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침투? 식물, "가만히 있지 않아"
병원균 침투? 식물, "가만히 있지 않아"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7.05.15 18:55
  • 조회수 6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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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병에 걸리고 아파한다

 

우리 몸은 병에 걸리면 몸에 면역이 생기면서 병원균을 물리칩니다. 식물에도 면역작용이 있을까요? 겉으로 보기에 식물은 가만히 있는 것 같습니다. 식물은 병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연 상태에 있는 건강한 식물이라면 웬만해선 병에 잘 걸리지 않아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철벽, 식물요새 덕분이지요.

 

첫 방어, 미생물 저해제

 

병원균이 식물에 침입하기 위해 다가갔을 때 마주치게 되는 첫 번째 장벽은 식물이 주위로 꾸준히 방출하고 있는 미생물 저해제입니다. 이러한 미생물 저해제는 식물의 잎이나 뿌리로 계속 방출하고 있어요. 이러한 물질이 곰팡이 포자가 발아하는 것을 억제하기도 하고 포자의 부착기 형성을 억제해서 부착조차 못하게 막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살짝 노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는 양파 껍질은 페놀 화합물인 protocathechuic acid와 catechol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양파가 땅속에 있을 때 조금씩 이 두 물질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게 되고, 근처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있으면 포자 발아를 억제하게 됩니다.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톤치드도 나무가 병원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항균물질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죠. 피톤치드(phytoncide)의 phyton은 희랍어로 ‘식물’이란 뜻과 cide의 ‘죽이다’라는 뜻이 합쳐져서 명명된 겁니다. 이 물질은 테르펜, 페놀화합물, 알칼로이드성분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항균활성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protocathechuic acid와 catechol이 함유되어 있는 양파껍질. 사진출처 : 포토리아
protocathechuic acid와 catechol이 함유되어 있는 양파껍질. 사진출처 : 포토리아

 

그 다음 맞닥뜨리는 '물리적 장벽'

 

병원균이 이러한 미생물 저해제를 간신히 참고 어떻게든 식물 표면에 도달하면 두 번째 장벽이 나타납니다. 표면 털과 왁스층, 표피 외벽이 그것인데요. 

 

세균이든 곰팡이든 병원균이 식물에 침입하기 위해선 표면에 얇은 수막층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수분은 병원균이 식물에 침투하기 위해 충분히 증식 할 때 필요하고 포자의 발아를 유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표면에 털이 있으면 비가 와도 물방울을 그대로 떨어뜨려 수막층이 생기는 걸 방지해요. 기름의 일종인 왁스층까지 있으면 표면에 수분이 있기는 더욱 힘들어 집니다.

식물표면의 잔털들은 방수효과가 뛰어나다. 사진출처 : MyUrbanFarmscape.com
식물표면의 잔털들은 방수효과가 뛰어나다. 사진출처 : MyUrbanFarmscape.com

세 번째 방어, 세포 수준의 방어

 

부족한 수분으로 식물의 두껍고 딱딱한 표피를 간신히 뚫고 들어가면 병원균이 마주하는 다음 어려움은 세포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방어 작용입니다. 동물병원균이든 식물병원균이든 병원균은 대게 자기가 침입하는 기주만을 골라 침입합니다. 

 

이러한 병원균의 특성을 기주특이성(Host specificity)이라고 합니다. 또는 숙주특이성이라고도 합니다. 이 때문에 병원균은 병을 일으키기 전에 침입한 기주(숙주, -편집자 주-)가 내가 원하던 기주가 맞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병원균이 자기 기주를 알아차리기 위해 기주 세포 표면에 있는 특정 분자 구조체를 인식합니다. 만약 병원균이 찾는 기주가 맞다면 병을 일으키게 되지만 식물이 돌연변이를 통해 세포표면에 있는 분자구조체의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없애면 병원균은 침입에 성공하더라도 ‘이게 내 기주가 맞나?’ 헷갈리게 돼 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한 식물세포는 세포 자체적으로 병원균을 물리칠 수 있는 화학무기들을 항상 머금고 있습니다. 이 화학무기의 종류는 페놀화합물, 탄닌, 토마틴, 아베나신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병원균의 공격으로 세포가 죽어 터져 나오면 병원균이 내뿜는 독소를 중화시키거나 억제시키기도 합니다. 직접적으로 병원균이 더 이상 증식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포 내 화학무기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죠. 탄닌은 녹차나 감, 포도에 많이 존재하고 있는 물질로 떫은 맛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고 토마틴이나 아베나신은 각각 포마토(감자와 토마토를 교배시켜 얻은 야채, -편집자 주-)와 귀리에 많이 존재하는 물질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포닌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는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이 없더라도 항상 대비하고 있는 방어 체계였다면 병원균이 침입에 성공한 후에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일종의 비상 방어체계가 또 있습니다.

