러스를 감염시켰습니다. 5개월 후 연구진은 원숭이들의 항체 수치를 검사했는데요. 원숭이들의 항체 수치는 전보다 40~60% 감소했습니다. 

여러분, 예방접종 받읍시다. 제발. 출처: AdobeStock
여러분, 예방접종 받읍시다. 출처: AdobeStock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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