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멸종에서 생명체 지킨 "결정적 이것"
지구대멸종에서 생명체 지킨 "결정적 이것"
  • 함예솔
  • 승인 2020.09.15 15:50
  • 조회수 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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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기록을 보면 지난 6억년 동안 총 다섯 번의 대멸종(mass extinctions)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생물 대멸종은 왜 발생했을까요. 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급격한 기후 변화 등 여러 가설이 존재합니다. 대멸종은 생명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질시대 동안 5번의 대멸종 시기. 출처: Wikimedia Commons
지질 시대 동안 5번의 대멸종 시기.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이러한 격변 속에서 지구의 생물을 구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바다에 살고 있던 작은 플랑크톤인데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이 어떻게 지구의 생명체를 지켜냈다는 걸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대멸종의 원인과 당시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컸던 대규모 멸종

 

세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마지막 지질시대인 페름기와 중생대의 시작인 트라이아스기 경계에서 발생했습니다.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에 일어났던 이 대멸종은 전 세계의 땅덩어리들이 판게아라는 하나의 초대륙으로 뭉쳐 있을 때 일어났습니다. 복잡한 생명이 출현한 이래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당시 화석 기록에 따르면 육상 생물 종 중 70%, 해양 생물 종 중에 최대 96%가 이때 멸종했습니다. 전 세계의 생물 다양성이 회복되기까지 약 1000만 년이 걸렸습니다. 이때 사라진 대표적인 생물은 바다나리류(crinoids), 산호, 방추충 등입니다.

 

멸종의 원인은 대량 방출된 용암인데요. 광범위한 화산 활동이 여러 차례 반복됐고, 약 500만 km3의 용암이 쏟아지면서 수백km를 흘러갔습니다. 광대한 지역이 뜨거운 용암 바다로 뒤덮였습니다. 용암이 식어 굳은 곳에는 현무암 지대가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입니다. 

 

이 지역들에서는 용암이 계속 반복적으로 흘러와서 쌓이는 바람에 현무암층이 겹겹이 생기게 되는데요. 현무암이 수백 층이나 겹겹이 쌓인 이곳은 마치 계단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네덜란드어로 '계단'을 뜻하는 'trap'이라는 단어가 이 지형의 이름에 붙게 됐습니다.

생물 대멸종이 발생한 배경에는 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폭발, 급격한 기후변화 등 여러 가설이 존재합니다. 
생물 대멸종이 발생한 배경에는 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 폭발, 급격한 기후변화 등 여러 가설이 존재합니다. 

광범위한 화산 분화는 대기 중에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지질학자들은 시베리아 트랩을 만든 마그마에 화산 가스가 아주 많이 포함돼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이 트랩은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맨틀 기둥이 솟아 오르며 만들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판이 섭입할 때 판 밑으로 빨려 들어간 이전의 해양 지각 중 일부가 녹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해양 지각은 휘발성 성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가열됐을 때 다량의 가스를 방출합니다.

 

또한 이러한 범람 현무암(flood basalt)은 위에 쌓인 지각을 뚫고 솟아오르며 석탄층을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석탄을 가열해 더 많은 가스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참고로 범람 현무암이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솟아오르는 현무암질 마그마를 말합니다.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맨틀 기둥이 솟아 오르며, 판이 섭입 할 때 판 밑으로 빨려 들어간 이전의 해양 지각 중 일부가 함께 녹았을 것으로 추정. 출처: AdobeStock
내부 깊숙한 곳에서 맨틀 기둥이 솟아 오르며, 판이 섭입 할 때 판 밑으로 빨려 들어간 이전의 해양 지각 중 일부가 함께 녹았을 것으로 추정. 출처: AdobeStock

