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이 거대한 괄약근을 움직인 후 소시지 같은 모래 덩어리를 뿜어냅니다. 일본 인근 바닷속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SouthernIslandDive'에서 올린 영상입니다.

해삼은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왠지 대변보는 장면이 연상되는데, 진짜 그런 걸까요? 소화가 안 되는 음식물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배변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시지 같은 저 물질은 분석해보면 변과는 다릅니다.
해삼은 조류와 수생 무척추동물 등의 사체를 먹어 치우며 살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모래도 같이 삼키게 되는데요. 모래에 섞여있던 죽은 미생물을 다 소화시키고 남은 모래를 배출합니다. 달리 말하면 더러운 모래를 삼켜서 뱃속에서 청소한 뒤, 깨끗해진 모래를 배출하는 셈입니다.

청소를 끝낸 해삼의 몸짓이 한결 가벼워보입니다. 해양무척추동물학자 크리스토퍼 마흐(Christoper Mah)는 이 해삼이 거대한 Telenota anax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해삼이며, 세로 길이는 61cm, 가로는 13cm까지 커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해삼이 모랫 속 유기물을 먹어치우고 남은 모래를 배출하는 과정은 지상에서 지렁이가 하는 역할과 비슷합니다. 이를 '생물교란(bioturbation)'이라고 부릅니다. 생물학적으로 물과 산소를 전달하는 능력을 향상시키죠. 그들은 공기가 잘 통하는 무기물 찌꺼기, 즉 모래를 쏟아내고, 다른 생명체들의 사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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