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The Apophis T–9 Years 워크숍.
2020년 11월 4-6일, 3일 동안 전 세계의 소행성 연구자들이 모여 지구위협소행성 아포피스의 2029년 접근(참고: 지구위협소행성 아포피스 中)에 대해 논의했다.1)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 발표된 주요 논제는 워크숍의 제목인 'Knowledge Opportunities for the Science of Planetary Defense'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이 2029년 지구 최접근 사건 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현상들에 대한 예측, 분석 뿐만 아니라 지구 충돌 대비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과학기술적 가치 및 기회, 그리고 이런 세기적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탐사 임무 제안 등에 관한 것이었다.2)
이번 워크숍 준비 위원장이자 소행성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 중에 한 명인 미국 MIT 대학의 리차드 빈젤(Richard Binzel) 교수는 첫 번째 발표에서 아포피스는 1908년 퉁구스카 상공에서 폭발한 자연우주물체(소행성이나 혜성)보다 300배나 무겁고,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유성체보다 5000배나 무거운 천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Apophis will miss the Earth(아포피스는 지구를 스쳐지나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3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동시에 직경 300미터 급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 정지궤도 인공위성 궤도 안쪽까지 접근하는 것은 100년이 아닌 1,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이벤트로 실시간으로 궤도, 표면, 자전 상태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아래는 그의 발언의 근거가 되는 그림으로 1900년부터 2100년 기간 동안 지구-달 사이의 1/2 거리만큼 접근했고 앞으로 접근할 소행성 목록을 크기에 따라 나타내었다.3) 그래프의 왼쪽에 표시된 지구 최접근 거리(Min. Close Approach Distance)는 지구-달 사이 거리인 LD(Lunar distance: 약 38만 5천km) 단위로 나타냈으며 '0'은 지구와 충돌을 의미한다. 즉, Tunguska 소행성은 1908년은 러시아 퉁구스카 지역에 떨어져 인근 2000㎢ 주변을 초토화 시킨 사건을(참고: 소행성의 날), Chelyabinsk 소행성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여 천여 명의 부상자와 수천채의 건물피해를 초래했던 사건을 가리킨다. 원의 크기는 소행성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오른쪽에 표현된 막대(bar)는 충돌 에너지의 크기를 TNT 규모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아포피스의 크기는 다른 천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며 지구에 근접하는 정도를 고려해보면 2029년 지구 최접근은 가히 세기적 이벤트라 할 만 하다.
이러한 세기적 이벤트를 지상이 아닌 우주에서, 그것도 아포피스 주변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관측한다면 우리는 소행성이 행성과 조우를 통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물리적, 궤도역학적 특성 변화들에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며 나아가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소행성이 지구에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적은 연료만 있어도 탐사선이 소행성에 도달하기에 좋은 조건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미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을 비롯한 우주강국 뿐만 아니라 중국, 핀란드, 대만 등도 아포피스 탐사를 계획 중에 있다. 2021년 현재 소행성 베누(Bennu)를 탐사 중인NASA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 탐사선 역시 소행성 표면에서 채취한 샘플의 지구 귀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임무 연장이 되면 다음 탐사 대상으로 아포피스를 계획하고 있다.4)
이렇게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뜨거운 감자'가 된 아포피스를 탐사선이 절대 건들지 말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특히 2029년 4월 13일 지구 최근접 이전에는 아주 작은 힘이라도 아포피스의 궤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2029년 지구 접근 시 폭 1킬로미터보다 좁은 중력 열쇠구멍을 통과할 경우, 2036년 혹은 2068년 충돌 확률이 상향 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나라 및 기관의 여러 대의 탐사선이 동시에 하나의 소행성을 탐사한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임무 수행 중 서로 간섭하거나 충돌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는 반드시 국제 협력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하며 앞으로 (매년 열릴지 모르는) T-8, T-7 워크숍의 주요 논의 주제로 이어질 것이다.
