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실수가 낳은 참사 3
단위 실수가 낳은 참사 3
  • 함예솔
  • 승인 2020.09.09 16:35
  • 조회수 159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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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가 없는 숫자는 무의미합니다. 통화 단위만 생각해봐도 원,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다양한데요. 이러한 단위를 오해하면 숫자의 의미를 크게 착각할 수 있습니다. 책 <험블파이>에서는 때로 이러한 실수가 생각보다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1. 파국 맞은 탐사선 

NASA의 화성 기후 탐사선(Mars Climate Orbiter). 출처: NASA/JPL-Caltech
NASA의 화성 기후 탐사선(Mars Climate Orbiter). 출처: NASA/JPL-Caltech

1998년, NASA는 화성 기후 탐사선(Mars Climate Orbiter)을 발사했습니다. 궤도에서 화성을 탐사하고 화성 극지 착륙선과 심우주 탐사선의 통신 중계 역할을 맡았습니다. 발사 후 화성기후 탐사선은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호만 전이 궤도는 목표한 궤도까지 최소한의 연료로 갈 수 있는 비행궤도를 말하는데요. 지구와 도달하려는 행성의 위치가 수평을 이루는 지점을 타원형으로 연결하는 비행 궤도입니다.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 출처: NASA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 출처: NASA

탐사선은 1998년 12월 21일과 1999년 3월 4일, 7월 25일, 9월 15일 등 네 차례에 걸쳐 경로를 수정했습니다. 그렇게 9개월에 걸쳐 날아간 탐사선은 1999년 9월 23일, 계획대로 화성 궤도에 진입했습니다. 탐사선은 화성 뒤쪽을 지나 다시 연락을 취할 예정이었는데요. 안타깝게도 우주선으로부터 아무런 신호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조사에 따르면 이 미션의 실패가 단위를 오해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야드파운드법을 미터법으로 변환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이로 인해 항법 오류가 발생했고, 탐사선은 대기에서 화염에 휩싸였던 겁니다.

 

참고로 야드파운드법은 영국 고유의 도량형 단위계를 말합니다. 길이에 야드(yd), 질량에는 파운드(lb)를 사용합니다. 반면 미터법은 길이의 단위를 미터(m)로 하고 질량의 단위는 킬로그램(kg)으로 나타내죠.

 

우주선은 자세 제어 분사기(thruster)를 사용해 우주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비행 궤도에 약간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때 자세 제어 분사기를 얼마나 오랫동안, 강하게 분사했는지와 관련한 데이터가 NASA에 전송됩니다.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은 SM-FORCES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런 데이터를 분석한 뒤 NASA 항해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AMD 파일로 기록했는데요.

 

문제는, SM-FORCES는 파운드힘(lbf)을 계산했지만 AMD 파일은 이 수치를 미터법인 뉴턴(N)으로 오인했습니다. 1파운드힘(lbf)은 4.44822뉴턴(N)과 같습니다. 즉, SM-FORCES라는 소프트웨어가 파운드 단위로 힘을 표시할 때 AMD 파일은 그것을 뉴턴으로 받아들여 4.44822배 작게 착각한 겁니다. 

이 만큼 빗나갔습니다. 출처: 책 '험블파이'

사실 이는 단 한 번의 계산 실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9개월에 걸쳐 비행하는 동안 작은 실수들이 누적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오류로 인해 탐사선은 예정됐던 고도에서 150~170km를 벗어났습니다. 결국 화성 표면으로부터 57km 상공에서 대기권으로 떨어졌고 산산조각나며 불탔습니다. 단 하나의 단위 실수로 수천억 가치의 우주선을 잃게 된 셈이죠. 

 

2. 삐뚤빼뚤 스웨덴 전함 

 

단위 실수는 17세기 스웨덴 전함도 침몰시켰는데요. 1628년 8월 10일 스웨덴 전함 바사(Vasa)호는 청동 대포가 64문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무장한 배였습니다. 대포를 장착하기 위해 상부 갑판도 무겁게 제작됐죠. 그런데, 바사호는 진수한 지 몇 분만에 완전히 침몰했습니다. 두 차례 세찬 바람이 불자 전함은 옆으로 기울었고 30명의 목숨과 함께 가라앉았습니다.

 

가라앉자마자 청동 대포는 대부분 인양됐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던 1956년 난파선 전문가 안데스 프란치언(Anders Franzen)이 바사 호의 위치를 찾아냅니다. 이후 1961년 바사 호는 물에서 인양돼 스톡홀름에 특별히 지어진 박물관에 전시됐습니다. 거의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바닷속에 있었지만 바사 호는 굉장히 잘 보존돼 있었습니다.

