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빙하를 사각형 모양으로 반듯하게 깎아 놓은 걸까요. 사각형 반듯한 빙하가 나타났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0월 17일 남극 반도에 있는 라센 C 빙붕 근처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지 얼마 안 된 빙산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참고로 빙붕은 바다로 흘러든 빙하가 녹지 않고 깊은 바다 쪽으로 뻗어나가며 둥둥 떠 있는 부분을 말하는데요.
빙산은 빙붕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에 떠 있는 큰 얼음덩어리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빙산은 타이타닉을 침몰시킨 빙산처럼 봉우리가 뾰족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기하학적 모양의 이 빙산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특이하긴 한데 사실 놀라운 일은 아냐

이러한 빙산의 형성 과정은 사실 빙하의 가장자리를 따라 일어나는 흔한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는 '판상 빙산(tabular iceberg)'이라고 부르는데요. 상부 면이 평평하고 측면이 절벽인 팬케이크 모양의 큰 빙산입니다. 이러한 빙산은 남극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NASA의 빙하학자 Kelly Brunt는 "판상 빙산은 손톱이 너무 길게 자라면 끝이 부서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며 "그렇게 끝이 잘린 것이 종종 직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에 발견된 빙산처럼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하는데요.

네모 반듯하게 떠있는 빙하도 우리가 보는 부분은 단지 빙하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 90%는 바다 아래에 있죠. Kelly Brunt는 "판상 빙산의 경우 숨겨져 있는 부분도 사각형 모양으로 기하학적 모양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각진 모서리를 봤을 때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지 얼마 안 된 빙산일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파도나 바람으로 인한 침식을 덜 받았기 때문이죠.

평평한 모양 때문에 이 빙산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웃님들 있을텐데요. Kelly Brunt 박사는 "아마도 빙하의 엄청난 질량 때문에 뒤집히진 않겠지만, 언제든 깨질 정도로 불안정하다"고 말했습니다. 신기하게 생긴 빙하지만, 그 곳에 올라타기보다는 멀리 떨어져서 감상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