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미생물, 사이좋게 지내요!
그대 안의 미생물, 사이좋게 지내요!
  • 강지희
  • 승인 2016.09.20 10:10
  • 조회수 45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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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미국 자연사 박물관(AMNH)
사진 출처 : 미국 자연사 박물관(AMNH)

인간은 미생물과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인간 몸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말입니다. 이는 ‘공진화’의 일례입니다. 공진화란 생태학에서 쓰는 개념으로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다른 생물 집단이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우리 몸 속의 미생물은 인체 환경에 맞게 진화 중입니다.



일본인은 해조류를 좋아해 


일본인은 장 속 미생물 덕에 해조류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프랑스 Roscoff 시  Station biologique de Roscoff의 화학자 Mirjam Czjzek 박사는 2010년, 일본인 13명과 일본에 거주하는 미국인 18명을 비교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실험에 참여한 미국인이 소화할 수 없는 김을 일본인은 잘 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해양세균 Zobellia galactanivorans. 출처: http://www.cnrs.fr
해양세균 Zobellia galactanivorans. 출처: http://www.cnrs.fr

이는 장 내에 살고 있던 미생물이 해조류에 서식하는 해양세균(Zobellia galactanivorans)의 유전자를 얻어서 진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는데요. Mirjam Czjzek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들의 장 내 세균은 특수한 탄수화물 소화 효소(CAZyme)를 만들기 위해 해조류에서 찾을 수 있는 ‘황산화 다당류 포르피란’을 부숩니다. 이는 일본인들의 장 내 미생물이 해조류를 주식으로 삼고, 해양세균 Zobellia galactanivorans과 공생 관계를 맺으며 서로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교환해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가 맞춰 살아간다

J. Luecke/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J. Luecke/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장 뿐만이 아닙니다. 몸 속의 미생물은 다양한 모양으로 우리와 공진화 합니다.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생물학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미생물이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의 몸에 맞게 적응하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균들에게 전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다고 서술합니다. 

그 독특함이  하나의 유전자로 굳어진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진화생물학 Andrew Moeller 박사는 미국의 텍사스, UC 버클리 대학교,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공동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에 사는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와 미국 코네티컷 주에 사는 사람들의 변에 있는 특정 유전자(gyrB) 염기서열을 비교해봤습니다. 
 

실험 결과 각기 다른 종의 유인원이 그들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해 갈라져 나오면서 장 내 미생물도 그에 맞춰 새로운 계통의 미생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Andrew Moeller 박사는 장 내 미생물이 약 천 오백만 년 전 유인원과 인간의 몸 속에서 계속 공존하고 적응해 왔다는 사실을 2016년 <사이언즈>에 발표했습니다. 


질병 발생률 낮춘다 

몸에 나쁜 세균 또는 기생충이 우리 몸에 적응해 공진화에 성공하면 질병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독특합니다.

점막에 침입하고 있는 헬리코박터 균
점막에 침입하고 있는 헬리코박터 균

대표적인 예가 바로 헬리코박터 균입니다. 서울대 온라인 의학 정보를 보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장 점막에 서식해 위염이나 위궤양 등의 원인이 된다고 서술합니다. WTO(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1등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Venderbult 대학의 Barbara Schneider 박사는 우리 몸과 헬리코박터 균의 공진화가 위의 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이 우리 몸에서 적응하는데 성공하면 위암 발생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Schneider 박사의 연구진들은 미국 콜롬비아에 있는 두 도시, 투쿼레스와 투마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들은 두 도시의 주민들 90%의 헬리코박터 균의 감염률을 보였지만, 위암 발생률은 투쿼레스의 주민들이 투마코 주민들보다 25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두 도시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 투마코 주민들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후손이었습니다. 투쿼레스 주민들은 유럽의 침입을 받은 인디언들의 후손이 대다수였습니다. 주목할 것은 투마코 주민들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헬리코박터 균을 보유 증이었고, 투쿼레스 주민들은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유래한 헬리코박터 균이 몸 안에서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토대로 투마코 주민들의 몸은 기존에 있던 헬리코박터 균과 공진화를 이루었기에 외부에서 온 헬리코박터 균을 가진 투쿼레스 주민들보다 위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생충의 일종인 구충
기생충의 일종인 구충

우리 몸과 기생충도 공진화를 합니다. 2009년 영국 Nottingham 대학의 Carsten Flohr 박사를 중심으로 영국과 베트남 연구진이 밝혀낸 일화인데요. 베트남의 한 시골 지역 아이들 중 3분의 2가 구충과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었는데,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 지역의 6-17세 아이들 1,5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요. 두 팀을 나눈 후 한 팀에게 구충제를 먹였고, 다른 팀은 구충제를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구충제를 먹은 아이들’은 집먼지 진드기 알레르기에 대한 위험도가 증가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이를 통해 우리 몸과 기생충과의 공진화가 천식 발생률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우리 인류가 지구에서 적응하고 자신의 영역을 만들며 지구에 영향을 미치듯, 미생물도 우리 몸에서 적응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생각하니 마치 우리가 작은 지구가 된 것만 같습니다. 
 

학생 기자단 강지희(jihee0478@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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