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과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
낙태죄 위헌과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
  • 이웃집편집장
  • 승인 2019.04.11 21:45
  • 조회수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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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결정

임신 중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출처: pixabay
만삭에 가까운 임신부의 배. 출처: pixabay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결정했습니다. 1953년 낙태죄 도입 이후 66년만입니다. 2012년에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7년 만에 다른 판결이 나온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낙태죄가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임신 초기의 낙태는 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재판부는 "산부인과 학계에 의하면 태아는 22주 내외부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며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임신 14주까진 조건없는 낙태가 가능해야 한다고 봤는데요. 그간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기소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었고 그 경우도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 상당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들 조항이 폐기된다고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낙태할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며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는 임신한 여성의 태아에 대한 침해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합헌 정족수(4명)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낙태의 경우는 다양합니다. 성범죄 피해를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나 아이에게 유전병이나 장애가 발생됐을 경우에도 암묵적으로 낙태가 이뤄지곤 했습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경우 임신 중절 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었는데요. 과거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할 때는 여성들이 아이의 성별을 확인한 뒤 시댁의 눈치 때문에 딸을 지우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선천적 성별은 수정될 때 정해졌다

XX 염색체. 출처: fotolia
XX 염색체. 출처: fotolia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는 한 쌍의 성염색체로 인해 성이 결정됩니다. 성염색체는 X와 Y 두 종류가 있는데 X 염색체만 두 개 가지게 되면 여성형, X와 Y를 하나씩 가지면 남성형으로 발달하게 되죠. 여성의 난자는 모두 X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니, 정자들 중에서 X와 Y 중 어떤 염색체를 가진 개체가 수정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아기의 성별은 정해집니다. 태어날 아기의 생물학적 성별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에 이미 결정되는 것이죠.

 

다른 요소들도 있습니다. 간호학 대사전 1996년 판을 보면 염색체를 비롯해 생식소(남성의 경우 정소, 여성의 경우 난소)의 성과 내성기 형태로 인한 성이 사람의 성별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외성기의 형태, 호르몬, 양육 된 성과 아울러 심리적인 요소 까지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의 성과 후천적으로 성을 구분하는 사회적 성 정체성인 ‘젠더(gender)’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통상적인 성별 판정은 염색체를 기준으로 구분한 성을 가리킵니다.

 

알고 싶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냐

 

부모가 알고 싶은 ‘통상’의 성별은 염색체나 생식기를 기준으로 한 생물학적인 성별일 겁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태아의 성 감별에 대해 제한적인 진료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 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는 태아의 성 감별에 대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① 의료인은 태아 성 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아니 된다.

②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性)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09.12.31)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는 선택적 낙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낙태가 힘든 임신 8개월 경인 32주 이후에만 고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성별 감별법 중 ‘초음파’가 보편적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초음파를 이용하여 태아의 외형을 관찰하는 방법과 태아의 혈액과 양수 등의 수단을 채취하는 방법 그리고 산모의 혈액을 통해 태아의 염색체를 검사하는 방법 등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m>초음파 사진. 출처: Swns</em><br>
초음파 사진. 출처: Swns

먼저 초음파 검사법은 산모의 복부에 초음파 발생기를 대고 보내고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받아서 영상화 하는 기법입니다. 인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는 신체 조직의 성분과 구성에 따라 그 강도, 방향,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화면에 각기 다른 밝기로 나타납니다. 대한 초음파의학회 자료를 보면 진단 목적의 초음파는 산모나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많은 산모들이 임신 중기(18~22주)에 실시하는 보편적인 검사이자, 태아의 성기 형태를 관찰하여 성별을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임신 중기에 실시하는 이유는 이 시기에 태아 장기의 대부분이 형성되어 있고, 양수가 풍부해 태아의 구조를 파악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초음파 화면을 눈으로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에 100%의 확실한 결과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염색체 검사법은 긴급 상황에만

 

이에 비하여 염색체를 통한 검사법은 태아로부터 채취한 성 염색체를 통해 성별이 XX인지 XY인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색체 검사법은 또 3가지로 분류됩니다. 자궁경관을 통해 태반의 융모 조직을 채취하는 융모막 검사법, 두 번째로 임산부의 복부를 통해 바늘을 찔러 약 20~30cc의 양수를 채취하는 양수 검사법, 마지막으로 양수 검사와 같은 방법이지만 탯줄(제대)에서 직접 태아 혈액을 채취해서 검사를 실시하는 제대혈 검사법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크게 묶어 염색체 검사법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방법은 초음파 검사에 비해 산모와 태아에게 다소 물리 접촉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이 염색체 검사는 초음파 검사 결과 태아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거나, 과거 유산 경력 혹은 유전 병력이 있을 경우 실시하는 검사입니다. 단순히 태아의 성별을 감별하기 위해 실시되는 경우는 없다고 하니 알 수 있는 ‘방법’ 중의 한 가지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유전자 치료를 받은 10명의 환자는 바이러스 주입 이후 안정적으로 혈액 응고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출처: pixabay
산모의 혈액으로 아기 성별을 감별합니다. 출처: pixabay

세 번째 방법은 산모 혈액 채취 검사법 입니다. 이 방법은 비교적 최근인 2013년 제일의료재단 제일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가 발견했습니다

 

이 검사는 산모의 ‘혈액’ 안의 태아의 DNA 비율을 검사해 태아의 성별 진단 및 관련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류현미 교수는 “제시된 새로운 기술이 태아 성별 확인이 요구되는 다양한 질환의 산전 검사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보다 큰 연구 집단을 통한 정확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이후 가능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만약 이 방법이 상용화 된다면 초음파 검사보다 정확하고 염색체 검사보다 안전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낙태 관련 법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생명 경시 풍조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종교계를 중심으로 나옵니다. 이번 낙태죄와 관련 있는 사례로 2008년 7월 헌재가 ‘태아 성감별 전면적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후 21년 만이었죠. 앞서 해당 조항을 소개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이 조항은 임신 32주 이후에는 태아의 성별을 알려줄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태아의 성별을 따져 아이를 낙태하는 풍조가 더 강해지거나 별다른 특이점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쉬쉬하며 이뤄지던 성별 확인을 양성화시켰습니다. 이에 비춰본다면 이번 낙태죄 위헌 판결은 어떨까요. 임신 초기라는 의학계가 산출한 기준을 엄격히 지킨다면 말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언제부터가 생명의 시작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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