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선으로 반도체 소재에 미세패턴을 그렸다
가시광선으로 반도체 소재에 미세패턴을 그렸다
  • 이웃집과학자
  • 승인 2023.03.20 23:38
  • 조회수 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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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반도체 기업들은 초미세 회로 패턴 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 장비 선점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짧은 파장의 빛을 이용하면 반도체 기판에 더욱 미세한 회로와 패턴을 그릴 수 있고 소자의 면적을 줄일 수 있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가진 높은 희소성으로 인해, 차세대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기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UNIST 화학과 권오훈 교수팀은 펨토초(femtosecond, 10-15초) 레이저를 활용해 반도체 소재인 흑린(black phosphorus)에 나노미터 수준의 정확도로 미세패턴을 형성하고, 다양한 형태의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전 과정을 투과 전자현미경을 통해 실·시공간에서 직접 관측함으로써 나노 패턴이 형성되는 물리학적 이유와 그 근간이 되는 빛-물질 간 강한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도 함께 제시했는데요.

펨토초 레이저를 조사하여 형성된 흑린(black phosphorus, BP) 나노 리본. (a) 광시야 포토리소그래피 및 흑린 나노 리본 형성 모식도. (b)조사한 빛 파장(515 nm)의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너비(50 nm)로 형성된 흑린 나노 리본. (c) 레이저가 조사된 수 마이크로미터 영역에 걸쳐 균일하게 형성된 흑린 나노 리본군. 그림 속 하얀색 박스로 표시된 영역의 확대된 것이 패널 b. 편광(polarization)은 수평 방향이다. 출처 : UNIST
펨토초 레이저를 조사하여 형성된 흑린(black phosphorus, BP) 나노 리본. (a) 광시야 포토리소그래피 및 흑린 나노 리본 형성 모식도. (b)조사한 빛 파장(515 nm)의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너비(50 nm)로 형성된 흑린 나노 리본. (c) 레이저가 조사된 수 마이크로미터 영역에 걸쳐 균일하게 형성된 흑린 나노 리본군. 그림 속 하얀색 박스로 표시된 영역의 확대된 것이 패널 b. 편광(polarization)은 수평 방향이다. 출처 : UNIST

연구팀은 가시광선에 해당하는 515 nm 파장의 빛을 흑린 시료에 순간적으로 조사해 빛 파장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너비와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간격을 가진 나노 리본 배열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극자외선 노광 장비로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의 최소 선폭에 달하는 해상도입니다. 특히, 흑린 시료의 결정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쬐어주는 빛의 편광(polarization)에 따라 리본이 형성되는 방향을 바꾸거나 큐브, 링 등 다양한 형태의 나노 구조체를 자유자재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결정 방향을 가진 나노 구조체만을 만들 수 있는 합성 방법들과 차이가 있죠.

 

현재 소자 미세 공정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beam lithography)의 경우 높은 해상도와 정밀 처리 능력을 보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공정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요. 또한 전자빔을 기판에 스캔하는 과정에서 해상도와 정보처리량이 반비례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연구팀의 광시야 포토리소그래피 기법은 사전 공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고 해상도의 천 배에 달하는 영역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펨토초 레이저의 편광을 다르게 하여 만든 다양한 형태의 흑린 나노 구조체들. (a) 나노 큐브(수직, 수평 방향의 편광이 사용되었다). (b) 나노 링(원평광이 사용되었다). (c) 나노 페이브스톤(시계, 반시계 방향의 원평광이 사용되었다). 출처 : UNIST
펨토초 레이저의 편광을 다르게 하여 만든 다양한 형태의 흑린 나노 구조체들. (a) 나노 큐브(수직, 수평 방향의 편광이 사용되었다). (b) 나노 링(원평광이 사용되었다). (c) 나노 페이브스톤(시계, 반시계 방향의 원평광이 사용되었다). 출처 : UNIST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흑린에 미세 나노 패턴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빛의 변조 불안정(modulation instability)에 의한 ‘솔리톤(soliton)’형성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빛이 흑린과 같은 비선형 매질에서 교란 운동을 겪게 되면, 에너지 손실 없이 파형과 속도를 유지한 특이 파동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것이 솔리톤입니다. 즉, 흑린이 조사된 레이저 빛과 상호작용을 통해 솔리톤을 생성했고, 부분적으로 에너지가 높아진 파동의 마루를 따라 인(phosphorus) 원자가 방출되면서 패턴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제 1저자인 김예진 박사(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박사 후 연구원)는 “나노 구조를 제작하기 위해 기존 리소그래피 기술들은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져 왔고 화학 합성법들은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빛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흑린의 특이 물성을 유도해 나노 패턴을 만들어 냈기에 탑다운과 바텁업 양방향으로 접근해 나노 구조를 만들어 낸 유일한 연구”라고 말했습니다.

 

권오훈 화학과 교수는 “투과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광시야 포토리소그래피를 구현하고 패턴이 형성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면서 2차원 반도체 소재에 높은 해상도로 정확한 패턴을 동시 구현한 것은 처음이다”며 “빛-물질 간 비선형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광학 현상을 토대로 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 제작 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라고 전했습니다.

 

연구결과는 나노 화학 및 나노 소재 분야의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3월 6일(현지 시간) 자로 발표됐습니다.

논문명: Tailoring Two-Dimensional Matter Using Strong Light-Matter Interactions

 

#용어설명

1. 반도체(Semiconductor)

반도체는 어떤 특별한 조건하에서만 전기가 통하는 물질로서 필요에 따라 전류를 조절하는데 사용된다. 메모리칩과 같은 반도체 소자에 쓰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2. 흑린(Black phosphorus)

흑린 (black phosphorus)은 찌그러진 육각벌집 구조 (puckered honeycomb structure)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비등방성 (anisotropic) 2차원 반도체 물질로서, 물리적, 전기적 및 열적 특성 또한 비등방적이며 원자 배열이 유연해 미세전자기계시스템 (nano-electro-mechanical system, NEMS)의 주요 소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2차원 흑린의 구조 변형은 전자 구조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전기전도성을 포함한 전기적 특성 제어에 있어 빛에 감응하는 흑린의 구조 변화 관측 및 동역학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3.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얇은 필름이나 기판(웨이퍼) 위에 부품을 패턴화하는 미세 제작에 사용되는 공정이다. 빛을 사용하여 광마스크에서 기판의 감광성 화학 포토레지스트로 기하학적 패턴을 전달, 일련의 화학적 처리를 통해 노출 패턴을 재료에 에칭하거나 원하는 패턴의 새로운 재료를 포토레지스트 아래의 재료에 증착하여 제작한다.

4. 전자빔 리소그래피(Electron-beam lithography)

전자선 감광제를 도포한 시료(웨이퍼) 위에 전자빔을 주사 스캔하여 감광제재를 구성하는 고분자를 결합 또는 절단하여 시료 표면에 감광제 패턴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5. 투과 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높은 에너지로 가속되고 일련의 전자기장 렌즈를 지나며 성질이 제어된 전자빔을 물질에 투과시켜, 원자-나노미터 수준에서 물질의 형태와 결정 구조 및 화학적 구성을 측정하는 장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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