따라서 시베리아 트랩에서 일어난 화산 분화로 엄청난 양의 화산 가스가 발생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는 지구에 온갖 재난을 가져왔습니다. 이산화탄소는 강한 온실 효과를 일으켰고, 성층권까지 도달한 염화수소는 오존층을 파괴해 자외선이 지표면까지 도달하게 했습니다. 이산화황은 햇빛을 일부 차단했습니다. 광합성 생물에 의존하는 생물들이 살 수 없게 된 이유입니다. 그러다 물과 섞이며 산성비로 지표에 내리기까지 했는데요. 이러한 모든 과정이 페름기 말,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멸종을 촉발했습니다

 

이후 약 2억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범람 현무암이 생물의 대멸종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쥐라기 이후에 발생한 대규모 범람 현무암 분화는 대멸종을 초래하지 않았습니다. 지구에 뭔가 변화가 일어났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대기 중 탄소를 확 잡아준 플랑크톤

 

첫 번째 이유는 판게아의 분열입니다. 초대륙은 전반적으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잘 제거하지 못합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면적의 내륙은 강수량이 적어 매우 건조합니다. 따라서 암석의 침식을 통해 제거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적습니다. 또한 퇴적물과 영양 물질을 바다로 실어 날라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강도도 적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생물학적 작용을 약화시킵니다.

판게아가 분열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에 용이해졌다. 출처: AdobeStock
판게아가 분열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에 용이해졌다. 출처: AdobeStock

따라서 판게아가 분열된 후에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대규모 용암 분출 때문에 많더라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구가 훨씬 효율적으로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단, 이 작용은 아주 느리게 이뤄집니다. 따라서 지질학적 작용 외에 또다른 변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바로 '생물학적 전이'입니다. 

플랑크톤 유공충(Planktic Foraminifera). 출처: Wikimedia Commons
플랑크톤 유공충(Planktic Foraminifera). 출처: Wikimedia Commons

말이 좀 어려운 데, 플랑크톤에 주목해볼까요?

 

약 1억 3천만년 전 백악기 초기로 돌아가 봅니다. 원석조류는 햇빛이 잘 비치는 표층수에 떠다니는 플랑크톤 사이에서 발견되는 단세포 조류입니다. 그런데 원석조류(coccolithophorid)는 얕은 바다에 살다가 서식 영역을 확장해 넓은 바다에서 플랑크톤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유공충도 등장합니다. 유공충은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인 원생동물입니다. 유공충은 탄산칼슘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유공충도 원래는 깊은 해저에 살았지만 점차 표층수로 서식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점차 바다의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된 플랑크톤! 이 녀석들은 탄산 칼슘 껍데기를 만들어대며 살아갔습니다. 이를 위해 유공충은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생성된 탄산 이온을 사용합니다. 유공충 덕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해저에 상당량 저장됐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양한 원석조류(coccolithophorid). 출처: Wikimedia Commons
다양한 원석조류(coccolithophorid). 출처: Wikimedia Commons

유공충이나 원석조류가 죽으면 해저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바닷물 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유공충 껍데기에 갇혀 바다 깊은 곳으로 운반되는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퇴적물이 생성됩니다. 대륙붕 지역 뿐만 아니라 대양의 깊은 해저에서도 석회암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해양 생물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저에 '생물학적 암석'으로 가둬놓는 능력이 높아지면서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화산 폭발이 일어난 후에 용암이 산을 따라 흐릅니다. 겉은 빠르게 식지만 속은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출처 : 포토리아
범람 현무암 사건에도 지구 지키는 플랑크톤. 출처 : fotolia

따라서 범람 현무암 사건으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더라도 바다에서 석회암을 만드는 플랑크톤이 그 어떤 지질학적 과정보다도 훨씬 더 빨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게 된 겁니다. 이를 통해 백악기 초기 이후 지구는 강력한 탄소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작디 작은 플랑크톤이 다른 생물들을 구해낸 셈이죠.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책 <오리진>은 지구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 지질학적 매커니즘이 어떻게 동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진화를 이끌어 냈는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할 수 있었던 시기는 왜 하필 딱 그때였는지 등을 짚습니다. 우리를 수십억 년 전 과거로 데려가 각종 기원을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참고자료##

 

  • 루이스 다트넬, 오리진, 흐름출판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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