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를 100명으로 보았을 때 그 중 1명만 남성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은 무서운 상상인데요. 호주 대보초,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초록바다거북이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연구 'Environmental Warming and Feminization of One of the Largest Sea Turtle Populations in the World'의 결과인데요. 대보초 북부에서 부화한 초록바다거북 가운데 거의 성체에 이른 개체들을 검사한 결과 99.8％가 암컷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청소년쯤 되는 준성체 바다거북은 99.1%, 성체가 된 초록바다거북 중에서는 약 86.8%가 암컷이었다고 해요.
이유는 '온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는 대부분의 파충류의 성별이 염색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알을 품을 때의 온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물고기나 파충류는 온도 또는 환경 여건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데요.
악어, 거북, 도마뱀 등이 온도에 따라 암수가 판가름난다고 해요. 바다거북은 30～35℃에 부화하면 암컷, 20～22℃에서 부화하면 수컷, 두 온도 사이에서는 암수가 모두 태어난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초록바다거북 400여 개체를 대상으로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호주 퀸즐랜드 환경유산보호부가 공동으로 실시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저자들은 암수 불균형으로 인해 초록바다거북의 개체수가 크게 줄거나 멸종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연구진은 1990년대 이후 대산호초 북부의 온도가 암수 균형을 유지하는 적정 온도보다 높게 형성돼왔다는 점도 확인했어요.
이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연구로 기후변화가 바다거북 개체군에 미치는 즉각적인 위협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죠. 이와 함께 온도로 인해 암수가 결정되는 종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기후변화 현상을 지난해 3월 <이웃집과학자>에서 한 번 다룬적이 있는데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호주 북동해안을 따라 발달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입니다. 크기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해 198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어요.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2위를 차지한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백화현상을 겪었어요. 작년 백화 현상 당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있는 산호 22%가 죽었습니다. 백화 현상이란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이 고체 상태로 석출되어 흰색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니, 신호가 아니라 비명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