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는 "전염병에 기름 붓는다"
이상기후는 "전염병에 기름 붓는다"
  • 함예솔
  • 승인 2020.10.16 03:05
  • 조회수 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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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백 년에 한 번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1차 세계 대전 동안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상기후 때문에 전쟁 중 사망률이 증가했고 수년 간 인플루엔자를 유행시켰다는 설명입니다. 폭우와 이상 저온 현상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전쟁 기간 동안 서부전선의 주요 전투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의 병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은 베르됭 전투(battles of Verdun)나 솜므 전투(battle of Somme) 당시 이상기후로 인해 환경이 열악해졌고, 인명 피해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1918  인플루엔자 희생자. 출처: Wikimedia Commons
1918 인플루엔자 희생자. 출처: Wikimedia Commons

<GeoHealt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악천후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 악화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스페인 독감은 인류 최악의 전염병 사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유행 당시인 1917년부터 2년 동안 5천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자들은 대유행의 원인이 된 H1N1 인플루엔자 변종의 확산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지만, 기후가 끼친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서부 전선, 물에 잠긴 참호모습. 출처: Wikimedia Commons
서부 전선, 물에 잠긴 참호. 출처: Wikimedia Commons

악천후로 철새 이동 못하며 인플루엔자 퍼져

 

이번 연구에서 학자들은 전쟁 기간 동안 기후 조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유럽 알프스의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코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914년부터 1919년까지 북대서양으로부터 극히 이례적인 공기가 유입됐고 유럽 날씨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양으로부터 유입된 이 공기로 인해 서부 전선 주요 전장에는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종의 숙주, 청둥오리(mallard ducks)의 이동 패턴에 영향을 미칩니다.  

청둥오리. 출처: Public domain, photo by AF More donated
나 불렀소? 출처: flickr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청둥오리는 당시 늘 다니던 경로인 러시아 북동쪽으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악천후 때문에 1917년과 1918년 사이 서유럽에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청둥오리는 군인, 주민들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나타났고 강한 변종인 H1N1 인플루엔자를 인간에게 옮겼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청둥오리를 제외한 다른 철새들도 악천후로 서유럽에 머물렀습니다. 이 철새들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 때문에 인플루엔자는 삽시간에 유럽 전역에 퍼졌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H1N1 바이러스. 출처: CDC
H1N1 바이러스. 출처: CDC

전쟁과 기후 

 

연구진은 얼음 코어를 분석해 재구성한 당시 환경 조건을 전쟁 중 사망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비교했는데요. 유럽에서의 사망률이 전쟁 기간 동안 세 번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1915년, 1916년, 1918년입니다. 겨울에 극히 이례적이었던 게 해양 공기가 유입됐습니다. 엄청 추웠고 비가 많이 내린 시기와 겹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순환이 바뀌며 비가 훨씬 더 많이 내렸고 6년 간 유럽 전역에서는 훨씬 더 추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 특별한 경우는 100년에 한 번씩 발행하는 변칙적인 변화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유난히 추웠던 그 때..

롱아일랜드대학교(Long Island University)의 환경보건학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알렉산더 모어(Alexander More)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이 전쟁과 대유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환경적 요인들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합니다. 모어는 "이것이 대유행의 '원인'이 아니라 강화제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폭발적인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 연구에 대해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 글로벌 공중 위생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립 랜드리건(Philip Landrigan)이 "폭우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속시켰다고 생각하는 건 매우 흥미롭다"며 "우리가 COVID-19 대유행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어떤 바이러스들이 건조한 공기보다 습한 공기에서 더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며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럽의 공기가 유난히 습했다면 바이러스의 전염이 가속화됐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그래서 말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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