병원균이 침입했다는 신호를 받고 병원균이 물관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막기위해 물관에 혹(전충체)을 형성하는모습. 출처 : Sun et al., A.J. Bot, 2006
병원균이 침입했다는 신호를 받고 병원균이 물관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막기위해 물관에 혹(전충체)을 형성하는모습. 출처 : Sun et al., A.J. Bot, 2006

비상 방어체계 첫 번째, 방어 구조물 추가설치

 

식물이 미리 설치해둔 물리적인 장벽들을 병원균이 전부 뚫고 들어와도 식물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장벽들을 계속 만들어 방어합니다. 병원균이 침투를 해서 침투한 부위의 세포가 죽으면 죽은 세포는 납작해지면서 코르크층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코르크층은 병원균이 더 이상 침입하는 것을 막고 병원균이 내뿜는 독소물질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이 코르크층은 병원균이 사용할 양분을 더 이상 병원균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해 병원균이 더 이상 증식을 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또 병원균들 중에는 식물의 물관에서 증식을 하거나 물관을 타고 다른 부위로 이동하여 계속 감염해 나가는 병원균들도 있다고 합니다. 식물은 이런 병원균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신의 물관에 전충체라고 부르는 혹을 많이 만들어서 병원균이 물관을 타고 이동하는 것을 막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혹을 잘 만드는 식물은 물관을 타고 이동하는 병원균에 잘 감염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식물은 조직적으로 방어 구조물을 계속 설치하는 것 이외에도 하나하나 세포 수준에서 병원균이 침입했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세포벽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 병원균이 세포 내로 침입하는 것을 막게 됩니다.

 

파이토알렉신의 일종인 Capsidiol, 고추나 담배에서 분비되는 항진균물질이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파이토알렉신의 일종인 Capsidiol, 고추나 담배에서 분비되는 항진균물질이다. 출처 : Wikimedia Commons

비상 방어체계 두 번째, 과민성반응과 항미생물질의 추가 생산

 

식물은 방어 구조물을 추가 설치함과 동시에 생화학적 반응을 통해 양동 작전으로 방어를 시작합니다. 병원균이 식물 내로 들어오면 식물세포는 병원균을 인식합니다. 동물의 세포자살과 유사하게 보이는 과민성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과민성반응이 일어나면 세포는 죽게 되고 이렇게 괴사된 세포들은 병원균이 살 수 있는 정상적인 환경을 없애버려 병원균의 진전을 막습니다. 

 

또한 과민성반응이 일어나면서 감염된 조직은 생체 내 신호를 통해 병원균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알리게 되고 파이토알렉신(phytoalexin)이라는 항균성 물질을 감염된 조직뿐만 아니라 식물체 전체에 축적합니다. 식물은 이 파이토알렉신에 의해 병원균이 더 이상 감염을 진전시키는 것을 막고 이후에 있을 추가적인 감염에도 저항할 수 있는 면역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멍하게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도 병원균과의 생존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항할 수 있는 전략과 강력한 무기들을 항상 대비해 놓고 있습니다. 위에 서술한 식물의 방어술 못지않게 병원균들도 영리한 방법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식물과 병원균, 두 왕국 간의 군비 경쟁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몰락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 참고문헌

George N. Agrios 『식물병리학 제 5판』,식물병리학 교재연구모임 번역, 원드사이언스, 2006년 3월 20일 발행, P208~P246

 

충북대 식물세균 및 분자유전학 실험실

석사과정 신두산 시니어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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