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남극 빙하 아래 숨겨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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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극 빙하 아래 숨겨진 호수
  • 함예솔
  • 승인 2020.02.24 05:45
  • 조회수 4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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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연간 평균 기온이 영하 49도로 지구에서 가장 추운 대륙인데요. 얼음의 땅인 남극의 빙상에는 지구상의 약 90%의 담수가 담겼습니다. 남극은 인간의 손길이 가장 덜 닿은 지구 상의 유일한 곳이기도 한데요.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남극은 우주 탐사 시대를 맞이해 과학자들의 실험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남극 대륙 빙하에 숨겨져 있던 신기한 과학적 사실들을 끄집어 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연재순서]

남극에서 공룡 발견되는 이유

남극 빙하 아래 호수가 숨겨져있다?!

남극에서 운석 찾는 이유

남극 아래 화산이 터지면?!

남극.. 뭐가 숨겨져 있을까. 출처: AdobeStock
남극. 뭐가 숨겨져 있을까. 출처: AdobeStock

남극은 어느 국가도 영유하지 못한 지구상의 유일한 곳인데요. 남극은 지구 전체 육지면적의 약 10%에 달할 정도로 광활합니다. 전체 표면의 약 98%는 빙하로 덮여 있습니다. 지구 상에 진정한 미개척지가 남아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남극의 거대한 빙하 아래 놓여있는 땅일 겁니다. 실제로 남극을 덮고 있는 빙하 아래에는 수 킬로미터의 협곡과 수로, 호수가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요. 1973년 남극 대륙 동쪽에서 17개의 숨겨진 호수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술이 발전되면서 빙하 아래 더 많은 호수가 발견됐고, 현재는 그 수가 무려 4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빙하 아래 '빙저호'는 무엇일까?

 

빙하 아래 호수가 있다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텐데요. 빙하 아래에 존재하는 호수를 '빙저호(Subglacial lake)'라고 합니다. 빙저호를 구성하는 물은 주로 지구 내부의 열 때문에 기저에 있는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지거나 기반암을 따라 흐르는 빙하의 마찰 때문에 생성됩니다. 이 물은 빙하 아래 호수로 들어있다가 결국 바다로 흘러가게 되는데요. 

 

빙하 아래 있는 이 물은 대륙 빙하와 암상 사이의 지점에서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빙하 자체의 흐름과 거동을 통제하는데요. 그렇다면 얼음 아래 물이 어떻게 얼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 

빙하 아래 호수가? 출처: 출처: Wikimedia Commons
빙하 아래 호수가?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는 바로 '압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대한 무게의 얼음이 이 물을 눌러 압력 높아지면서 빙점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상태로 유지가 가능한 것이죠. 또한 거대한 빙하는 바닥 부근을 단열하기 때문에 윗부분의 차가운 공기로부터 호수를 지켜줍니다. 이에 대해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김옥선 박사는 <이웃집과학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열 때문에 빙하 바닥 부분의 빙하가 녹아서 저지대로 흘러 들어 고이며 호수가 생성된다"며 "이렇게 흘러들어온 물은 빙하가 누르는 압력 때문에 얼지 않기도 하고 빙저호에 존재하는 염의 농도가 높아 물의 어는점을 내리기 때문에 얼지 않고 액체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덧붙여 "빙저호 아래 화산 등의 존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물이 녹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초로 미생물 발견된 보스토크 빙저호?!

 

현재 남극대륙에서 가장 잘 알려진 빙저호는 '보스토크(Vostok) 빙저호'인데요. 평균 수심이 무려 430m에 이른다고 합니다. 부피가 무려 12,5000km2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부피로 따지면 세계에서 6번째로 큰 호수라고 합니다. 단, 3.5km 빙하 아래 숨겨져 있습니다. 엄청난 크기죠? 

빙저호
빙저호. 출처: Wikimedia Commons

과학자들은 빙하를 침투할 수 있는 레이더와 지구물리 탐사 기술들을 이용해 보스토크 빙저호의 지도를 만들었는데요. 이 빙저호는 무려 1,500만년 전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이 호수는 위에 놓인 빙하가 얼거나 해빙되면서 순환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약간이긴 하지만 조석의 영향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러시아 과학자들은 이 빙저호에 도달해 샘플을 얻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수 백 만년 동안 지표로부터 격리돼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3.5km 아래 숨겨진 빙저호에서 미생물을 발견하기를 고대해왔습니다. 물론 일부 과학자들은 빙저호가 완전히 무균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빙저호 위의 얼음에 갇힌 공기가 오랜 시간 호수에 축적되며 물 속 산소의 농도를 증가시켰고,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보스토크 빙저호에서는 최초로 미생물이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시추 작업을 수행하던 도중, 시추공이 호수 표면 위의 작은 물 웅덩이가 아니라 호수 자체에 도달했고 호수를 오염시켰습니다. 이 때문에 이 미생물이 진짜 어디서 온 것인지 그 출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윌란스(Whillans) 빙저호에 직접 닿았다

