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나 돌고래, 영장류, 앵무새 등 일부 조류는 산수를 할 줄 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꿀벌이 추가됐다고 합니다.
호주 로열멜버른공과대학 등으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Science>에 꿀벌이 산수를 할 줄 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파란색 또는 노란색을 입힌 도형으로 꿀벌의 산수 능력을 시험했는데요.
연구팀은 2개의 Y자 형태로 된 미로를 준비했습니다. Y 형태 미로의 한쪽 끝에는 설탕물이, 다른 쪽 끝에는 시큼한 맛이 나는 퀴닌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연구팀이 준 산수 문제를 잘 푸는 꿀벌들은 설탕물을 먹고, 잘 풀지 못한 꿀벌들은 시큼한 퀴닌을 먹어야 했죠.
실험 대상이 된 14마리 꿀벌들의 산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파란색' 도형들로 구성된 산수 문제가 주어진 Y 형태 미로 A와 '노란색' 도형들로 구성한 산수 문제가 있는 Y 형태 미로 B를 준비했습니다. 연구팀은 '파란색' 도형은 +1, '노란색' 도형은 -1의 의미를 부여했어요.
실험은 총 100차례 진행됐고, 14마리의 꿀벌들은 그때마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A 또는 B의 미로를 통과해 연구팀이 준 과제를 올바로 풀고 설탕물을 찾아가야 했습니다. A와 B의 미로에 비치한 도형의 개수도 무작위로 주어졌죠.
예를 들어 더하기를 의미하는 파란색 도형이 있는 A미로의 입구에 들어선 꿀벌들은 모두 3묶음의 도형들을 보게 됩니다. 입구에서 한 번, 그리고 갈림길에서 양쪽으로 나뉜 두 개의 파란색 도형의 묶음들을 보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꿀벌에게 파란색 도형이 있는 A미로가 주어졌고, 위의 그림과 같이 꿀벌이 입구에서 사각형의 파란색 도형 2개를 보았다면 Y자 형태의 미로의 갈림길 한 편에는 사각형의 파란색 도형 3개, 반대편에는 사각형의 파란색 도형 1개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연구팀은 파란색에 +1이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벌은 '2+1=3'이라는 계산을 한 뒤에 파란색 도형 3개가 그려진 길을 선택해야 설탕물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죠.
노란색 도형이 주어진 미로 B는 반대인데요. B의 입구에서 사각형의 노란색 도형 3개를 본 꿀벌은 갈림길에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노란색 도형이 2개 그려진 길을 선택해야 설탕물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벌이 노란색 사각형이 입구와 똑같이 3개가 그려진 길을 선택하면 퀴닌을 먹는 것인데요. 이는 연구팀이 노란색 도형에 -1이란 의미를 줬기 때문입니다.
총 100회의 실험이 진행되는 초기에, 당연히 벌들은 연구팀이 파란색 도형과 노란색 도형에 설정한 과제의 의미를 모르고 무작위로 통로를 지나쳐 갔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에 따르면 놀랍게도 점차 실험이 진행되면서 벌들이 도형의 색깔에 부여된 +1과 -1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연구 결과 실험 초기에는 꿀벌들이 무작위로 미로를 통과하지만 100여 차례의 실험이 진행되면서 퀴닌의 맛을 본 14마리 꿀벌들은 파란색 도형이 주어진 미로 A에서는 입구에 그려진 파란색 도형보다 하나가 더 많은 도형이 그려진 길을 선택해 설탕물을 먹는 횟수가 많아졌어요.
또, 노란색 도형이 주어진 미로 B에서는 입구에 그려진 노란색 도형보다 하나가 더 적은 도형이 주어진 길을 선택해 설탕물을 먹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꿀벌들이 파란색 도형은 +1, 노란색 도형은 -1의 뜻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연구팀이 준 산수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한 것인데요.
연구팀에 따르면 꿀벌들은 연구가 끝날 때쯤에는 대략 60~75% 확률로 정답을 선택해 설탕물을 먹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꿀벌에게 기본적인 산수 개념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참고자료##
Scarlett R. Howard et al, Numerical cognition in honeybees enables addition and subtraction, Science,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