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상을 당해 병원에 가면 일반적으로 기본적인 조치 후 깁스를 둘러 골절 부위를 고정시킵니다. 하지만 손상이 매우 심각한 경우 티타늄 합금 재질의 임플란트 수술을 하게 됩니다.
티타늄은 매우 튼튼하고 인체에 무해합니다. 하지만 수술 도중 티타늄이 오염되거나 부식되면 골절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고 임플란트가 뼈 조직과 결합에 실패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죠. 이 경우 결합에 실패한 임플란트를 제거하면 재이식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물을 사용해 염증 반응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임플란트 내부에 다수의 구멍을 뚫어 기공을 생성하고, 그 속에 염증 억제 약물을 넣어 수술 부작용을 줄인 '약물방출형 다공성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표면처리그룹 김현종 수석연구원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임플란트는 수많은 기공 속에 항염증제, 골형성 촉진 단백질, 줄기세포 등 각종 약물들을 함유합니다. 약 10일에 걸쳐 일정한 비율로 서서히 방출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함유된 약물은 수술 초기 해당 부위의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한편 임플란트가 뼈를 비롯한 주변 조직과 빠르게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또한,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임플란트의 하단 부위의 뼈가 인체 하중을 지탱해주는 고유 역할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뼈는 외부 자극을 받지 않으면 두께와 무게가 줄어드는데요. 티타늄 합금은 뼈보다 탄성이 강해 외부 자극을 흡수해버려 뼈가 외부 자극을 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죠. 연구팀이 개발한 임플란트는 뼈 조직과 비슷하게 기공이 많은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탄성이 뼈와 유사합니다.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뼈의 탄성까지 정밀하게 반영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약물을 함유하고 골조직 형성을 촉진하는 그래핀 소재의 에어로겔과 높은 밀착력을 갖는 하이드로겔로 임플란트 표면을 복합 코팅했습니다. 덕분에 장기간 약물이 방출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김현종 수석연구원은 "순수 국내 뿌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던 원소재 제조 공정을 효율화·국산화하고, 후처리 공정을 통해 기능성 부여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향후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뿐 아니라 스텐트, 인공장기,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 소재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