 

해안 근처에서는 빙상이 역동적으로 빠르게 흐르는 빙하류(ice streams)라 불리는 지역이 존재하는데요. 과학자들은 이곳에서 다수의 빙저호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수 십에서 수백 킬로미터 길이로 이 호수들은 단기간에 일시적으로 존재하든지 몇 년의 기간에 걸쳐 성장하거나 물이 빠져나갔습니다. 이러한 배수 과정의 증거는 빙상 높이에 따른 위성 측정 결과에서 나옵니다. 호수가 증가했다가 물이 빠져나가는 걸 표면이 오르내리는 걸 통해 유추할 수 있죠.  

활동적인 빙하 호수 위치와 얼음 두께의 지도. NSIDC (Blakenship et al., 2009; Smith et al., 2012)
활동적인 빙하 호수 위치와 얼음 두께의 지도. NSIDC (Blakenship et al., 2009; Smith et al., 2012)

이렇게 활동적인(active) 빙저호는 적어도 130개 정도가 발견됐는데요. 매년 더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활동적인 빙저호의 대표적인 곳은 남극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 윌란스(Whillans) 호수입니다. 약 60km2의 크기로 보스토크 빙저호에 비하면 작습니다. 하지만 윌란스(Whillans) 호수는 활동적이라 발견 이후 계속해서 빙저호의 물이 빠졌다 채워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닫힌 분지(closed basin)에 있어 물의 잔류시간이 10,000년 이상인 보스토크호와 달리 윌란스 호는 활동적인 빙저호이기 때문에 잔류 시간이 몇 년에서 몇 십년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윌란스 빙저호는 비교적 얕은 깊이라서 과학자들이 얕은 빙저호의 역할을 이해하고 빙하류(ice-stream)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윌란스 빙저호 바닥의 모습. 출처: NASA / JPL-Caltech
윌란스 빙저호 바닥의 모습. 출처: NASA / JPL-Caltech

지난 2013년 1월, 미국 연구진은 윌란스(Whillans) 빙저호에 구멍을 뚫고 오염되지 않은 상태의 미생물이 포함된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800m 빙하 아래 갇혀 있던 윌란스 호수에서 직접 채취한 최초의 표본이었습니다. 남극의 빙하 아래 숨겨진 호수의 온전한 샘플을 채취한지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은 셈이죠. 

윌란스(Whillans) 빙저호 탐사 위한 800m 깊이의 시추공. 출처: NASA/JPL-Caltech
윌란스(Whillans) 빙저호 탐사 위한 800m 깊이의 시추공. 출처: NASA/JPL-Caltech

연구진은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드릴이 호수의 표면을 뚫고 그들이 목표로 설정한 깊이에 도달했습니다. 연구팀은 시료채취기구를 통해 빙저호에서 샘플을 안전하게 채취해 반환할 수 있는지 적절한 크기를 알아보기 위해 시추공에 카메라를 넣었습니다. 이후 며칠동안 과학자들은 각각 60cm 길이의 호수 바닥에서 약 30L의 빙저호 물과 60cm길이의 첨전물 코어 8개를 수집했습니다.

 

하지만 남극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빙저호에 사는 미생물까지 채취하는 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샘플의 오염도를 줄이는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죠. 잘못하다간 미생물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보스토크 빙저호에서 발견한 미생물처럼 생명체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고 잘못하면 빙저호에 침습종의 유기물을 도입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빙저호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공. 출처: NASA / JPL-Caltech
빙저호 샘플 채취를 위한 시추공. 출처: NASA / JPL-Caltech

