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 태양은 하나죠.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별은 다중성으로 태어납니다.
문제는 그 형성과정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란 것입니다. 따라서 다중성의 형성 기작(mechanism)을 알아내는 것은 별탄생 이론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중성 형성 기작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안되었습니다. 다만, 진실은 아직 숨겨져 있습니다. 다중성 형성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ALMA[1]와 같은 고해상도, 고감도 관측시설로 다둥이 별들이 탄생하는 순간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추가적으로 최근 태아별[2] 관측에서 태아별을 향해 흐르는 가스 구조인 "스트리머 (streamer)"가 종종 보고되고 있어서 스트리머를 연구하는 것은 태아별이 어떻게 기체를 흡입하여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다중성계에서 태아별 주변의 기체 흐름은 복잡한 구조를 가질 것이 분명한데요. ALMA의 고해상도 영상은 스트리머 기원을 연구함에 있어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학교 이정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세 개의 태아별이 함께 태어나고 있는 다중 원시항성계 IRAS 04239+2436을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간섭계(ALMA)로 관측하여 태아별들 주위에서 세 개의 큰 나선 팔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나선형 팔들은 일산화황 (SO) 분자가 방출하는 빛에서 그 형상을 드러냈습니다. ALMA 관측에서 얻은 기체의 분포와 속도 분포를, 호세이 대학교의 마츠모토 토모아키 교수가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수행한 수치 시뮬레이션과 비교했는데요. 이 세 개의 나선형 팔이 세 쌍둥이 태아별에게 물질을 공급하는 스트리머(streamer), 즉 태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탯줄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최근에 발견되기 시작한 스트리머의 기원이 의문이었는데, 이번 ALMA 관측과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결합하여 다중성이 형성되는 역동적인 과정에서 스트리머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ALMA를 사용하여 어린 다중 원시항성계 IRAS 04239+2436 주변의 일산화황 (SO) 분자를 포함하여 여러 분자들이 방출하는 전파를 관측했습니다. IRAS 04239+2436은 지구에서 약 46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중 원시항성계', 즉 세 쌍둥이 태아별입니다. 연구팀은 충격파가 존재하는 영역에서 SO 분자를 검출하면, 태아별 주변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기체 운동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관측 결과, 연구팀은 세쌍둥이 태아별 주변에서 SO 분자를 검출했으며, SO 분자의 분포가 최대 400 천문 단위로 확장되는 큰 나선형 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도플러 효과을 이용하여, SO 분자를 포함하는 기체의 속도분포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기체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SO 분자로 추적한 나선형 팔은 실제로 세 쌍둥이 태아별을 향해 흐르는 스트리머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번 ALMA 이미지의 가장 충격적인 특징은 SO 방출을 따라 분포하는 대형 다중 팔 구조입니다"라고 이정은 교수는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는 구조들이 가운데 위치한 태아별들을 중심으로 함께 회전하면서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이 나선형 팔들이 태아별에게 물질을 공급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기체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ALMA 관측에서 얻어진 기체의 속도를 성간기체구름에서 다중성 형성을 재현하는 유체역학 수치 시뮬레이션으로부터 얻어지는 속도와 비교했습니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 계산천체물리센터의 천문학 전용 슈퍼컴퓨터인 '아테루이(ATERUI)'와 '아테루이 II (ATERUI II)'[3]를 사용하여 수행된 이 시뮬레이션은 세 개의 태아별 주변에서 교란된 기체가 나선형 팔 모양의 충격파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이 수치 시뮬레이션을 주도한 마츠모토 교수는 "세 개의 태아별을 향해 나선형 팔 모양으로 기체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나선형 팔이 태아별에 기체를 공급하는 스트리머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시뮬레이션과 관측에서 얻어진 기체의 속도분포가 일치하므로, 수치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스트리머의 기원을 잘 설명 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관측 자료와 수치 시뮬레이션을 비교하여 이 세 쌍둥이 태아별의 탄생 기작을 연구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다중성 형성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제안되었습니다. 