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은 자신의 꼬리를 재생할 수 있습니다. 도마뱀은 몸 길이보다 긴 꼬리를 가진 경우가 많아 다른 동물에게 물리거나 밟힐 때가 있는데요. 바위 틈에 끼여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도마뱀은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갑니다. 이런 행위를 '자절(Autotomy)이라고 부릅니다. 잃어버린 꼬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원됩니다.
어릴적 도마뱀의 이런 능력이 신기하거나 부럽다고 느낀 분들도 있을 법 한데요. 사실 도마뱀이 꼬리를 재생하려면 모종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군요.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도마뱀이 잘린 꼬리를 재생할 때 '텔로미어(Telomere)'가 영향을 받아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텔로미어란?
텔로미어란 유전자 서열이 반복적으로 나열된 염색체 말단 영역을 가리킵니다. 텔로미어는 복제되는 염색체를 보호하고 안정시킵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을 반복할 때마다 짧아지는데요. 텔로미어의 말단이 너무 짧아지면 세포 분열이 둔화되고 결국에는 분열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만 텔로미어는 금방 짧아지지 않고 어느 정도 복원될 수 있습니다. 텔로머라이제(Telomerase) 때문인데요. 텔로머라이제는 분열하는 세포의 수명을 관리하는 매커니즘을 조작해 텔로미어를 복원시킵니다.
텔로미어는 생명체의 수명과 노화와 관련 깊습니다. 텔로미어가 긴 세포는 짧은 텔로미어의 세포보다 더 오래 생존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텔로미어가 짧은 쥐를 키웠는데요. 텔로미어가 짧은 쥐들은 다른 쥐들보다 털 색깔이 빠르게 빠지고 일찍 죽었다고 합니다.
신체 재생의 대가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에서 자연 과학을 연구하는 박사 과정 학생 L. J. Fitzpatrick의 연구진은 도마뱀의 일종인 Niveoscincus ocellatus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도마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대조군 그룹은 꼬리를 자르지 않았지만 실험군 그룹은 연구진이 도마뱀 스스로 꼬리를 자르도록 유도했습니다. 연구진은 60일 동안 도마뱀들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텔로미어의 길이와 ROS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여기서 ROS는 활성산소를 말하는데요. ROS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는 텔로머라이제 수준을 감소시켜 노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험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는 대조군 그룹이 실험군 그룹보다 훨씬 길었다고 합니다. 60일 동안 대조군 그룹의 텔로미어 길이는 크게 증가했지만 꼬리를 재생한 실험군 그룹은 꼬리가 완전히 재생될 때까지 텔로미어의 길이에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ROS 수준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실험군 그룹은 ROS 수준이 크게 감소했지만 대조군 그룹은 ROS 수준에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꼬리가 잘리면 재생을 하기 위해 세포 분열이 촉진되면서 ROS와 같은 산화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고 텔로머라이제가 억제돼 텔로미어가 증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텔로미어의 변화는 조직 재생성을 넘어서 꼬리 재생에 잠재적으로 장기간의 비용을 소모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Fitzpatrick은 "꼬리 재생이 텔로미어를 오히려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했다. 텔로미어 길이의 증가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감소하지 않고 유지될 줄은 몰랐다. 도마뱀의 텔로미어는 꼬리 재생과 수명 연장 양쪽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참고자료##
- Fitzpatrick, L. J., et al. "Tail loss and telomeres: consequences of large-scale tissue regeneration in a terrestrial ectotherm." Biology Letters 15.7 (2019): 20190151.
- 권오길 <생명의 이름 : 달팽이 박사의 생명 찬가>
- 이시우라 쇼이치 <뇌 새로고침>
- D. Peter Snustad <유전학원론>
- 오카다 토킨도 <세포사회 C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