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수직 방향의 열복사[1]는 억제하면서 수평 방향의 열복사를 강화하는 마이크로 광학구조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을 스마트폰 등 인체 가까이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적용하면 이용자의 열적 쾌적성(thermal comfort)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은 김선경 교수(경희대학교) 연구팀이 사물의 복사광을 특정 방향으로만 방출하는 마이크로 광학구조를 설계·제작하고, 실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태양열에 의한 건축물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시작된 복사냉각 기술 연구는 최근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등 광전자 소자 및 기능성 의류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흑체[2]를 포함한 모든 사물은 표면에서 전 방향으로 열복사를 방출하기 때문에 특정 방향의 열복사를 강화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성 제어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열역학 분야의 난제로 꼽힙니다.
연구팀은 수직 방향의 적외선은 반사하면서 수평 방향의 적외선을 흡수하는 광학구조를 설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실리콘 기판 위에 특수하게 제작된 지름 10 마이크론, 높이 5 마이크론의 마이크로 광학구조에 100 nm 두께의 실리카와 알루미나 산화물을 코팅했는데요.
연구팀은 마이크로 광학구조의 열복사 방출각에 따른 스펙트럼을 측정한 실험에서 전면 열복사는 억제되면서 측면 열복사가 강하게 관측되는 파장 영역이 코팅 산화물로 사용한 실리카와 알루미나의 분자 진동의 파장 영역과 일치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열영상 카메라를 회전하면서 마이크로 광학구조를 촬영한 결과 수직각도로 촬영한 전면부에서는 어떠한 이미지도 관찰되지 않았지만, 회전 각도가 60도 이상 되면 마이크로 광학구조의 이미지가 또렷이 나타남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개발한 마이크로 광학구조가 측면 방향으로만 열복사 에너지를 방출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시야각에 의존하는 열복사 위장 기술[3]이 실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김선경 교수는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여 안면 모사 구조의 열적 쾌적성을 시험한 결과 기존 흑체보다 3도 이상의 냉각 효과를 보여 연구의 실용적 가치를 입증하였다”라며 “이를 야외에서 사용하는 전자회로 및 전원모듈 등에 적용하면 장시간 태양광 노출에 따른 효율 저하 현상 억제 등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온라인에 5월 18일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Directional radiative cooling via exceptional epsilon-based microcavities
#용어설명
[1] 열복사 : 절대온도 0도가 아닌 모든 생물체와 사물은 외부로 빛의 형태로 열을 방출하는데 이를 열복사라고 한다. 일례로 추운 날 여러 사람이 가깝게 모여 있으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2] 흑체 : 모든 방향에 대해 열복사율이 100%인 이상적인 물체를 의미한다. ‘키르히호프 열복사 법칙’에 의하면 흑체는 모든 방향의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성질을 가진다.
[3] 열복사 위장기술(camouflage): 모든 사물은 열복사를 방출하므로 이를 감지하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해 사물의 존재 및 위치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사물 표면에 열복사를 억제하는 구조를 도입하면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사물을 인지할 수 없는데, 이를 열복사 위장기술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