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음모" 서구권 '방앗간 폭발', 진실은?
"악마의 음모" 서구권 '방앗간 폭발', 진실은?
  • 김동진
  • 승인 2018.02.22 17:27
  • 조회수 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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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폭발들

 

1878년 5월 2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아폴리스 '와시번 A 제분소(Washburn A Mill)'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폭발 규모가 강력했는데요.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근처 5개의 제분소도 피해를 입어 미네소타 주 전체 밀 생산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정도였습니다. 

 

와시번 제분소 폭발사건 묘사. 출처: Wikimedia Commons

1913년 6월 미국 뉴욕 주 버펄로의 허스티드 제분소(Husted Mill Company)에서도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곡식 운반 엘리베이터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사건 당일 16명 이상 사망, 60여 명이 다쳤습니다.

 

1974년 독일 브레멘 롤란트 제분소에서도 갑작스런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화약이나 폭탄 하나 없었는데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고 멀리서도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사고였습니다. 14명 사망, 17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무려 300km밖까지 폭발물 잔해가 날아갔습니다.

 

"악마와 하수인의 소행이다"

 

대체 왜 폭발이 일어났을까요? 위 폭발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밀가루 만드는 '제분소'에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또 폭탄이나 화약 같은 폭발 물질이 없었는데도 아주 큰 폭발이 일어났다는 점인데요. 이 때문에 음모론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책 <먼지보고서> 출처: 자연과 생태

책 <먼지보고서>를 보면 당시 서구인들은 이렇게 밀가루를 만드는 방앗간이나 제분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나면 '악마'의 소행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물레방아나 풍차를 이용해 밀가루를 만들던 오래 전부터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 원인을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방앗간 주인이 악마와 계약을 맺고 폭파 행각을 벌였다는 겁니다.

 

마을 외곽에 주로 위치했던 방앗간. 출처: Wikimedia Commons

당시 방앗간은 주로 마을 외곽에 자리해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관련 전설들을 취합해 보면 방앗간 주인이 악마와 동맹을 맺고 나쁜 짓 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악마는 '나는 내가 한 말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그럼 내일 아침까지 나에게 방앗간을 하나 지어줘. 저아래 강 옆쪽에다'

라고 말했고, 악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런 부탁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다음날 아침. 남자는 하룻밤 사이 으리으리한 방앗간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일랜드 극작가 사무엘 러버(Samuel lover)의 단편소설 <악마의 방앗간(The Devil's mill)>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황금이나 돈 같은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줄테니 영혼과 바꾸자는 악마의 꾐에 넘어간 남자가 방앗간 지어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이렇게 문학 작품에 반영될 정도로 당시에 '방앗간 폭발'은 영향력 또한 컸습니다.

 

사무엘 러버의 '악마의 방앗간'은 1831년 출간된 책 <아일랜드의 전설과 이야기들(LEGENDS AND STORIES OF IRELAND)>에 삽입됐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위 소설과 같은 제목으로 1949년 제작된 이리 트른카(Jiří Trnka) 감독의 영화 <악마의 방앗간(The Devil's Mill)>에도 악마와 얽힌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인형극을 필름으로 촬영한 이 영화에는 방앗간에 사는 악마를 주인공이 물리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방앗간에 사는 악마의 모습. 출처: 유튜브@Animación dibujada 

'악마의 소행' 진실은? 과학적으로 따져보니..

 

방앗간 폭발 사건의 진실은 뭘까요? 과학적으로 보면 악마의 소행이 아니라 '분진 폭발'이라는 현상입니다. 책 <먼지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리 무해한 사물도 먼지처럼 미세하게 만들면 폭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밀가루 가루를 이용해 분진폭발 실험하는 장면. 출처: Wikimedia Commons

분진 폭발이란 75μm 이하의 아주 미세한 고체 입자가 공기중에 1㎥당 40~4000g농도로 퍼져 있을 때 약간의 불꽃이나 열만으로도 연쇄 산화ㆍ연소를 일으켜 폭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로 입자들이 많이 발생하는 목공소, 석탄공장, 밀가루공장, 철공소 등에서 발생합니다. 

 

식재료를 아주 미세하게 만들면 잘 탈 뿐더러 폭발물처럼 만들 수도 있는데요. 가정용 밀가루가 그 좋은 예라고 하네요. 밀가루의 재료인 밀은 거친 가루 형태일 때는 불을 붙여도 잘 붙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세한 크기의 밀가루로 만들면 불이 잘 붙을 뿐만 아니라 폭발성까지 띄게 됩니다.

 

국내 사례도 빈번...흔히 먹는 설탕도 폭발 가능

 

분진 폭발은 밀가루 공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미세한 입자들이 공기 중에 많이 떠다니는 탄광, 목공소, 석탄공장, 밀가루 공장, 철공소 등에서도 종종 발생합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사례들이 존재하는데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플라즈마기법의 폭발물 실험 중 알루미늄 가루가 폭발해 대학원생 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2007년 10월 경상남도 휴대폰 외함 제조공장에서 분진 청소 작업 중 압축공기 때문에 흩뿌려진 마그네슘 분말이 폭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설탕도 분진 폭발을 일으키는데요. 2011년 6월 울산 모 설탕제조업체 공장에서도 분진폭발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한명이 팔에 경상을 입었고 저장고 윗부분이 파손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임페리얼 슈가 폭발사고. 출처: 한국화재소방학회

2008년 2월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임페리얼 슈가(Imperial Sugar)사에서는 설탕 분진 폭발이 일어나 1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습니다.  

 

분진 폭발을 예방하려면

 

한국화재소방학회에 따르면 분진 폭발 예방을 위해 착화원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분체를 취급하는 공장은 먼지를 잘 모아서 제거해야 합니다. 

 

'점화원', '착화원' 즉, 불을 낼 만한 요소나 불이 날 법한 요소를 모두 철저히 통제해야 하는 거죠. 이때 정전기 스파크 등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네요.

 

소화 시설은 필수! 출처: Pixabay

또한 불꽃이나 전등, 용접할 때 생기는 열처럼 잠재적인 점화원을 없애야 하고 착화원이 있어도 착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데요. 질소, 탄산가스 등의 불활성가스를 집어넣어 폭발 가능한 온도ㆍ압력 등 폭발하한계 값을 높여야 합니다. 

 

또 폭발 위험이 있는 장치와 불이 발생할 수 있는 점화원 사이 3m이상의 거리를 두고 거기에 스파크 감지 장치나 불꽃 차단장치, 자동소화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하네요.

 

먼지 보고서

먼지 보고서

옌스 죈트겐, 크누트 푈츠케 공저 / 강정민

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먼지, 그 미세한 것의 힘

먼지는 역동적인 모든 것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부산물이다. 인류에게는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기피 대상이며, 미워도 떼어낼 수 없는 악연이다. 한편, 발상을 전환한 사람들은 이 먼지를 다른 시각에서 다룬다. 우주의 기원과 역사를 해석하고, 기록시대 이전의 지구환경을 분석하는 귀중한 유산으로 활용한다. 또한 미세한 영역에서 작용하는 에너지의 원리를 연구해 마이크로ㆍ나노ㆍ테크놀로지에 적용하는 첨단 기술의 교과서로 삼는다. 이 책은 먼지의 본질, 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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