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
달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
  • 함예솔
  • 승인 2019.05.15 10:40
  • 조회수 10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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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지진이나 화산활동 같은 지각운동이 활발한 이유는 바로 지각 아래에 부분적으로 용융돼 있는 맨틀이 대류하기 때문인데요. 달은 지구보다 훨씬 작고 이미 오래전에 식어버렸기 때문에 지구와 같은 활발한 지각활동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1969년과 1977년 사이 아폴로 미션에서 우주 비행사들은 착륙지에 지진계를 설치했는데요. 이때 28번의 얕은 월진이 관측됐습니다. 이때 얻은 지진데이터를 통해 과학자들은 달에서도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참고로 달에서 발생하는 지진을 월진(月震)이라고 합니다. 월진은 지진보다 약하고 빈도도 낮습니다. 

 

그런데 <Nature Geoscience>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지진의 지각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월진이 발생하는 이유는 달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진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젊은 스러스트 단층(thrust faults)

 

달은 지난 수 억년 동안 무려 50m나 수축했습니다. 이는 포도가 건포도가 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포도가 오그라들면서 주름이 생기듯, 달 역시 수축하며 주름이 생겼습니다. 안타깝게도 달 표면은 포도껍질과 달리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지표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달 표면에 보이는 단층. NASA의 Lunar Reconnaissance Orbiter Camera가 촬영한 이미지 중 하나.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Smithsonian
달 표면에 보이는 단층. NASA의 Lunar Reconnaissance Orbiter Camera가 촬영한 이미지 중 하나.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Smithsonian

위 사진은 달에서 발견된 젊은 스러스트 단층(thrust faults)입니다. 이는 최근에도 달에서 지각 활동이 발생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참고로 스러스트 단층은 역단층의 일종으로 단층면의 경사가 45도 보다 작고 상반이 하반보다 더 많이 미끄러져 올라간 단층을 말합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발견된 단층이 얼마나 최근에 발생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 미션 때 타우루스-리트로우 계곡(Taurus-Littrow valley)에 착륙했던 우주비행사 유진 서난(Eugene Cernan)과 해리슨 슈미트(Harrison Schmitt)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달 탐사 로봇을 지그재그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단층절벽(fault scarp)이 마치 수 십km 뻗어있는 작은 계단 모양의 절벽 같았기 때문입니다. 

NASA의 Lunar Reconnaissance Orbiter 우주선에 의해 촬영 된 Taurus-Littrow 계곡. 1972 년 Apollo 17 우주 비행사 인 유진 서난과 해리슨 슈미트에 의해 탐사됐다.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NASA의 Lunar Reconnaissance Orbiter 우주선에 의해 촬영된 Taurus-Littrow 계곡. 1972년 Apollo17 우주비행사 유진 서난과 해리슨 슈미트가 탐사했다.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

우주비행사들은 아폴로 11호, 12호, 14호, 15호, 16호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달 표면에 지진계를 배치했는데요. 아폴로 11호의 지진계는 3주 동안만 작동했지만 나머지 4개의 지진계들은 1969년부터 1977년까지 28번의 얕은 월진을 관측했습니다. 기록된 월진은 리히터 규모2부터 5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월진의 진원과 진앙 위치는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들은 월진의 진앙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모델링 결과, 연구진은 28개의 얕은 지진 중 8개가 달 표면 사진에 보이는 단층절벽(fault scarp)의 30km 이내의 범위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모델링을 통해 단층 절벽의 크기가 강한 진동을 발생시킬 만큼 충분한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출처: 유튜브/Donnacha O'Driscoll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을 때인 원지점(apogee). 출처: 유튜브/Donnacha O'Driscoll

