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기술로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
건축 기술로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
  • 함예솔
  • 승인 2020.09.01 15:45
  • 조회수 3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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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단단한 재료와 구조로 이루어진 로봇들과 달리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로봇을 실제로 만나보게 될 것 같습니다. 가볍고 견고한 건축물에 쓰이는 구조를 응용해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불가사리 로봇. 출처: UNIST
불가사리 로봇. 출처: UNIST

UNIST 신소재공학부의 김지윤 교수팀은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소프트 로봇' 제작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는데요. 건축물에 쓰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움직일 수 있는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는데 성공한 겁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는 구조입니다. 적은 재료로 강한 강도, 유연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축물에 주로 쓰입니다.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구조, 로봇 디자인에 적용

 

흔히 로봇 하면 마징가 제트 같은 강철 로봇이나 산업현장에 쓰이는 금속 팔 로봇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병 로봇이나 애완용 로봇 같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람과 함께하는 이러한 로봇은 부드럽고 유연한 특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유연한 재료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을 만들 때 재료 자체의 부드러운 특성에만 의존하면 복잡한 로봇의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힘듭니다.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고 특수한 구조를 만들어 로봇을 구현하는 방식이 연구되는 이유입니다.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출처: UNIST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의 제작. 출처: UNIST

김지윤 교수 연구팀은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다양한 소프트 로봇 디자인에 적용 할 수 있는 제품 제작 방식 개발했습니다. 텐세그리티 구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라 일반적인 3D 프린팅 제작 기법을 이용해 이 구조가 적용된 로봇을 만들기 힘듭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법과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틀(Sacrificial mold)을 이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구현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압축재)와 희생틀을 프린팅 한 뒤, 희생틀 내부에 유연한 재료(인장재)를 삽입하는 방식입니다. 희생틀은 물에 녹기 때문에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불가사리 로봇의 형태와 거동. 출처: UNIST
불가사리 로봇의 형태와 거동. 출처: UNIST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은 "3D 프린팅이라는 대표적인 상향식 제품 제작법 과 '식각'이라는 하향식 제작법을 접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게 구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상향식(bottom-up) 제조 방식

작은 크기의 기본 단위체를 쌓고, 붙이고, 연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원하는 형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제조방식입니다. 3D 프린팅이 대표적입니다. 

  • 하향식(top-down) 제조방식

큰 덩어리를 자르고, 깎고, 떼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점차 원하는 형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제조방식입니. CNC선반 등을 이용한 제조법 등이 포함됩니다.

 

초격자 텐세그리티. 출처: UNIST
초격자 텐세그리티. 출처: UNIST

연구진은 개발된 구조체 제작방식과 설계 기법을 이용해 정육면체(cube), 도넛(toroid), 삼각기둥(prism) 등 다양한 형상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제작했습니다. 또 만들어진 텐세그리티 구조체를 기본 모듈로 사용해 5개의 다리가 달린 전기로 구동하는 불가사리 로봇을 조립했습니다. 텐세그리티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에 앞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외부 자극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를 적용하면 스스로 움직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마트 자성 소재를 적용해 스스로 움츠렸다 펴졌다는 불가사리 로봇도 제작했습니다. 참고로 스마트 자성 소재란 외부자극에 의해 ‘스스로’ 반응하는 소재입니다. 스마트 자성 소재는 외부 자기장(자석)에 반응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김지윤 교수(좌측)과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중앙). 출처: UNIST
김지윤 교수(좌측)과 제1저자인 이하준 연구원(중앙). 출처: UNIST

김지윤 교수는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을 이용하면 '재료' 만으로는 만들기 어렵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다양한 메타구조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메타구조(mechnical matamaterial)

구조를 이루는 물질과 다른 특성을 갖는 인공 복합물을 말하는데요. 흔히 자연 발생된 물질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을 갖도록 설계된 인공 복합물을 가리킵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밀가루 반죽처럼 위에서 누르게 되면 옆으로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데 메타 구조를 이용해 오히려 위에서 누르고 측면 부피가 줄어드는 물질(음의 푸아송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구현 가능한 기법을 개발했다"며 "다양한 형상과 기능을 갖는 유연하고 강인한 블록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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