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틀렸다
아인슈타인이 틀렸다
  • 함예솔
  • 승인 2020.09.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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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누군가 관찰하여 하나의 상태로 '고정'될때까지 살아있음과 동시에 죽어있음. 
누군가 관찰해서 하나의 상태로 '고정'될 때까지 살아있음과 동시에 죽어있음.

양자역학 하면 떠오르는 고양이가 있죠.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인데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양자의 세계를 고전적 세계에 대비시킨 실험입니다.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는 고양이'로 잘 알려진 사고 실험 입니다. 

 

20세기 들어 본격 연구된 양자의 세계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도 "당신이 양자역학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양자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까요. 

 

그런데 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의 저자이자 영국의 수학자이자인 이언 스튜어트는 이언 스튜어트는 한때 양자입자의 특성으로 여겨졌던 현상들이 전통적인 뉴턴물리학에서도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어쩌면 양자 불확실성은 전혀 불확실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면서 말이죠. 스튜어트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만 그 놀이는 감추어져 있고 진정한 무작위도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아인슈타인. 출처: Wikimeida Commons
아인슈타인. 출처: Wikimeida Commons

양자역학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신과 주사위가 등장해 어리둥절 하실텐데요. 이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과 관련 깊습니다. 

 

신은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인용구는 아인슈타인이 1926년 양자역학의 아버지 중 한명인 막스 보른(Max born)에게 쓴 편지에 나온 내용입니다.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양자 이론은 많은 결과를 낳지만 신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지는 못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나는 신이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 인용구는 양자역학이 이론으로써 얼마나 기괴한 것인지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 출처: AdobeStock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한다?! 출처: AdobeStock

즉, 아인슈타인은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 물리학의 세계를 비꼬기 위해 확률이론을 탄생시킨 주사위를 빗대어 말한 건데요. 이언 스튜어트는 오히려 확률, 혼돈, 양자 같은 불확실성의 과학이야말로 미래의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신이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수정돼야 할지 모른다고 말이죠.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 까닭은?!

 

과학은 어떤 사건이 얼마나 확실한지 혹은 불확실한지를 정량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인 확률의 개념을 발견하도록 도왔습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연구가 수학의 새로운 분야로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이후 확률은 통계학이라는 응용과학을 탄생시키기도 했는데요. 

동전던지기. 출처: AdobeStock
동전 던지기. 출처: AdobeStock

이때까지 마주했던 모든 유형의 불확실성은 인간의 무지를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가령, 무작위성의 대명사인 동전 던지기를 생각해보죠. 만약 동전을 던질 때의 초기 속도와 방향, 어떤 축을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회전하는 지와 같은 동전에 작용하는 모든 요소를 안다면 역학 법칙을 이용해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오면서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건데요. 양자의 세계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입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는 더 모호해졌기 때문입니다. 입자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최선은 주어진 장소에 입자가 위치할 확률을 기술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양자입자는 입자도 아닌 단지 흐릿한 확률의 구름일 뿐이었습니다. 물리학자들이 양자 세계를 더 깊이 탐색할수록 모든 것이 더 흐릿해졌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고 물리학자들은 양자 현상이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작위적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물리학이 양자의 길을 따라가는 동안 수학자들과 몇몇 과학자들은 결정론적인 시스템이라도 예측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60년 전 수학자들은 '무작위(Random)'와 '예측불가(unpredictable)'가 같은 것이 아님을 발견했습니다. 자연현상에 내재된 복잡성의 원인은 무작위성이 아니라 예측불허성이라는 것이죠. 

지진. 출처: AdobeStock
지진. 출처: AdobeStock

과학 분야에서 대부분의 예측은 어떤 사건이 특정한 조건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추측하지만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암석 내부에 응력이 축적됨에 따라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응력을 측정함으로써 검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예측할 순 없습니다. 이처럼 시스템의 일부 특성은 예측할 수 있으나 예측이 불가한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의 대표 '양자역학'

 

스튜어트는 양자의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현재의 역설들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드는 심원한 이론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이에 양자역학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 물질이 운동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20년대에 등장했죠. 양자역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원자가 합쳐진 분자의 구조, 그리고 물리적 성질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비록 양자 현상은 직접 관찰할 수는 없지만 관찰 가능한 효과들로부터 유추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해할수없는 양자역학.. 출처: AdobeStock
이해하기 힘든 양자역학. 출처: AdobeStock

실제로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한 축을 담당하며 최신 기술에 활용됩니다. 가령, 휴대전화, 노트북, 테블릿 등을 작동하게 해주는 트랜지스터에 사용됩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자역학, 이미 우리 삶속에 있습니다. 출처: AdobeStock
양자역학, 이미 우리 삶 속에 있습니다. 출처: AdobeStock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를 설명한 연구로 1921년 노벨상을 수상했는데요. 참고로 광전효과란 빛이 파동성과 입자성을 모두 가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빛의 입자성 때문에 임의의 금속에 빛을 가했을 때 금속으로부터 전자가 방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 실험을 통해 빛은 각각의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 입자 형태의 광자(photon)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광전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역학을 사용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결코 양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 현상이 확률에 지배 받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건 겁니다. 그는 양자물리학에 확률을 포함한 건 이 이론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며 알려지지 않은 변수를 찾아내면 확률적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출처: Wikimedia Commons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출처: Wikimedia Commons

이에 아인슈타인은 보리스 포돌스키(Boris Podolsky), 네이선 로즌(Nathan Rosen)과 함께 오늘날 'EPR'의 역설이라 불리는 유명한 논문을 발표합니다. 1935년에 발표한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물리학적 기술은 완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양자물리학의 불완전성을 부각시키려고 시도했습니다. 참고로 'EPR'은 세 사람의 이름 앞 글자입니다.

 

세 사람은 코펜하겐 해석에 따라 입자 두 개로 구성된 시스템은 둘 중 하나에 수행된 측정은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졌더라도 다른 입자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불확정성 원리를 위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코펜하겐 해석이란 양자 시스템을 관측할 때 파동함수가 강제적으로 단일 성분의 고유 상태로 붕괴한다는 주장입니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에 대한 측정이 다른 입자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유명한 EPR 역설! 출처: Einstein, Albert, Boris Podolsky, and Nathan Rosen.
그 유명한 EPR 역설! 출처: Einstein, Albert, Boris Podolsky, and Nathan Rosen. "Can quantum-mechanical description of physical reality be considered complete?." Physical review 47.10 (1935): 777.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체계는 동시에 서로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며 어떤 신호도 빛보다 빨리 달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상대성 원리에 저촉되는 '유령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선언했죠. 아인슈타인은 EPR역설이 코펜하겐 해석이 틀렸음을 입증하므로 양자 역학은 불완전하다고 믿었습니다.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체계는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있다? 출처: AdobeStock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체계는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있다? 출처: AdobeStock

그러나 오늘날 EPR 역설로 드러난 효과는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그 효과는 두 입자가 '얽힌' 것과 같은 특수한 상황의 양자 시스템에서 발생합니다. 입자가 얽힐 때 그들은 가능한 모든 관측이 개별 요소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와 관련된다는 의미에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상실합니다. 이는 파동 함수가 시스템이 특정한 상태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될 확률을 알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모든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결국 아인슈타인이 바랬던 법칙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고 모든 실험 증거는 양자역학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암시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틀렸습니다. 양자적 관점에서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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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도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인간이 언제부터 어떻게 이같은 불확실성을 통제하려 했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천문학, 경제학, 기상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확률이 어떻게 응용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확률이 어떻게 군사 무기, 여론조사, 날씨 정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 사용되는지도 정리해줍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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