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바꾸면 개미 신분도 바뀐다
유전자 바꾸면 개미 신분도 바뀐다
  • 강지희
  • 승인 2020.01.15 02:10
  • 조회수 5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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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개미는 사회 생활을 하는 동물들입니다. 생태학에서 사회 생활이란 생식, 방어, 먹이 획득과 같은 역할에 대해 계급과 업무를 분담해 생활한다는 의미인데요. 개체들이 일을 분담하고 협력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분업 구조가 이뤄지죠. 사회 생활을 하는 개체군을 해체시키면 각 개체도 생존하기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직 상담 받으려고 하는데요! 출처: pixabay
안녕하세요. 이직 상담 받으려고 하는데요! 출처: pixabay

개미는 역할에 따라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 등으로 나뉩니다. 개미의 계급이 나눠지는 데에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고 하는데요. 유전자를 바꾸면 개미의 신분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Molecular Cell>에게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특정한 전사인자를 조절하면 병정개미와 일개미의 신분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개미의 신분제도

개미들도 신분제도가 있다? 출처: AdobeStock
개미들도 신분제도가 있다? 출처: AdobeStock

개미의 생식계급, 병정개미, 일개미로 분류됩니다. 생식계급은 여왕개미와 수개미로 나뉘며 새로운 서식처를 찾는 일과 번식을 담당합니다. 일개미는 노동계급에 속합니다. 일개미는 알과 애벌래를 보살피고 군집을 위한 식량을 수집합니다. 또한 일개미는 보금자리를 짓고 수리하는 모든 일을 담당하기도 하죠. 병정계급인 병정개미는 적들로부터 서식처를 방어합니다.

 

후성유전학?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등의 방법으로 식물 뿌리를 늘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fotolia
유전자는 천성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어! 출처: fotolia

후성유전학이란 DNA 염기서열 자체의 변화가 아닌 DNA 주변 환경에 의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연구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후성유전학에서 DNA 염기서열 변화가 아닌 외부 주위환경에 의한 변이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요. 바로 '메틸화(methylation)'와 '히스톤 단백질 변형(Histone modification)'입니다. 

 

DNA 메틸화는 메틸기가 특정 염기 서열에 붙어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DNA가 RNA를 걸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듭니다.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특정한 형질이 나타나는데요. DNA 메틸화가 나타나면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형질이 나타나지 않거나 과발현됩니다.

 

염색체는 크게 DNA와 히스톤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히스톤 단백질은 DNA를 응축시켜 염색체가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히스톤 단백질은 메틸기 또는 아세틸기가 붙으면 모양이 변하는데요. 이는 DNA의 유전방식을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적 코드는 염기서열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쌍둥이들을 예로 들어봅시다. 일란성 쌍둥이는 DNA 염기서열이 유전적으로 동일합니다. 하지만 쌍둥이들의 후성유전적 프로파일을 비교하면 멀리 떨어진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들은 비슷한 환경에 자란 쌍둥이들보다 프로파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개미 : 유전자 바꿔 이직했어요

 

펜실베니아대학교 의과대학의 분자생물학자 Shelley L. Berger의 연구진은 플로리다 카펜터 개미(Florida carpenter ants, Camponotus floridanus)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병정개미는 Majors, 일개미는 Minors라고도 부르는데요. 호칭답게 병정개미와 일개미는 덩치부터 차이를 보입니다. 병정개미는 일개미보다 덩치가 크죠.

 

병정개미와 일개미는 동일한 DNA 서열을 갖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일개미와 병정개미를 대상으로 후성유전학적인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전에 성충이 된 병정개미의 뇌에 Trichostatin A를 주입하면 병정개미가 하라는 병정 일은 하지 않고 일개미의 집안일을 하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Trichostatin A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죠.

새로운 연구에서 연구진은 번데기에서 나와 방금 성충이 된 병정개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개미들을 세 가지 실험군으로 나눴습니다. 첫 번째 실험군 개미들은 성충이 되자마자 뇌에 Trichostatin A를 주입받았습니다(0일). 두 번째 실험군 개미들은 성충이 된지 5일 후에 Trichostatin A를 주입받았죠. 세 번째 실험군 개미들은 10일 후에 Trichostatin A를 주입받았습니다.

 

실험 결과 첫 번째와 두 번째 실험군 개미들은 병정개미임에도 일개미의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세 번째 실험군 개미들만 그대로 병정개미의 역할을 수행했죠. 성충이 된지 10일째 되는 때는 개미들의 역할이 고정돼 바꾸기 힘들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5일 동안 개미들의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분석한 결과 Trichostatin A를 주입받은 개미들은 그렇지 않은 개미들보다 'CoREST(Corepressor for element-1-silencing transcription factor)'라는 단백질을 더 많이 생성함을 발견했습니다. 일개미들은 병정개미들보다 유충호르몬이 더 많습니다. CoREST가 유충호르몬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이죠. 반면, 병정개미에는 CoREST의 활성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병정개미에 CoREST의 활성이 증가하면 병정개미는 더 많은 유충호르몬을 가져 일개미에 더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나 개미나 비슷해 보이네요. 출처: pixabay
이렇게 보면 인간이나 개미나 비슷해 보이네요. 출처: pixabay

이번 연구를 주도한 Berger는 "CoREST는 뇌의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개미에서 발견된 최초의 후성유전학적 매커니즘"이라고 말했습니다. Berger는 "분명히 인간과 개미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CoREST가 개미와 같이 인간의 유년기와 사춘기 초기까지 후성유전학적으로 인간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연구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린스턴대의 진화생물학자 Beryl Jones는 "이번 연구는 고도로 전문화된 사회 속의 곤충들조차 환경에 대한 유연성과 반응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의 또다른 중요한 측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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