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남극이빨고기의 염색체 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염색체는 생명체의 성장과 생존, 생식 등 유적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구조물로, 남극이빨고기 염색체에는 혹한의 남극바다에서 어떻게 큰 몸집을 유지한 채 얼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는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남극이빨고기', 어떻게 얼지 않고 생존할까
남극이빨고기 (Dissostichus mawsoni)는 수심 1,000m에서 서식하는 심해어류입니다. 최대 몸길이 약 1.7 m, 무게 약 135 kg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이며, 크릴과 함께 남극해의 주요 어족자원 중 하나입니다. 극지연구소와 고려대학교 박현 교수 연구팀, 부경대학교, 국립수산과학원 등 공동연구팀은 남극이빨고기, 일명 메로를 분석해 유전체의 크기 (926Mb)와 염색체의 수 (24개)를 파악했습니다.
남극이빨고기는 2,800만 년 전 남극빙어로부터 분리돼 독립적인 진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621개의 유전자 군에서 적응과 진화의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염색체 해독 결과, 생명체의 성장이나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에서 특이점이 나타났는데, 이 특이점이 저온 환경에서 몸집을 키우는 남극이빨고기의 성장 특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남극이빨고기의 세포막 성분 중 하나인 스핑고지질(sphingolipid)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낮은 온도에서 지방이 굳는 것을 막고 일상적인 세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번 연구에는 최신 염색체 해독 기술인 실시간유전자 분석방법(SMRT sequencing)과 염색질 3차구조 결합동정기술(Hi-C technology)이 이용됐습니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 (CCAMLR)는 남극이빨고기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조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CCAMLR에 따르면, 2019-2020년 남극이빨고기 총 어획량 약 4,169톤 중 우리나라의 어획량이 1,139톤을 차지해 최대 조업국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연구는 동물학분야의 상위 논문인 'Zoological Research'에 게재됐습니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이빨고기 연구는 어획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며 "이번 염색체 해독결과가 남극이빨고기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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