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이용재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 연구팀이 지각판의 섭입대를 따라 일어나는 지진 발생의 새로운 매커니즘을 제시했습니다.
지각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 중 하나인 장석이 땅속 깊은 곳으로 섭입하는 과정에서 물을 포함한 점토광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이 지진 발생과 마그마의 성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본 연구 결과는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습니다.
섭입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약 15개의 크고 작은 지각판으로 구성된 지구의 표면에는 지각판 사이의 충돌에 의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지각판이 땅속으로 유입되는 '섭입대'라 불리는 지역이 해저에 총 55,000km에 걸쳐 분포합니다. 이용재 교수팀은 섭입하는 지각판의 종류와 깊이에 따른 온도와 압력 환경을 만들어 지각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 중 하나인 장석과 물의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섭입대 약 90km 깊이에 해당하는 조건(대기압의 약 29,000배 압력과 섭씨 290도 온도)에서 장석이 점토광물로 변하면서 주변의 물이 광물의 구조 속으로 유입되는 변화가 관찰됐고, 이후 섭입대 약 135km 깊이에 해당하는 조건(대기압의 약 43,000배 압력과 섭씨 430도 온도)으로 압력과 온도를 증가시키자 점토광물에서 물이 빠져나오면서 보석으로도 잘 알려진 단단한 광물인 경옥으로의 변화가 관찰됐습니다. 이때 경옥으로의 변화는 섭입대에서 일어나는 변성 과정의 특징으로 기존 연구에 의해 잘 알려진 내용이었지만, 그 전 단계에서 물을 포함한 점토광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실험 결과는 이번에 처음으로 보고됐습니다.
- 장석(Feldspar)
알루미늄-규산염이 망상으로 연결된 주요 조암 광물군으로 지각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 조장석(Albite)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장석 광물로 나트륨이 풍부하다.
- 점토광물(Clay minerals)
알루미늄-규산염 층상 광물군으로 일반적으로 주요 광물의 화학적 풍화를 통해 형성되며, 입자의 크기가 작고 지표에서 토양의 주요 성분을 이룹니다.
이 교수는 "비교적 단단한 장석이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물과 반응하면서 상대적으로 연한 점토광물로 변한다는 내용은 일반적인 광물상의 깊이에 따른 변화 경향에 반하는 결과”라면서 “물을 함유한 연한 점토광물의 형성과 함께 섭입대의 윤활유 역할을 하던 물의 양이 줄어드는 결과로 인해 섭입대 접촉면의 물성이 변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섭입대 깊이 구간에서 지진 발생의 빈도가 약 두 배 증가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는 섭입대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중요한 발생 원인으로 물을 포함한 광물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현상(탈수 반응)만이 알려졌으나, 이번 결과를 통해 그 반대되는 현상(수화 반응)도 일어날 수 있으며, 이것이 지진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겁니다.
섭입대 마그마 성분의 기원, 단서 발견하다
한편, 장석에서 점토광물로의 변화와 함께 석영의 드문 다형체 중 하나인 모가나이트의 형성도 관찰되는데 이는 섭입대에 존재하는 물이 알칼리성으로 바뀐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것은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섭입대를 따라 만들어지는 마그마의 성분에 대한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험적 결과를 제공한 것으로도 그 의미가 큽니다.
이 교수팀은 땅속 170km 이상의 섭입대 환경에 따른 광물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포항방사광가속기(소장 고인수) 연구시설을 방문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또한 단일 광물상의 변화가 실제 암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재현됨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해명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
본 연구를 이끈 이용재 교수는 "섭입대는 지진이나 화산활동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 지질 재해로 연결될 수 있는 위험한 지역이지만, 동시에 지구가 행성으로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지구 물질의 순환 공장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섭입대를 따라 일어나는 광물과 암석의 다양한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살아있는 행성으로서의 지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는 향후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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