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땅에 귀를 대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요? 엉뚱한 소리 같으신가요.
NAS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호(InSight)는 매우 특별한 마이크 장치를 구비했습니다. 이 장치로 화성의 땅 밑에서 들려오는 독특한 소리를 포착해냈다고 합니다. 한 번 들어보실래요?
인사이트호 핵심 장비 '화성 지진계'
지난해 5월 5일, 미국 반데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호는 지구를 떠나 약 4억 8,000만km의 거리를 여행하고 미국 태평양 시각 11월 26일 화성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착륙했습니다.
인사이트호의 임무 목표는 화성 내부 관측입니다. 지진 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진동과 화성 표면의 열 움직임을 아주 상세하게 측정합니다. 이런 관측은 화성이나 지구처럼 암석으로 이뤄진 행성이 태초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때문에 인사이트호에 탑재된 가장 중요한 실험 기구는 행성 깊은 곳에서부터 전달되는 미세한 진동을 측정하는지진계, SEIS(Seismic Experiment for Interior Structure)입니다.
인사이트호 이전에 1970년대 화성에 착륙한 바이킹호 내부에도 지진계가 탑재됐습니다. 하지만 화성 표면에 지진계가 직접 맞닿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과학자들은 화성 내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인사이트호의 지진계인 SEIS의 성능은 화성 지표에 부는 미풍처럼 미묘한 진동도 포착할 정도입니다. SEIS는 화성의 지진을 감지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입니다. 화성 지진의 지진파가 행성의 내부를 통과해 이를 감지하면 화성의 내부 구조 또한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화성이 내는 소리
아쉽게도 인사이트호가 지진계를 화성 지표에 내려놓은 이후 화성은 수줍어하는 듯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4월에서야 처음으로 지진 신호로 보이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위 영상은 인사이트호가 처음 감지한 화성 지진 소리인데요.
이후 연구팀은 고주파(high-frequency)의 지진 신호를 감지해 냅니다. 100건 중 단 21건만 지진 때문에 발생한 걸로 보이는데요. 나머지 건들도 지진 때문일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과학자들은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화성의 지진은 지구의 지진처럼 지각판의 움직임 때문에 발생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화성은 지각판이 없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화성에서 지진은 발생합니다. 응력(stress)을 발생시키는 지속적인 냉각과 수축의 과정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이 응력은 계속해서 쌓이게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각이 깨질 정도의 축적된 응력이 지진을 발생시킵니다.
화성의 떨림
SEIS가 감지한 대표적인 지진 두 가지 소리를 한 번 들어보세요. 화성이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꼭 이어폰을 착용하고 볼륨을 높여 조용한 곳에서 들어주세요.
♬♩♬♩♬♩ 2019.05.22 화성 지진 (173 솔)
♬♩♬♩♬♩ 2019.07.25 화성 지진(235 솔)
이 지진은 2019년 5월 22일과 7월 25일 발생했습니다. 이는 화성일을 기준으로 각각 173 솔(Sol)과 235 솔(Sol)에 발생했습니다. 참고로 1솔(Sol)은 24시간 37분 23초입니다.
첫 번째 소리를 만든 지진의 규모 약 3.7이고 두 번째 소리를 만든 지진은 규모 약 3.3이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소리는 모두 낮은 주파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로 기록됐다고 하는데요. SEIS에서 나오는 소리는 원래 인간의 청각 범위 훨씬 낮은 범위이기 때문에 우리가 듣는 이 소리는 헤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도록 처리가 이뤄졌습니다. 화성의 떨림이 느껴 지시나요?
소음, 기계음과 돌풍
SEIS 장치는 조용한 지진을 식별해낼 만큼 예민한데요. 이는 결국 과학자들이 걸러내야 할 많은 소음들이 내포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2019년 3월 6일 인사이트호의 로봇팔에 달린 카메라가 착륙선 앞의 지표를 스캔할 때를 예로 들어보죠. 로봇팔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SEIS에 전달돼 소음을 만들어 냈습니다. 돌풍 역시 소음을 일으킨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소리를 식별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연구팀은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무렵인 황혼 시간대가 지진 소리를 포착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낮에는 햇빛이 공기를 따뜻하게 하고 밤보다 더 많은 바람을 일으켜 지진파를 찾는 데 방해가 됐기 때문인데요. 반면 저녁 시간대에는 지진계 내에서 서로 팽창하고 수축하는 섬세한 부품들 때문에 특이한 소리를 냈습니다. 이는 열이 소실되면서 발생한 소음으로 추정되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 2019.07.16 소음
이 소리는 지난 7월 16일 일몰 직후 녹음된 소리입니다. 지진 소리와 구분 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