추가적으로 연구진은 8개 월진 중 6개의 월진이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을 때인 원지점(apogee)일 때 발생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요. 이는 지구의 중력으로 인한 추가적인 조석 변형력(tidal stress)이 전체 응력을 절정으로 만들기 때문에 단층의 미끄러짐(slip)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때입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이자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의 지구 및 행성 연구센터의 수석연구원인 Thomas Watters는 "우리는 달의 지각이 달 전체의 수축과 기조력(tidal forces) 때문에 압축됐을 때 지각에 응력이 쌓이고 그 결과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8개의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아폴로 미션 때 지진계가 수축하는 달을 기록했고 달은 여전히 지각적으로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연구진들은 10,000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크게 응력을 받았을 때 단층 주변에서 많은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이러한 가능성이 4%미만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유성체 충돌과 같은 다른 사건들이 월진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단층으로 생기는 지진 파형 특성과 달랐습니다. 

 

달 표면의 저 밝은 부분은 뭐지?

Taurus-Littrow 계곡은 Apollo 17 착륙 지점 (별표)의 위치. (1) 경사면에있는 커다란 산사태로 인해 상대적으로 밝은 암석과 레골리스(regolith)로 덮여져 있다. (2) 바위가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 (3) 남동쪽 경사면에서 발생한 산사태.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Smithsonian
Taurus-Littrow 계곡은 Apollo 17 착륙 지점(별표)의 위치. (1) 경사면에있는 커다란 산사태로 인해 상대적으로 밝은 암석과 레골리스(regolith)로 덮여져 있다. (2) 바위가 경사면을 따라 내려갔다. (3) 남동쪽 경사면에서 발생한 산사태. 출처: NASA/GSFC/Arizona State University/Smithsonian

달에서 지각활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는 또 있는데요. NASA의 달탐사궤도선(Lunar Reconnaissance Orbiter, LRO)이 촬영한 상세한 이미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달탐사궤도선 카메라(LROC)는 달 표면의 3,500개의 단층절벽(fault scarp)을 촬영했습니다. 그 중 일부 이미지에서 산사태나 단층절벽을 찾았고 주변 지형의 경사면에서 비교적 밝은색의 바위를 발견한 건데요.

 

대기가 없는 달에는 우주 방사선이 그대로 내리쬐기 때문에 달 표면 물질들이 점차 어두워집니다. 따라서 밝은 부분이 드러나 있다는 것은 새롭게 지표에 노출된 지역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진이 발생해 물질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LROC의 단층 이미지에서 단층이 미끄러지며 떨어진 바위를 추적하다 보면 최근까지도 월진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물론 여기서 최근이라고 하는 것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 따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흔적들이 만약 오래전에 생겼다면 이는 지속적인 미소유성체(micrometeoroid)의 충돌로 이미 지워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월진이 젊은 스러스트 단층과 근접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점과 단층 절벽 인근에서 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레골리스(regolith)가 교란되고 바위의 움직인다는 점을 증거로 연구진은 달에서도 지각적으로 활동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성은 달보다 더 많이 수축해

수성 역시 지각활동 활발. 출처: NASA/JHUAPL/Carnegie Institution of Washington/USGS/Arizona State University
수성 역시 수축하며 지각 활동 활발. 출처: NASA/JHUAPL/Carnegie Institution of Washington/USGS/Arizona State University

한편, 태양계에는 달 말고도 점점 늙어가면서 수축하고 있는 천체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수성입니다. 수성에는 높이 3km, 길이 1,000km에 달하는 거대한 스러스트 단층(thrust faults)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수성이 달보다 훨씬 더 많이 수축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달과 수성처럼 암석이 많은 곳에서는 열이 가해지면 암석들이 팽창했다가 차가워지면 수축하게 되는데요. 수성의 거대한 단층은 이것이 형성된 이후 완전히 녹을 정도로 충분히 뜨거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달의 기원을 재현하려는 과학자들은 달에서도 수성과 같은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아니면 마그마 바다가 달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으며 달이 부분적으로 용융됐던 것인지 알고 싶어합니다. 달의 상대적으로 작은 단층절벽(fault scarp)은 부분적으로 용융됐다는 시나리오와 더 관련 깊어 보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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