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생물들은 생김새가 상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이웃집과학자>에서 소개해드릴 심해 생물은 바로 '통안어(barreleye)'인데요. 이름 그대로 눈이 통처럼 생긴 물고기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Macropinna microstoma)라는 물고기를 만나볼게요.
얼굴 표정을 유심히 보면 왠지 시무룩해 보입니다. 시선은 아래를 쳐다보고 있고 입은 삐죽 나왔기 때문인데요. '착각'입니다. 시무룩한 검정 눈처럼 생긴 부분은 사실 '콧구멍'이거든요. 그렇다면 눈은 어디일까요? 바로 투명한 머리 안쪽에 있는 초록색 알사탕처럼 생긴 덩어리가 안구입니다.
통안어가 위를 바라보고 있네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위를 보고있다는 걸 좀 더 확실히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초록색 눈동자의 향방을 잘 살피시면 됩니다. 통안어는 일반적으로는 계속 위를 보고 살아요. 물론 앞쪽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눈이 통 안에 들어있는 것처럼 생긴' 물고기들을 통안어(barreleye)라고 부릅니다. 마크로핀나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어요. 위 영상과 관련된 논문은 '마크로핀나 미크로스토마와 튜브구조 눈의 역설 (Macropinna microstoma and the Paradox of Its Tubular Eyes)'라는 제목으로 <BioOne>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원 브루스 H. 로빈슨과 Kim R. Reisenbicher의 논문에서는 통안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는데요.
마크로핀나는 수심 600~800m의 중심해(mesopelagic)에 살고있는 물고기입니다. 위 영상은 미국의 몬트레이베이수족관연구소(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 MBARI)에서 원격조종기기를 이용해 촬영한 결과로, 수심 744m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통안어의 눈은 연약한 투명한 피부로 덮여 보호받는데요. 이유는 해파리 촉수가 마크로핀나의 눈에 피해를 입히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해파리는 마크로핀나의 먹이인데요. 해파리 촉수만 떠다니는 경우도 흔하거든요. 떠다니는 촉수는 길이만 종종 10m에 이를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눈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면 해파리 촉수에 쓸려 다칠 위험이 커집니다.
앞으로 눈을 굴릴 수 있긴 하지만, 코에 시야가 가려지므로 먹이를 먹을 때 몸을 전반적으로 앞으로 숙여 먹이를 봅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앞유리창을 통해 목표물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장면을 연상하시면 비슷합니다.
통안어의 눈동자는 초록색인데요. 마크로핀나 뿐만 아니라 심해 튜브형 눈을 가진 물고기들은 노랑(Stylephorus, Scopelarchus, Benthalbella, Argyropelecus) 혹은 초록(Opisthoproctus grimaldii) 빛깔 렌즈를 가진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노란색 안료가 빛을 받기 때문입니다. 햇빛이 직접 눈에 들어오는 걸 막아서 '생물 발광', 즉 생물체 스스로 빛을 내는 반투명 먹이들이 더 두드러져 보이도록 하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