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면서 "망했다"는 친구, '이유 있다'
공부 잘하면서 "망했다"는 친구, '이유 있다'
  • 박연수
  • 승인 2017.11.21 10:43
  • 조회수 28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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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 시험 잘 봤어? 난 완전 잘 본 듯!

영희 : 난 망했어.

 

시험을 본 후 이런 대화가 오갔지만 성적 발표 날, 영희는 전교 1등을 했답니다. 철수는 하위권이었죠. 학창 시절 이런 경험 없으셨나요?

 

한 대선 후보는 방송에 출연해 "학창시절 전국 2등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희 이웃집과학자는 정치적으로  읍읍...! 출처: YTN 프로그램 갈무리

O 후보 : "예비고사 때 전국 3등을 했는데 차석으로 잘못 알려진 거고요. 차석이 아니죠. 1등이고 2등이 차석 아니겠습니까? … 그때는 예비고사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고요."

 

전국 3위나 2위나.. 정말 공부 잘하신 건데(이 정치인 사례는 '더닝 - 크루거 효과'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정치 성향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더닝 - 크루거 효과(Dunning - Kruger effect)

 

이처럼 우리 주위를 보면 공부를 잘하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낮잡아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선 별로 준비한 게 없다'며 결과를 비관하죠. 반면 실력이 모자라거나 떨어지는 친구인데 소위 '근자감'이 넘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요. 왜 이러는걸까요?

 

'Unskilled and unaware of it: How difficulties in recognizing one's own incompetence lead to inflated self-assessments' 연구 결과를 참고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더닝 - 크루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데요.

 

책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를 참고하면 '더닝 - 크루거 효과'란 실력이 미숙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이 실제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우월감에 빠지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반면, 숙련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현상도 포함하는 이론입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 출처: artandtechnology

코넬 대학의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ger) 교수와 대학원생 더닝(Danid Dunning)이 함께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크루거와 더닝은 4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1.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2.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3.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를 알아보지 못한다.

4.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이전의 능력 부족을 깨닫고 인정한다.

 

연구진은 먼저 45명의 코넬 대학 학부생에게 20가지의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그 후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성적이 낮은 학생은 예상 순위를 높게 평가했지만 성적이 높은 학생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평균 점수 하위 12%에 해당했던 학생은 자신의 논리적 추론 능력이 32% 안에 든다고 생각했대요.

 

학생들의 점수표. 출처: 뺄셈의 리더십 책.

시험을 보고 나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답과 다른 학생들의 답을 비교해 어떤 게 옳은 답인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성적이 하위 25%에 해당했던 학생들은 자신보다 더 잘하는 학생들의 답을 보고도 자신의 수행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더닝과 크루거는 실험 참가자 1/2를 대상으로 논리 훈련을 했습니다. 삼단 논법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법을 알려줬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이 본 논리적 사고 시험을 평가하게 했죠. 논리 훈련을 받은 하위 25%의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게 됐고, 훈련받지 않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확신을 계속 유지했다고 하는군요.

 

"레몬 주스 바른 엉뚱 도둑" 영감 줘

 

레몬 주스 발랐으니 모르겠지. 출처: The Blog of International Judicial Assistance 

더닝과 크루거가 이 실험을 실시한 계기가 흥미로운데요. 1995년 멍청하고 용감한 은행털이범이 영감을 줬습니다. 1995년 미국 피츠버그 은행을 털었던 '맥아더 휠러(McAther Wheeler)'는 얼굴을 가리지 않고 맨 얼굴로 돈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얼굴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에 CCTV에 매우 선명하게 찍혔고 1시간 뒤에 경찰에 잡혔죠. 경찰이 휠러에게 CCTV를 보여주자 휠러가 한 마디 합니다. "레몬주스를 발랐는데...?"

 

어린이들이 비밀 편지를 쓸 때 이용하는 레몬 잉크를 얼굴에 바르고, 현재 자신의 얼굴이 투명해졌다고 믿었다고 하는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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