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귀신
만들어진 귀신
  • 함예솔
  • 승인 2020.02.10 10:10
  • 조회수 6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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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 이웃님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적 있나요? 고개를 휙 돌려 확인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귀신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지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귀신은 실제로 존재할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귀신의 모습은 보통 이렇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반투명 귀신. 출처: AdobeStock
둥둥 떠다니는 반투명 귀신. 출처: AdobeStock

공중 위를 둥둥 떠다니는 반투명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귀신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책 <기묘한 과학책>에서는 귀신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는데요. 물론 장치가 꽤 크고 비용이 꽤 들 수 있겠지만 말이죠. 방법은 있습니다.

책 '기묘한 과학책'

귀신의 물리적 속성을 생각해 봅니다. 공중에 뜰 정도니 일단 가볍겠죠.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두둥실 떠 있으려면 공기보다 가벼워야 합니다. 공기의 무게는 1기압에서 1L당 1g 정도라고 하는데요. 귀신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용량은 대략 40L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귀신 재현해낼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이렇게 귀신 재현해낼 수 있을까? 출처: AdobeStock

귀신이 적당한 높이로 떠있으려면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워도 안 됩니다. 공기 무게의 80%가 딱 적당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귀신의 무게는 40L X 1g X 0.8=32g 정도로 추정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귀신 소재 '에어로겔'

에어로겔 이용하면 귀신처럼 보일지도? 출처: NASA / JPL-Caltech
에어로겔 이용하면 귀신을 만들 수 있다. 출처: NASA / JPL-Caltech

바로 '에어로겔'이란 소재를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에어로겔은 '얼음 연기(frozen smoke)'라 불리는 반투명한 거품 물질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고체이나 전체 부피에서 공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99.8%입니다. 나머지 0.2%를 구성하는 물질로 실리콘, 탄소 혹은 산화알루미늄과 같은 여러 물질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실리카 에어로겔'은 밀도가 0.003g/cm3 이라고 하는데요. 포장용 스티로폼의 밀도가 0.015g/cm3 니까 이에 1/5 수준이겠네요.

에어로겔 고체라 깨져요. 출처: 유튜브/how to make
고체라서 깨집니다. 출처: 유튜브/how to make

에어로겔은 고체이기 때문에 충격을 주면 깨집니다. 하지만 평평한 면에 대고 벽돌로 꽉 눌러 성냥갑 크기로 만들어도 터지지 않을 만큼 질깁니다. 게다가 빛을 99.9% 가깝게 통과시킬 정도로 투명합니다. 귀신의 모습을 구현하기에 안성맞춤이죠.

 

또한 두께가 몇 밀리미터만 되더라도 가스버너가 뿜는 열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을 만큼 단열 성능이 놀랍다고 하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에어로겔 위에 초콜릿을 놓고 아래에서 토치로 가열해도 멀쩡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어로겔을 토치로 가열해봤습니다. 출처: aerogeltech
에어로겔을 토치로 가열해봤습니다. 출처: aerogeltech

에어로겔은 아마존 같은 해외 유통업체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귀신의 속삭이는 목소리, '파라메트릭 스피커' 

 

잠을 자다 가위에 눌렸는데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인다면? 기분이 깨끗하지 않겠죠. 이렇게 소름끼치는 귀신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구현하려면 어떤 기술을 이용해야 할까요? 바로 파라메트릭(Parametric) 스피커라는 장치를 이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 스피커는 초음파의 형태로 발사된 소리가 귀에 도달하면 피부에 맞고 반사돼 당사자들만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으악..소음끼쳐. 출처: AdobeStock
으악.. 출처: AdobeStock

만약 벽이나 바닥처럼 초음파를 흡수하지 않는 소재 쪽으로 소리를 쏘면 마치 초음파를 맞은 자리에서 소리가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음원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특정한 소리를 단 한 사람만 듣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귀신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재현하기에 딱 적합할 것 같습니다. 

 

귀신 나올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 '저주파'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하고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저자는 귀신 나올 듯한 이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법으로 저주파를 소개합니다. 사람은 2~7 헤르츠의 음역에 해당하는 저주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발작으로 쓰러지거나 환각, 환청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 나치는 저주파를 이용해 '음파 대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포탄 속에 메탄가스를 압축해 날려 터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먼 곳까지 저주파를 쏘지 못하고 살상력도 크게 떨어져 실전에는 사용되지 못했다고 해요. 

저주파에 노출되면 심령현상 겪을 수도 있어요. 출처: AdobeStock
저주파에 노출되면 심령 현상 겪을 수도 있어요. 출처: AdobeStock

실제로 음파 대포를 제조하는 공장에서 늘 저주파에 노출됐던 직원들은 불안 신경증을 앓았습니다. 저주파는 벽도 통과하기 때문에 벽 너머에서 쏘더라도 쉽게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수력발전기가 설치된 댐이나 낡은 환풍기가 있는 통풍구 주변에서 저주파가 많이 관측되는데요. 이로 인해 심령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귀신 존재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한편, <Current Biology(2014)>에 실린 연구를 보면 스위스 연구진은 사람들이 유령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실험실에서 사람들은 실제로 귀신의 존재를 느꼈다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감각 정보와 운동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뇌가 혼란을 느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각 참가자 앞뒤로 로봇 두 대를 설치했습니다. 각 참가자들은 앞에 있는 로봇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뒤에 앉아 있는 로봇에게 전달됐고 로봇은 실시간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흉내내며 참가자 등에 손을 얹게 했습니다. 하지만 로봇의 움직임이 참가자의 움직임과 동기화 돼 있었는데요. 참가자들은 자신의 등을 누군가 만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고 곧 이 느낌에 적응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무언가의 존재를 느꼈다. 출처: 유튜브/EPFL
참가자들이 무언가의 존재를 느꼈다. 출처: 유튜브/EPFL

그런데 연구진은 실험에 약간의 변화를 줬습니다. 참가자의 손 움직임과 로봇의 움직임 사이에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었는데요. 3분 정도 지연된 로봇의 손길에 몇몇 참가자들은 뒤에 누군가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심지어 어떤 참가자는 이 방에 4명의 유령이 있다고 세어보기까지 했는데요. 일부 참가자는 이 느낌이 너무 강해 실험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참가자들은 자신의 뒤에 로봇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참가자들 뒤에 로봇이 있는 것과 별개로 다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왜 사람들이 귀신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귀신의 존재를 느끼는지 설명해줍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는 운동 정보와 감각 정보를 통합할 때 뇌의 회로에서 오작동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각 정보와 운동 정보를 교란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한다면, 더 그럴싸한 인공귀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기묘한 과학책'

책 <기묘한 과학책>에서는 귀신도 최신 기술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밖에도 '공룡을 부활시키려면?', '용이 실제 존재한다면?', '무엇이든 자르는 칼을 만들려면?'과 같이 픽션을 현실로 구현하는 여러 팁을 풀어줍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설정과 기술들은 상상의 산물이 아닌 현재의 과학에서 비롯됐습니다. SF와 판타지의 경계를 허물어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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