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만드는 '소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로봇을 구성하는 소재부터 움직이는 부분까지,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는데요. 최근 <이웃집과학자>에서는 공기와 액체로 움직이는 작고 말랑말랑한 거미 로봇을 보여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코넬대학교 집단지성연구소(Collective intelligence lab)에서는 더더욱 팝콘으로 로봇을 만들어 주목받았습니다.
팝콘은 말린 팝콘용 옥수수에 열을 가해 만듭니다. 그러면 '팝!' 하며 옥수수가 부풉니다. 이렇게 부푸는 성질을 이용해 물체를 집어올리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리콘 소재 원기둥형 틀 안에 36개의 팝콘용 옥수수알을 가득 채웁니다. 길쭉한 원기둥형 틀이 '손가락' 역할을 할텐데요. 이들 사이에 얇은 니크롬선을 설치합니다.
전기를 가하면 니크롬선이 달아오르고, 이 때문에 팝콘이 터지며 부피가 팽창합니다. 팽창한 팝콘은 손가락 모양의 바깥쪽으로 압력을 가해 원기둥형 틀을 휘게 합니다. 손가락이 움츠러들며 물체를 잡게 되죠. 이 로봇에 가장 적절한 팝콘용 옥수수는 'Amish Country Extra Small'이라고 합니다.
팝콘 로봇은 기존에 있던 어떤 소재보다도 특별합니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고 이용 방법이 쉬울 뿐 아니라 생분해성이며 약간의 소금과 버터를 곁들이면 맛있게 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팝콘을 로봇의 동력으로 이용한 최초의 연구라고 하는데요. 다만 1회용이라는 단점이 있죠.
코넬대학교의 집단지성연구소를 운영하는 Kirstin H. Peterson 박사는 "단순한 로봇은 값싸고 실패나 마모가 적기 때문에 더 긴 시간 자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우리는 언제나 더 적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찾고, 그중 팝콘도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펌프 및 압축기 같은 부품이 더 비싸고 무겁다는 점을 생각하면 팝콘은 꽤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은 5월에 개최된 세계적 전자공학 학회 IEEE 국제로봇컨퍼런스(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에서 발표됐습니다.
혹시 기대하신 로봇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로봇은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장치'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산업용 로봇에 많이 쓰이죠.
즉, 이 실리콘-팝콘 손가락은 충분히 로봇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자료##
Ceron, Steven, et al. "Popcorn-Driven Robotic Actua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