이러한 이유로 몬태나주립대학교(Montana State University) 미생물 생태학자인 존 프라이스쿠(John Priscu)와 그의 연구팀은 무려 6년간이나 안전하게 샘플을 가져올 방법에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수백 톤의 장비를 멀리 떨어진 남극까지 수송하는 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었습니다. 빙상을 뚫는데는 무려 7일이나 걸렸다고 하는데요. 호수의 오염을 막기위해 자외선, 여과장치, 과산화수소 등으로 기계를 소독했습니다. 심지어 얼음을 통과하는 데 사용된 물도 살균했습니다. 그러던 지난 2013년 1월 27일 빙하를 뚫고 드디어 빙저호의 물이 연구진들의 시추공으로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연구진은 첫번째 빙저호 샘플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김옥선 박사에 따르면 "윌란스(Whillans) 호수는 빙저호 환경에 대한 지구물리 탐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이라 빙저호 중 가장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며 "윌란스 호수의 경우 서남극의 빙하가 녹은 물이 대부분이며 그 중에서도 지반의 풍화로부터 육상 기원 원소가 대부분이고 해양기원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빙저호 샘플에서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빙저호는 과학계의 여러 분야에서 모두 관심을 갖는 곳입니다. 빙저호의 퇴적물들은 침전물 종류, 침전물의 지구화학적 특징, 바이오마커, 화석 등 과거의 남극 환경과 기후, 빙상 역학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단서들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김옥선 박사는 "남극은 평균 약 2,000m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고 이 빙상 하부에 빙저호의 유무는 지형의 특성에 영향을 준다"며 "지형의 특성은 빙하가 바다로 들어가는 속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구상의 해수면 상승과 연결되므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설명합니다. 덧붙여 "빙저호는 수백만년 전 고립됐을 것이라고 추정하는데, 빙저호 퇴적물 연구는 그 이전의 과거 기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미생물학적 관점에서 빙저호는 더 중요합니다. 김옥선 박사에 따르면 빙저호에서의 생명체 탐색은 지구와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의 생명발달 모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학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하는데요. 

 

빙저호 샘플링에 성공한 연구진은 샘플에서 미생물 발견했습니다. <Nature(2014)>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빙저호에서 직접 채취한 물과 지표 침적물 안에서 모두 생명체가 숨어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프라이스쿠와 그의 연구팀은 1밀리미터의 호수 물에서 무려 13만 개의 세포를 발견했는데 이는 전 세계의 깊은 해양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생물밀도와 유사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4천 종의 박테리아와 고세균류가 존재했고 빙저호의 생물체 공동체는 그 동안 격리돼 있던 곳 치고는 훨씬 더 복잡하고 풍부했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빙하 아래 호수에서도 생명체는 지난 120,000년 동안 그리고 아마도 백 만년 동안 햇빛 에너지 없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입니다. 

 

김옥선 박사는 "윌란스 빙저호에서 발견된 미생물들은 800m나 되는 얼음의 두께로 인해 빛이 투과될 수 없기 때문에 광합성에 의해 에너지원을 얻는 것이 아닌, 퇴적물이나 주변 기반암에서 풍화된 지화학 원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화학자가영양세균(chemoautotrophs)이 우점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란스 호는 지반선(grounding line)으로부터 단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윌란스 호는 지반선(grounding line)으로부터 단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물론, 연구진에 따르면 빙상 아래 바닷물 일부가 스며들며 최근 이러한 유기체가 호수로 들어갔을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하는데요. 윌란스 호는 지반선(grounding line)으로부터 단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반선은 빙상이 육지에 놓여있다 바다 위로 뜨게 되는 변화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이는 빙상의 두께가 달라질 때마다 변하게 되는데 지난 몇 천 년동안 빙저호의 물과 해수가 교환하게 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침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대한 빙하. 출처: AdobeStock
거대한 빙하. 출처: AdobeStock

어찌됐던 이 곳에 사는 미생물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살기 힘든 조건에서 번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기온에 800m 두께의 위에 놓인 빙하 때문에 압력은 무려 대기압의 8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햇빛도 들지 않아 광합성 조차할 수 없습니다. 이곳에 사는 종속영양생물들을 살아가게 하는 건 고대의 해저 지질학적 기반의 것들입니다. 가령 암석 물질에서 나온 소량의 유기탄소 혹은 죽은 미생물체에서 나온 탄소의 재활용 등을 이용하는 것이죠. 역동적인 빙저호의 생태계가 정말로 계속 지속되려면 훨씬 더 풍부한 무기물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에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의 빙하학자 Donald Blankenship은 이곳에 열수 시스템이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는데요. 화학적 에너지원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호수가 지각이 얇아진 넓은 열곡대에 위치해 있으며 레이더 조사 결과 얼음 아래 화산으로 추정되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의 특별한 점

 