바사 호. 출처: AdobeStock
바사 호. 출처: AdobeStock

바사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선체 구조를 현대적으로 분석해보니, 바사호는 그 당시의 다른 배보다 훨씬 비대칭적이었습니다. 배의 안정성을 깨뜨린 주요 원인은 과적이었지만 선박의 좌현과 우현이 서로 비대칭적인 것도 이차적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대체 바사호는 왜 이 모양으로 만든 걸까요?

 

그 이유는 복원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바사 호를 제작할 때 서로 다른 네 가지 종류의 자가 사용됐다는 건데요. 두 가지는 '스웨덴 피트'자였습니다. 1피트가 12인치였고, 다른 두 가지는 '암스테르담 피트'자였습니다. 1피트가 11인치였습니다. 즉, 암스테르탐 1인치는 스웨덴 1인치보다 컸죠. 배를 짓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인치를 사용 중인 것도 모르고 똑같은 지시를 받으며 작업을 했겠죠? 그 결과, 배의 크기가 부분적으로 달라진 겁니다.

 

3. 비행기 연료 잘못 채워 공중에서 엔진 멈추다

 

비행기 연료는 질량으로 계산합니다. 늘 일정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질량 단위를 잘못 사용해 공중에서 비행기 엔진이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에어 캐나다는 당시 최신형 보잉 767을 인수하는데요. 이 비행기는 에어 캐나다 항공편 143으로, 몬트리올에서 이륙해 캐나다 서남부의 에드먼턴(Edmonton)으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때 필요한 최소 연료량은 22,300kg이었습니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비행기에는 연료가 약간 남아있었습니다. 다음 비행을 위해 얼마를 더 채워 넣어야 하는지 남은 연료의 양을 계산해야 했겠죠? 

연료를 덜 채웠어..출처: AdobeStock
연료를 덜 채웠어.. 출처: AdobeStock

문제는 지상 근무원이나 승무원이 비행기 연료를 서로 다른 단위로 계산했다는 사실입니다. 필요한 연료의 양은 킬로그램 단위인데 채워 넣은 양은 파운드 단위였던 겁니다. 1 파운드(lb)는 0.45 킬로그램(kg)에 불과하죠. 결과적으로 연료가 모자라게 됐습니다.

그때가 1983년 7월 23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에어 캐나다 항공편 143은 에드먼턴으로 향하던 중 공중에서 연료를 모두 소진합니다. 몇 분 후 양쪽 엔진이 꺼졌고 '뎅!'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요. 이는 조종석에 있던 모두가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엔진이 꺼지자 더는 비행할 동력이 없었습니다. 조종석의 전자 장치를 작동시킬 전기도 필요했는데요. 엔진에 붙어있는 발전기가 멈추자 항공기의 모든 전자 기기도 꺼졌습니다. 조종사들이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는 아날로그식으로 작동하는 기기들 뿐이었는데요. 나침반, 수평지시기, 대기 속도계, 고도계만 멀쩡했죠.

 

천만다행인 건, 기장이었던 피어슨이 경험 많은 글라이더 조종사였다는 겁니다. 그는 보잉 767로 60km 넘게 활공할 수 있었고 김리(Gimli)에 있는 사용하지 않는 군사기지 비행장으로 비행기를 몰았습니다. 그곳의 활주로는 고작 2,200m였지만 그는 240m만에 착륙을 완료했습니다. 왜냐하면 비행기의 앞바퀴가 펼쳐지지 않아서 기체 앞부분이 그대로 바닥에 끌렸는데, 그로 인해 마찰력을 충분히 얻어 활주로 끝까지 가지 않고 금방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이죠. 거대한 여객기를 마치 글라이더처럼 착륙시킨 것은 대단한 성취였습니다. 다른 조종사들이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똑같은 연습을 했을 땐 대부분 사고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후 이 비행기는 김리 글라이더(Gimli Glider)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에어 캐나다 항공편 143은 사고 이후 김리 글라이더(Gimli Glider)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에어캐나다 항공편 143은 사고 이후 김리 글라이더(Gimli Glider)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당시 이러한 실수가 발생했던 건, 1980년대 초에는 캐나다가 야드파운드법에서 미터법으로 전환을 막 시작했던 시기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이 비행기는 최신형 보잉 767 기종으로 에어 캐나다가 미터법을 사용한 최초의 비행기였습니다. 즉, 에어 캐나다의 다른 모든 비행기는 여전히 파운드 단위로 연료를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단위 실수가 발생했던 것이죠.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책 <험블파이>는 수학이 잘못되면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실감나게 보여주는데요. 원제는 'Humble Pi'로 직역하면 '겸손한 파이(π)'라고 할 수 있습니다. 'Eat umble pie'는 잘못을 시인해야 하거나 체면을 구긴 굴욕적 상황을 일컫는 말인데요. 책 제목처럼 굴욕적인 수학 실수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상세히 보여줍니다. 


##참고자료##

 

  • 매트 파커, 험블파이, 다산사이언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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