첫째는 '난류 분화 시나리오'로, 난류를 포함하는 성간구름이 여러 개의 밀도가 높은 기체 덩어리로 분화하고, 그 덩어리 각각이 원시별로 진화하는 시나리오입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원시별을 둘러싼 기체원반이 분화해서 새로운 원시별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여러 개의 별을 형성하는 '원반 분화 시나리오'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관측된 세 쌍둥이 태아별은 "난류 분화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기체구름의 분화로 별 형성 과정이 시작되고, 이후 "원반 분화 시나리오"처럼 원반에서 새로운 별의 씨앗이 생성된 후, 주변 기체의 난류와 연결된 나선 팔이 형성되어 물질을 흡입하는 하이브리드 시나리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관측 결과와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 결과가 매우 유사하며, 이번에 관측 된 세 쌍둥이 태아별을 통해 하이브리드 시나리오에 의해 다중성이 형성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마츠모토 교수는 "태아별과 스트리머의 기원이 동시에 종합적으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ALMA 관측과 시뮬레이션의 결합은 별 형성의 비밀을 밝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로부터 다중 항성계에서 행성 형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이정은 교수는 "행성은 원시별 주위에 형성되는 기체 및 먼지 원반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삼중 항성계의 경우, 원시별 주변의 원반이 작은데, 이는 중심의 좁은 영역 내에 원시별들이 밀집되어 있고, 원시별들이 서로 가깝게 궤도를 돌며 중력을 작용해서 서로의 원반 물질을 벗겨내기 때문입니다. 행성은 평온한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형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IRAS 04239 + 2436의 주변상황이 행성 형성에 도움이 되는 환경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츠모토 교수는 "하이브리드 시나리오의 방식으로 다중 항성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실제로 관측한 것은 다중 항성 형성 시나리오에 대한 논쟁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최근 발견된 스트리머의 존재를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함으로써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고분해, 고감도의 ALMA 관측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유체역학 수치 시뮬레이션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다중 항성계의 형성이 기존에 제시된 이분법적이 기작이 아니라 두 기작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방식을 따라 만들어짐을 보인 첫 사례입니다. 다중성 형성과정에서 태아별들에게 물질을 공급하는 나선팔 모양의 스트리머가 형성될 수 있음도 처음으로 제시한데 의미가 크나도 볼 수 있습니다.
연구 결과는 2023년 8월 4일자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됐습니다.
논문명 : Triple spiral arms of a triple protostar system imaged in molecular lines
#용어설명
[1] ALMA(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파 간섭계) : 전파간섭계는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배열하고 이를 서로 간섭시켜, 거대한 하나의 전파망원경처럼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ALMA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건설해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전파간섭계로 유럽남방천문대(ESO), 미국국립과학재단(NSF), 일본국립자연과학연구소(NINS), 캐나다국립연구회, 대만과학기술부(MOST), 대만중앙연구원(ASIAA) 그리고 한국천문연구원(KASI)과 협약을 맺고 있다.
[2] 태아별 : 태아별, 원시별은 같은 용어이며, 아직 중심에서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다중성계는 여러 개의 별이 서로의 중력에 묶여있는 별의 집단을 의미한다. 스트리머(steamer)는 속도구조가 중심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기체의 흐름이다.
[3] "ATERUI"와 "ATERUI II" : 일본 국립천문대(NAOJ) 미즈사와 캠퍼스(이와테현 오오시시)의 천문학 수치 시뮬레이션을 위한 NAOJ의 슈퍼컴퓨터들이다. "ATERUI" (Cray XC30)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되었으며, 이론적으로 1.058 페타플롭의 최고 성능을 가졌다 (1 페타플롭은 초당 1조 개의 계산을 수행하는 성능). "ATERUI II" (Cray XC50)는 2018년 이후 운영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3.087 페타플롭의 최고 성능을 가진 천문학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