샘플을 분석하여 발견한 박테리아와 고세균류들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확인했는데요. 일부는 추운 환경에서 사는 종으로 밝혀졌지만 대부분의 빙저호 미생물들은 완전히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이 미생물들은 메탄이나 암모니아를 이용한 산화 작용에 의존해 살아가는데요. 다양한 종속영양 미생물들과 함께 가장 보편적인 유기체들은 철, 망간, 황, 암모늄 이온 형태로 된 질소 같은 무기 화학물질을 먹이로 삼는 생물체들이었습니다. 이러한 미생물을 ‘화학자가영양세균(chemoautotrophs)’이라고 합니다. 이 미생물들은 무기화학 물질을 산화해 에너지를 획득하는 '화학무기영양성(chemolithotrophy)' 독립영양생물체입니다. 화학무기영양생물은 환원된 무기물을 산화시켜 에너지와 전자를 얻는 미생물을 말합니다. 

 

세포와 장기를 비롯한 인체의 모든 기관은 전자(electron)의 흐름을 동력원으로 삼습니다. 전자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원자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은 '전자주개(electron donor)', 즉 몸의 전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가 흐르려면 공급되는 전자를 받아 줄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전자수용체' 역할을 산소가 합니다. 산소는 화학 반응 도중에 다른 분자에서 전자를 끄집어내 전자를 흐르게 합니다. 물론 실제 과정은 이것보다 더 복잡하지만 모든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이렇게 힘을 얻는다고 보면 됩니다.

 

빙저호에 유입된 물이 유입되면서 산소량이 조절되면서 산화 환경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혹은 기저암 구성에 따라 제공되는 광물에 따라 달라졌을 겁니다. 암석에는 황이나 철처럼 전자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생물은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생존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합니다. 어떤 미생물은 환경에 따라서 전자주개(electron donor)와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를 사용해 살아갑니다. 질산염이나 황산염, 심지어 산소처럼 일반적인 분자를 활용해서 말입니다. 

 

환원 전위(reduction potential)는 어떤 분자가 전자를 받아 환원되려고 하는 경향성을 측정한 값인데요. 환원 전위(reduction potential)는 산소, 질소가 제일 크고 그 다음으로 철, 황산염, 인산화탄소 순 입니다. 따라서 따라서 산소가 많을 경우 철은 전자주개(electron donor)가 되고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는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 역할을 하는데요. 즉, 산소가 많은 환경에선 미생물들이 당연히 산소를 이용했겠지만 산소가 적은 환원 환경에서는 화학무기영양생물이 유기물을 산화시키고 여기서 나온 전자를 철을 전자받개(electron acceptor)로 이용해 에너지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물의 순환과 연관 있다고 하는데요. 빙저호의 물 순환이 빠를 경우에는 산소와 질산염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느릴 경우엔 산소와 질산염이 들어올 가능성이 적어 철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군요.

전극(회색)을 지하에 5개월 간 놔뒀더니 전자를 먹는 미생물(주황색)이 꼬였다.
지하에 5개월 간 놔뒀더니 전자를 먹는 미생물(주황색)이 꼬였다.

이밖에도 빙저호의 물은 외부에서 흘러오기도 하지만 퇴적물 내의 물이 45%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암석과 물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암석 내의 영양분이 녹아나올 수도 있다는 말인데요. 이는 미생물이 생장하는데 중요한 영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자가영양세균(chemoautotrophs)의 방식은 지구상 최초의 생명체들을 대표합니다. 이들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가 풍부한 세상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존재했습니다. 오늘날 지구를 지배하는 종속영양생물의 생활방식을 지원하기 위한 생물학적 다양성 폭발에 기여합니다. 

 

따라서 빙저호의 미생물은 지구 초기에 다양한 시기에 어떻게 존재했었지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또한 이렇게 극단적인 환경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에 가장 흥분한 건 우주생물학자들일지 모르겠는데요. 지구상의 생명체가 살기 가장 극한 조건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이해하는 건 지구 밖의 태양계 어떤 천체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옥선 박사은 지구는 대기권이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며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적응하며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지구 외 행성의 극단적인 환경조건은 현재 지구에 적응한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김옥선 박사는 "빙저호 환경은 빛이 차단된 채로 수백만년 동안 고립돼 있으며 영양분의 농도가 매우 적기 때문에 생명체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오랜 시간 믿어왔다"며 "이러한 빙저호에 적응해 살아가는 생명체의 적응 및 진화 기작을 연구한다면 빙저호와 유사한 행성에서의 생명체의 생존 방식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빙저호 미생물 발견, 그렇다면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에도?!

