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백 년에 한 번 나타나는 이상기후가 1차 세계 대전 동안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상기후 때문에 전쟁 중 사망률이 증가했고 수년 간 인플루엔자를 유행시켰다는 설명입니다. 폭우와 이상 저온 현상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전쟁 기간 동안 서부전선의 주요 전투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100만 명 이상의 병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은 베르됭 전투(battles of Verdun)나 솜므 전투(battle of Somme) 당시 이상기후로 인해 환경이 열악해졌고, 인명 피해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GeoHealt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악천후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 악화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스페인 독감은 인류 최악의 전염병 사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유행 당시인 1917년부터 2년 동안 5천만 명에서 최대 1억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자들은 대유행의 원인이 된 H1N1 인플루엔자 변종의 확산을 오랫동안 연구해왔지만, 기후가 끼친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춘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악천후로 철새 이동 못하며 인플루엔자 퍼져
이번 연구에서 학자들은 전쟁 기간 동안 기후 조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유럽 알프스의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코어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914년부터 1919년까지 북대서양으로부터 극히 이례적인 공기가 유입됐고 유럽 날씨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해양으로부터 유입된 이 공기로 인해 서부 전선 주요 전장에는 끊임없이 비가 내리고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변종의 숙주, 청둥오리(mallard ducks)의 이동 패턴에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청둥오리는 당시 늘 다니던 경로인 러시아 북동쪽으로 이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악천후 때문에 1917년과 1918년 사이 서유럽에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청둥오리는 군인, 주민들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나타났고 강한 변종인 H1N1 인플루엔자를 인간에게 옮겼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청둥오리를 제외한 다른 철새들도 악천후로 서유럽에 머물렀습니다. 이 철새들의 배설물로 오염된 물 때문에 인플루엔자는 삽시간에 유럽 전역에 퍼졌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쟁과 기후
연구진은 얼음 코어를 분석해 재구성한 당시 환경 조건을 전쟁 중 사망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비교했는데요. 유럽에서의 사망률이 전쟁 기간 동안 세 번 절정에 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1915년, 1916년, 1918년입니다. 겨울에 극히 이례적이었던 게 해양 공기가 유입됐습니다. 엄청 추웠고 비가 많이 내린 시기와 겹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순환이 바뀌며 비가 훨씬 더 많이 내렸고 6년 간 유럽 전역에서는 훨씬 더 추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이 특별한 경우는 100년에 한 번씩 발행하는 변칙적인 변화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롱아일랜드대학교(Long Island University)의 환경보건학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주요 저자인 알렉산더 모어(Alexander More)에 따르면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이 전쟁과 대유행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환경적 요인들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합니다. 모어는 "이것이 대유행의 '원인'이 아니라 강화제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미 폭발적인 상황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 연구에 대해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 글로벌 공중 위생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립 랜드리건(Philip Landrigan)이 "폭우가 바이러스의 확산을 가속시켰다고 생각하는 건 매우 흥미롭다"며 "우리가 COVID-19 대유행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어떤 바이러스들이 건조한 공기보다 습한 공기에서 더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며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유럽의 공기가 유난히 습했다면 바이러스의 전염이 가속화됐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그래서 말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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