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귀금속인 '백금(Pt)'을 아주 조금만 써서 수소를 대량으로 빨리 생산할 수 있는 촉매가 개발됐습니다. UNIST의 김광수 특훈교수는 상용화된 백금 촉매의 80배 적은 양의 백금만 사용해 수소 생성 활성도를 100배 높이는 새로운 수소 생산 촉매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수소는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물만 배출하는 청정 신재생 에너지원입니다. 석탄이나 석유처럼 이산화탄소 같은 탄소화합물을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 생산기술이 비싸 아직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소를 얻는 대표적인 방법은 물을 전기로 분해해 산소 기체와 수소 기체를 만드는 '수전해 반응'입니다. 이때 수전해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가 필요한데, 주로 백금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백금은 매장량이 적고 귀금속이기 때문에 백금을 더 적게 쓸 촉매를 만들거나 아예 다른 물질도 대체하려는 연구가 수소 에너지 분야의 핵심이었습니다.
김광수 교수팀은 질소가 도입된 탄소나노튜브에 극미량의 백금을 도포한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대나무 마디처럼 생긴 이 튜브는 내부에 코발트, 철, 구리금속 나노입자들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이 나노튜브 외벽에 단원자 백금과 백금 클러스터를 적은 양 도포해 기존 백금 촉매보다 수소 생성속도를 100배 가량 향상시켰습니다.
원래 백금 표면은 수소를 붙잡아두는 에너지가 적어 물 분자에서 분해된 수소원자끼리 쉽게 만나 기체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새로 개발된 촉매에서는 수소를 붙잡아두려는 에너지를 거의 '0'에 가깝게 만들어 수소 기체를 만드는 효율을 더 높였다고 합니다. 또한, 백금 원자들이 백금 나노뭉치들과 섞여있을 때 촉매 표면의 전도성이 증가해 수소 발생 효율이 훨씬 좋아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백금 촉매에 들어가는 양이면 8,000배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수소 기반 에너지 산업의 경제적 경쟁성을 높이고 실제 산업에 널리 활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광수 교수는 "이번 연구의 중요성은 수소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인 새 촉매를 개발했다는 점"이라며 "이 물질의 모델링과 해석을 통해 최상의 촉매를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