 

접근하기 어려운 빙하의 아래 숨겨져 있던 호수에서 직접 샘플을 채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접근이 어려운 시스템에서 샘플링을 하는 건 향후 외계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와 같은 곳을 탐사할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엔셀라두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출처: NASA-JPL
엔셀라두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출처: NASA-JPL

왜냐하면 유로파와 엔셀라두스는 모두 얼음으로 뒤덮인 지표 아래 액체 상태의 해양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Nature Astronomy (2019)>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유로파 지표에서 처음으로 수증기를 검출했는데요. 유로파에는 생명체에 필요한 필수 화학원소인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 황 등이 발견되는 천체입니다. 엔셀라두스 역시 2005년 NASA의 카시니(Cassini)우주선이 얼음 층과 우주로 분출되는 수증기를 발견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에서 해양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대가 한층 더 커졌습니다. 

 

다만, 윌란스 호수는 남극 대륙에서 발견되는 빙저호 중 하나일 뿐이고 각각의 빙저호는 깊이, 부피, 해양과의 접촉 정도, 산화 수준, 물에 잠긴 시간, 화학 에너지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차이점을 보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엔셀라두스 지각 아래 숨겨진 해양에서 분출되는 바닷물. 출처: NASA / JPL-Caltech
엔셀라두스 지각 아래 숨겨진 해양에서 분출되는 바닷물. 출처: NASA / JPL-Caltech

실제로 과학자들이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와 같은 천체에서 발견하려고 하는 미생물의 종류는 지구의 심해열수공에 있는 환원된 황 같이 다른 화학에너지원을 이용한 화학자가영양세균(chemoautotrophs)입니다. 그런데 윌란스 빙저호의 퇴적물에서 발견된 미생물이 사용하는 화학에너지원은 이와 다르다고 하는데요. <Nature Geoscience (2017)>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수분영양메탄생성(hydrogenotrophic methanogenesis) 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윌란스(whillans) 빙저호에서 발견된 미생물과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에서 발견이 예상되는 미생물 간의 특징 중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옥선 박사는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에 존재하는 얼음의 두께가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김옥선 박사는 "표면 얼음이 빛을 투과할 수 없는 두께라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윌란스에 서식하는 미생물인 화학자가영양 미생물과 유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는데요. 추가로 "그러나 얼음이 빛을 투과시킬 수 있는 두께라고 한다면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phototrophs)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것은 윌란스 빙저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옥선 박사에 따르면 유로파나 엔셀라두스에서 발견이 예상되는 미생물은 화산과 같은 심해 열수 분출구가 있다면 화산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유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해양은 외관상 빙저호와 일부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가능한 빙저호의 샘플을 채취하는 건 중요합니다. 어떤 걸 발견하는가에 따라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에서 외계생명체를 찾는 날이 더 앞당겨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한편, 미국은 2019년 1월 두번째 빙저호인 메르세르(Mercer) 호수를 탐사했다고 하는데요. 지하 1068m까지 시추해 그 곳에서 물곰 사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물곰이 1만 년 전에서 최대 12만 년 전 얼음 아래에 있는 강에서 서식하다가 빙하가 녹으면서 함께 얼음 호수로 이동했다고 추정했는데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메르세르 호수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온도도 낮지만 빙하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 빛이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발견으로 생명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듯 보입니다. 빙저호에서의 생명체의 발견은 곧 화성이나 엔셀라두스, 유로파 같은 지구 밖 우주에서도 미생물의 발견이 머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Mikucki, Jill A., et al. "Subglacial Lake Whillans microbial biogeochemistry: a synthesis of current knowledg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A: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 374.2059 (2016): 20140290.
  • Wright, A. and Siegert, M., 2012, A fourth inventory of Antarctic subglacial lakes. Antarctic Science, 24, p. 659-664.
  • Siegert, Martin J., Neil Ross, and Anne M. Le Brocq. "Recent advances in understanding Antarctic subglacial lakes and hydrology."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A: Mathematical, Physical and Engineering Sciences 374.2059 (2016): 20140306.
  • Jouzel, Jean, et al. "More than 200 meters of lake ice above subglacial Lake Vostok, Antarctica." Science 286.5447 (1999): 2138-2141.
  • Christner, Brent C., et al. "A microbial ecosystem beneath the West Antarctic ice sheet." Nature 512.7514 (2014): 310-313.
  • Paganini, Lucas, et al. "A measurement of water vapour amid a largely quiescent environment on Europa." Nature Astronomy (2019): 1-7.
  • Michaud, Alexander B., et al. "Microbial oxidation as a methane sink beneath the West Antarctic Ice Sheet." Nature Geoscience 10.8 (2017): 58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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