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슬림 D라인, "아이 키는 작아져"
엄마의 슬림 D라인, "아이 키는 작아져"
  • 김진솔
  • 승인 2018.08.24 23:15
  • 조회수 9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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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임신하면 '완벽한 D라인'을 극찬하는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볼록 나온 배를 제외하면 임신을 했는지 아닌지 모를 '여전히 빛나는 모습'들이 보는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 정도입니다. 임신부들의 로망을 만들어내기 충분합니다.

 

사랑이 엄마 야노시호의 완벽한 D라인? 출처: 야노시호 인스타그램
사랑이 엄마 야노시호의 완벽한 D라인. 출처: 야노시호 인스타그램

그런데 2017년 <J Epidemiol Community Health>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완벽한 D라인 문화가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태어날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도쿄아동건강증진센터의 나호 모리사키(Naho Morisaki)가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입니다.

 

임신부의 체중증가 권고량을 줄인 일본 후생노동청

 

1995년 일본 후생노동청은 산모의 체중권고사항을 정했습니다. 산모의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사람들을 기준으로, 임신 시 증가하는 체중의 적정량을 9~12kg으로 정했습니다. 체질량지수가 같을 때 미국의학연구소(U.S. Institute of Medicine, IOM)에서는 12.7~18.1kg의 체중 증가를 권고했는데요. 미국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왜 이 정도 수준만 체중을 줄이라고 권고한 걸까요? '자간증(Eclampsia)' 때문입니다. 이는 임신중독증에 걸린 산모가 임신 기간이나 분만 전후에 경련발작, 의식불명을 일으키는 경우인데요.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자간증은 임산부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임신중독증의 증상으로는 고혈압, 부종, 단백뇨, 체중증가 등이 있으며, 자간증으로 진행될수록 두통, 상복부통, 시력장애, 경련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임신부의 건강은 중요하죠. 출처: fotolia

와세다 대학의 산부인과 의사인 히데키 후쿠오카에 따르면 이전에는 산부인과에서 임신부에게 '2인분을 먹으라'고 권했던 반면, 현재는 '아이를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권장합니다. 즉, 임신부의 체중 증가량을 적게 할 것을 권장합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기' 성공했을까요?

 

일본의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기'는 성공했을까요? 일단 '작게 낳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80년대부터 저체중 아이의 비율은 점차 증가해 2010년 일본의 저체중 신생아는 전체의 9.6%에 달한다고 합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기, 성공? 출처: fotolia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기, 성공할까? 출처: fotolia

그러나 '크게 키우기'는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세기 일본 남녀의 평균 키보다 1978, 1979년에 태어난 일본 남녀의 평균 키는 각각 14.5cm, 16cm 증가해 171.5cm와 158.5cm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9년생부터 1996년생의 평균 키는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1996년에 태어난 남성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평균 170.8cm로, 오히려 0.7cm 감소했습니다. 여성은 158.2cm였죠.

 

꾸준한 평균 키 증가세가 꺾인 것뿐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저체중 아이가 성인 신장을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모리사키는 "날씬함을 유지하려는 산모의 욕구가 이 추세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는데요. 일본 20대 여성의 20% 이상이 체질량지수(BMI)를 18.5 미만으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렇게 날씬한 사람은 1.9% 정도입니다.

 

<Scientific Report>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1,681명의 일본 임신부를 조사한 결과 이상적인 체중 증가는 단 54%뿐이었다고 합니다. 즉, 임신부의 체중 증가량 감소는 신생아의 몸무게를 줄이고, 작은 신생아는 성인이 되어도 작은 키를 갖게 된다는 결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는 엄마, 대단하긴 한데... 출처: 혜박 인스타그램
운동하는 엄마는 그 자체로 대단함 인정. 출처: 혜박 인스타그램

모리사키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엄마들은 날씬함을 유지하며 배에 농구공을 넣은 모양새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D라인 열풍과 비슷한데요. SNS에는 완벽한 D라인을 자랑하는 임신부들의 사진이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임신 중 체중관리 팁을 공유합니다. 하지만 임신부의 체중 관리, 지금의 풍토가 바람직한지는 한 번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Morisaki, Naho, et al. "Ecological analysis of secular trends in low birth weight births and adult height in Japan."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71.10 (2017): 101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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