소행성 탐사 계획 및 관측기기 설계, 그리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탐사 대상 소행성에 대한 정확한 사전 정보가 필수적이다. 소행성의 표면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정보 없이 직접 탐사의 과학목표를 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쌍소행성 혹은 위성이 있는 소행성 주변을 공전하는 궤도 임무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너무 빠른 속도로 자전하는 소행성에 샘플 채취를 위한 탐사선의 착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행성 탐사를 계획하는 사전 연구에는 탐사 대상 소행성의 물리적 특성 파악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다. 아포피스는 지난 2004년 발견 이후 지구와의 충돌 위협 때문에 비교적 많은 정보들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주축 자전체의 특성 상 자전축 방향 정보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며 이에 따라 형상 모델도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접촉 쌍소행성 여부에 대한 의문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2021년 3월 아포피스 관측 기회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아포피스는 2021년 3월 지구에 0.1AU 거리 까지 접근하며 겉보기 등급으로 16등급까지 밝아진다. 이는 50cm급 소형망원경으로도 관측이 가능한 밝기다. 특히 2월말 이후에는 북반구에서 거의 밤새도록 관측이 가능한 조건이 되므로 전 세계 많은 천문학자들은 조금이라도 정보를 더 얻기 위하여 이 ‘뜨거운 감자’를 촬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아포피스 지상관측 캠페인 중에서 측성(위치 측정) 캠페인은 UN 산하의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 International Asteroid Warning Network)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5) 이곳에서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름하여 <아포피스 재발견과 충돌 확률 예측 실험>이다. 즉 아포피스를 우리가 사전에 알지 못하는 소행성으로 가정하고 일반적인 근지구소행성 탐색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추적하는 관측을 진행하는 것이다.6) 이 결과 2020년 12월 4일 미국 카탈리나 전천탐사 프로그램7) 1.5미터 망원경이 처음으로 "발견"하였고 국제소행성센터(MPC: Minor Planet Center)에 보고하였다.8) 발견 당시 아포피스의 등급은 19.35등급이고 곧이어 다른 전천탐사 프로그램들도 추적 관측을 진행하였다. 아래는 실제 국제천문연맹 산하 국제소행성센터에서 발행하는 전자회람(Electronic Circulars) 내용 중 일부다.
M.P.E.C. 2020-Y98 Issued 2020 December 23, 02:10 UT
The Minor Planet Electronic Circulars contain information on unusual minor planets and routine data on comets. They are published on behalf of Division F of the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by the Minor Planet Center, Smithsonian Astrophysical Observatory, Cambridge, MA 02138, U.S.A.
Prepared using the Tamkin Foundation Computer Network
MPC@CFA.HARVARD.EDU
URL https://www.minorplanetcenter.net/ ISSN 1523-6714
IAWN Planetary Defense Exercise: Apophis
As noted in MPEC 2020-W46, the MPC is supporting an International Asteroid Warning Network (IAWN) planetary defense exercise, coordinated by Vishnu Reddy (U. Arizona), focused on Apophis during its upcoming approach. See iawn.net for more information.
To that end, the MPC has treated any reported observations that were not labeled as (99942) Apophis, or 2004 MN4, as if they were of an unknown minor planet. As stated, if the criteria for posting to the NEOCP were satisfied (digest2 score > 65), the observations would be posted to the NEO Confirmation Page under a temporary designation assigned by the observer(s). Otherwise, the observations would be inserted into the Isolated Tracklet File (ITF).
...(중략)
The Apophis discovery exercise is now complete. We thank the NEO search and follow up communities for their help. The MPC will revert to normal processing of Apophis observations, while the remainder to the IAWN Apophis exercise continues. The observations below will be regularly published in the next DOU MPEC.
