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내 과학 유튜버 대표로 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한·미 협력 아시아 대기질 공동조사(ASIA-AQ) 미디어데이에 참석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기질 측정 장비를 갖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DC-8 항공기 내부를 탐방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1986년 NASA에 의해 도입된 이 항공기는 '하늘의 연구실'로 불리는데, 전 세계 대기 정보 수집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이번이 한국을 방문한 두번째인데, 첫 번째는 2016년이다. 이번 한국 방문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특별했다.
처음에 멀리서 DC-8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일반 항공기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본 항공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꼬리 날개에 새겨진 NASA 로고, 창문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들, 그리고 기체 하부에 달린 라이다 센서까지, 모든 것이 대기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항공기 내부는 또 다른 세계였다. 이곳 저곳에 설치된 분석 장비들, 대기질 조사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과학 장비와 버튼들이 인상적이었다. 흥미롭게도 항공기 내부에는 공동 연구를 위해 총 6대의 한국 장비가 탑재되었다고 한다.
항공기 내 모든 과학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는 컨트롤 타워는 이 공간의 중심이다. 한국 장비의 경우 국내 순수 기술로 제작됐다. 해당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만들어지기 직전에 원인이 되는 오염 물질을 측정하는 장비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특히 이 비행기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었다. DC-8은 거의 40~50년 전에 개발이 되던 비행기인데 아직도 이 비행기를 쓰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는데, NASA 관계자는 예산의 제약을 이야기했다. NASA의 예산은 미국 정부 예산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여러 센터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할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항공기는 민간 항공기들보다 더 많은 점검과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매우 안전하다고 한다.
또 대기질 조사에 드론이 아닌 대형 항공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모든 측정 장비를 동시에 싣고, 한 번에 정확한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함이다. 비행 시 발생하는 매연이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설명도 들었다. 항공기에서 나오는 매연은 샘플이 되지 않으며, 비행 방향과 반대로 날아가기 때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기내에서는 공기 샘플을 보관하는 '캔'도 볼 수 있었다. 이 캔은 바깥 공기를 담아 연구소로 보내지며, 분석 후에는 다시 진공 상태로 만들어져 다음 수집 과정에 사용된다. 쉽게 말해 비행기가 상공을 날아다니는 동안 공기가 수집되는 방식이다. 기내 한 켠에는 초미세먼지 등을 연구하는 KAMS라는 팀의 장비도 갖춰져 있었다. KAMS팀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에 있는 화학적 성분을 측정한다. 질량 농도뿐만 아니라 화학적 성분까지 측정을 해야 초미세먼지 기원, 적절한 저감 물질 선택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과 미세먼지 발생의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KAMS팀 연구진은 "우리나라 위도 자체가 36도에서 38도 사이에 있기 때문에 편서풍이 많이 불긴 하는데, 항상 편서풍만 부는 건 아니다. 편서풍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고 동풍에 의해 씻겨 나갈 때는 농도가 낮기도 하다. 그러니까 항상 중국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번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과 NASA를 비롯해 국립기상과학원, 고려대, 연세대, 한국외대, 프린스턴대 등 국내외 40여 개 기관과 5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조사 대상 지역은 국내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여러 국가를 포함하며, 이들의 공동 노력으로 대기질 개선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금까지 오산공군기지 NASA 대기질 조사 간담회와 DC-8 연구실 비행기 탐방을 진행한
과학 크리에이터 '지식인미나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