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맨 정신으론 용기가 안나 술 기운을 빌려 고백한다..."
혹은
"도대체 무슨 용기가 나서 부장님한테 대들었어?"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말 술 마시면 용기가 날까요? 혹시 핑계는 아닐까요.
공포를 공포로 인식하지 않더라
미국 국립 알코올남용 및 중독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NIAAA)의 길먼 박사 연구팀은 술을 마시면 정말 사람이 대담해지는지 실험했습니다.
우선 참가자들에게 불안을 주기 위해, 공포스러워 하는 얼굴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공포에 떠는 얼굴을 보면 불안과 관계된 뇌부위가 활성화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방의 불안감이 타인에게 전염되는 거죠.
길먼 박사팀의 실험에 따르면 공포에 떠는 얼굴 사진을 보여줘도 알콜을 투여한 사람 뇌에서는 불안 반응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공포를 공포로 인식하지 않은 것이죠.
도쿄대 약학부 교수 이케가야 유지는 그의 책 <뇌는 왜 내편이 아닌가>에서 "단순히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며 "실제로는 더 복잡한 뇌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 실험을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술을 마시면 용기가 난다고 장담은 못해도 공포를 오롯한 공포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진짜 용기는 술 안 마시고도 뿜어져 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오늘 술을 마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