Apophis campaign observations:
N00hp15* C2020 12 04.44563911 16 39.71 -07 07 33.3 19.35GV 703
N00hp15 C2020 12 04.45098911 16 39.97 -07 07 37.8 18.31GV 703
N00hp15 C2020 12 04.45634011 16 40.19 -07 07 43.2 18.45GV 703
N00hp15 C2020 12 04.46169311 16 40.30 -07 07 47.1 18.33GV 703
N00hp15 C2020 12 07.58091811 19 36.24 -07 54 10.8 18.56oV T05
N00hp15 C2020 12 07.58413911 19 36.39 -07 54 13.4 18.57oV T05
N00hp15 C2020 12 07.59058811 19 36.72 -07 54 19.3 18.36oV T05
N00hp15 C2020 12 07.60351111 19 37.27 -07 54 31.1 18.50oV T05
N00hp15 C2020 12 09.56625311 21 29.94 -08 24 01.8 18.46oV T08
N00hp15 C2020 12 09.57956011 21 30.54 -08 24 13.9 18.26oV T08
N00hp15 C2020 12 09.58787711 21 30.94 -08 24 22.0 18.36oV T08
N00hp15 C2020 12 09.59250811 21 31.15 -08 24 26.2 18.53oV T08
...(후략)
이렇게 아포피스를 이번 관측으로 처음 발견한 것을 가정하고 추적한 결과 2029년 충돌 확률이 한때 6%까지 상승하고 충돌 위험을 나타내는 토리노 척도가 2까지 올라가기도 하였다. 또한 2029년 예상 추락 지역의 오차범위에 한반도가 일부 포함되기도 하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연습이다! 2029년 충돌 확률은 전혀 없다!) 만약 이것이 연습 상황이 아닌 실제로 인류가 아포피스를 2020년 12월 4일 최초로 발견한 것이라면 아마 뉴스에서는 연일 이 '뜨거운 감자'에 관한 소식으로 가득찰 것이다. 앞선 아포피스 시리즈 1편에서도 설명하였지만, 소행성의 관측 일수가 늘어날수록 궤도의 정밀도는 올라간다. 즉, 이번에도 아포피스의 이전 관측 자료를 궤도 계산에 포함하면서 2029년의 충돌확률은 “0”으로 되며 훈련 상황은 종료되었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아포피스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관측 캠페인 국제협력팀을 구성했다. 아래는 지난 1월 15일 미국 아리조나주 레몬산천문대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의 1미터 원격 망원경으로 촬영한 소행성 아포피스의 모습이다. 밤하늘에 고정된 별과는 달리 소행성은 별들 사이를 혹은 별 위를 가로지르며 움직인다. 아래 영상에서 아포피스는 화면 중앙하단의 밝은 별 위에서 왼쪽 상단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촬영 당시 지구에 0.2 AU(약 3,000만 km)나 떨어져 있어서 아직은 희미한 모습으로 보인다. 앞으로 0.1AU까지 지구에 접근하며 점점 더 밝아지는 아포피스를 촬영하기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전세계 남북반구에 위치한 30여개가 넘는 망원경이 참여하는 측광(밝기 측정) 및 분광(표면 물질 분석) 관측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관측 캠페인을 통해서 아포피스에 관한 비밀이 조금 더 밝혀지기를 기대해본다.
글: 김명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학 박사)
現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
前 한국천문연구원 행성과학그룹 박사후연구원
##참고자료##
1) 아포피스 T-9 워크숍 홈페이지: https://www.hou.usra.edu/meetings/apophis2020/
2) 아포피스 T-9 워크숍 프로그램: https://www.hou.usra.edu/meetings/apophis2020/program/
3) Binzel, R. P. et al. (2020). Apophis 2029: Decadal Opportunity for the Science of Planetary Defense. White paper submitted to The Planetary Science and Astrobiology Decadal Survey 2023-2032. http://newton.mines.edu/paul/meetings/decadal2020/decadal2020Apophis.pdf
4) Lauretta et al. 2020, T-9 워크숍 초록.(https://www.hou.usra.edu/meetings/apophis2020/pdf/2008.pdf)
5)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의 아포피스 관측 캠페인 웹페이지: http://iawn.net/obscamp/Apophis/
6) 아포피스 재발견 실험에 관한 국제소행성센터 공지 내용과 협조요청 리포트:
https://www.minorplanetcenter.org/mpec/K20/K20W46.html
7) 전세계에서 근지구소행성을 가장 많이 발견하는 전천탐사프로그램:
https://catalina.lpl.arizona.edu/about
8) 아포피스 재발견 실험의 일환으로 진행된 아포피스 첫 번째 관측 리포트:
https://minorplanetcenter.net/mpec/K20/K20Y98.html